[DUGOUT Story] NC 다이노스 박민우

균형감각

부모의 손에서 벗어나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순간을 기억하는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겁던 시절을 뒤로한 지 어언 10여 년, 이제는 누군가의 선배이자 한 가정의 기둥이 됐을 시간이다. 그렇게 NC 다이노스 창단 멤버에서 어엿한 주장으로, 철부지 같던 막내아들에서 딸바보 아빠로 돌아온 박민우가 이번 호 ‘더그아웃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의 기대에 어깨는 무거워졌을 테지만, 박민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 다정하게 주변을 살피고, 유연하게 중심을 잡았다. 그렇게 후배들에게는 편안한 리더가, 가족에게는 한결같은 가장이 된 그. 이제는 야구장과 삶 속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법을 완벽히 익힌 듯하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Jiin Lee Location Tucson Reid Park Annex Fields

<더그아웃 매거진>과 연이 깊죠? 오랜만에 팬분들께 인사 부탁해요! (2월 2일 인터뷰)
반갑습니다. <더그아웃 매거진>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한동안은 저를 찾아주시지 않더라고요. 서운하기도 했지만, 저는 자주 찾아보면서 지켜봐 왔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다시 함께할 수 있어서 큰 영광입니다.

스프링캠프 적응은 순조롭게 이뤄졌나요?
아무래도 연차가 쌓이면서 매년 해외로 오다 보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적응이 되더라고요. 사실 팀에서 훈련량 조절을 해 주기도 하고요. 어릴 때는 제 컨디션과 상관없이 강한 훈련을 따라갔다면, 이제는 제 상태에 맞춰서 훈련량을 조절하고 페이스를 올릴 수 있어서 좋아요. 대신 그만한 책임도 따르는 법이지만요.

#다이노스캡틴

올 시즌 정식 주장 발탁을 축하해요. 어떻게 선정된 건가요?
감독님께서 취임하시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게 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전 직책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아요. 공식적으로 유니폼에 ‘C’라는 마크를 달긴 했지만, 팀에 가장 오래 있었고 후배들도 저를 잘 따르기 때문에 주장이 아니었을 때도 실질적으로 그와 비슷한 역할들을 하고 있었거든요. 어찌 보면 유니폼 디자인만 조금 바뀐 거지 다른 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에요. 이미 후배들을 잘 챙길 방법이나 팀이 어떤 방향으로 가면 좋을지를 고민해 왔으니까요.

지난해 임시 주장을 맡았던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작년뿐만 아니라 재작년, 그 이전부터 해 온 경험들이 계속 쌓이고 있달까요. 고참으로 계시던 선배들이 하나둘씩 은퇴하시고, 저한테 어떤 책임이 따르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 빌드업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이호준 감독과는 오랜 기간 선후배로 지내던 사이인데, 감독과 선수로 캠프를 치르는 소감이 궁금해요.
감독님은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원래 감독님을 대하는 게 어렵지 않았거든요. 언론을 통해서 잘 알려졌다시피 당시 제가 궂은일을 도맡아서 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만 시키신 건 아니에요. 시즌이 끝나면 항상 뭐라도 하나 사주면서 챙겨주시고, 사석에서 식사 자리도 자주 만들어주셔서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선배님이었어요. 또 코치님이 되신 이후에도 같이 우승을 일궈내면서 잘 지냈죠. 근데 확실히 자리가 자리인 건지 감독님이 되시니까 덜컥 어려워지더라고요. 감독님은 예전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는데 제가 선뜻 다가가기 어렵달까요. 적응이 잘 안 돼요.

그럼 이호준 감독의 캐릭터 자체에는 변함이 없나요?
데뷔 첫해, 완전 신인 때 만났던 이호준 선배님은 정말 무서웠어요. 당시 감독님은 최고참으로서, 또 주장으로서 팀의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위치에 계셨기에 후배들을 더 엄하게 대하셨던 게 아닐까 하고 지금은 생각해요. 그때 빼고는 선배님이실 때, 코치님이실 때, 잠시 다른 팀에 계실 때도 늘 한결같은 분이셨어요. 사실 지금도 똑같은데 제 마음가짐이 달라진 거죠. (감독님도 그런 박민우의 마음을 알까요?) 아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부러 선수들에게 더 다가와 주시고 장난도 더 자주 치시는 것 아닐까요?

가까운 사이였던 만큼 ‘주장 박민우’를 향한 감독님의 믿음이 두텁겠네요. 한 해 동안 어떻게 팀을 이끌지도 논의해 봤나요?
처음 인사드릴 때 감독님이 방향성에 관해서 얘기해 주셨는데, 제가 생각했던 부분과 거의 일치했어요. 제가 만들어 가고자 하는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감독님이 힘을 실어 주겠다고도 하셨고요. 예전의 다이노스와 지금의 다이노스는 꽤 달라졌거든요. 팀 분위기와 문화를 다시 되돌리자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NC는 선수층이 비교적 젊고, 본인도 열 개 구단 주장 중 어린 축에 속하잖아요. 후배들과는 어떤 식으로 소통하고 있나요?
제 성격이 조용하진 않다 보니까 후배들이랑 잘 어울리면서 지내왔어요. 근데 이제는 너무 부드럽게 대하거나,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 하지만은 않을 계획이에요. (후배들은 박민우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저를 좀 만만하게 여기고 있을 것 같아요. 나쁜 뜻은 아니고요. 물론 지금 캠프 멤버 중 막내 라인인 2년 차 임상현, 최우석 같은 선수들은 제가 어렵겠죠. 그 선수들에게 화도 한 번을 낸 적이 없고 쓴소리를 한 적도 없지만, 막내들에겐 제가 어렵게 느껴지는 게 당연해요. 하지만 그런 신인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저를 무서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선수들이 없을 겁니다. 저는 어린 선수들이 얼른 1군에 적응하고 팀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도록 했거든요. 장난도 자주 거는 편이고요. 그래서 후배들과 형제처럼 편한 사이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특히 애정이 가는 후배로 구창모를 꼽았잖아요. 근데 잠시 자리를 비웠으니, 한 명을 더 꼽아볼까요?
후배들이 인터뷰에서 ‘어떤 선배가 잘 챙겨주냐’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 말고 다른 이름을 답하면 괜히 서운하더라고요. 뒤에 가서 ‘알았어~ 그 형만 잘 챙겨준다는 거지?’ 이렇게 농담한 적도 있고요. 후배들도 똑같이 제가 특정 누구를 신경 쓰고 있다, 더 챙긴다고 하면 ‘민우 형이 나보다 걔를 더 아끼는구나’ 하고 느끼진 않을까 해서 조심스럽긴 하네요. 그래서 후배 한 명에게 특별히 마음이 간다기보다는, 서호철 선수가 야수 조장이기도 하면서 팀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호철이랑 대화를 나눌 시간이 많아졌고, 여러 가지 방면에서 호철이를 찾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얼굴을 자주 보다 보니 정든 부분이 있어요. 올 시즌은 아무래도 호철이가 제일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요? (밑밥(?)을 길게 깔아서 대답을 안 해줄 줄 알았어요.) 그 밑밥을 꼭 넣어주세요.

서호철은 같은 내야수라지만, 구창모와는 포지션이 아예 다른데 어떻게 가까워진 거예요?
포지션을 떠나서 창모가 신인일 때부터 제가 창모를 많이 챙겼고 창모도 저를 잘 따랐어요. 이렇게 스프링캠프를 오면 대체로 같은 포지션 선수끼리 방을 쓰거든요? 근데 저는 창모랑 룸메이트를 오래 했고, 사석에서도 자주 보면서 가까워졌던 거죠. 여전히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이에요.

#프라이드

박민우 하면 아무래도 ‘휘문’인데, 애교심이 언제부터 그렇게 강했나요?
정말 웃긴 게, 휘문고등학교 출신 선수들은 짠 게 아닌데도 하나같이 프라이드를 갖고 있어요. 학교 다닐 때 주입식으로 교육받는 것도 아니거든요? 근데 보세요. 저는 야구만 놓고 얘기했지만, 휘문고는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해야지만 갈 수 있는, 공부로 유명한 학교잖아요. 그리고 노른자 땅. 그걸로 말 다 한 거 아닌가요? 그런 위치에 학교가 있기 쉽지 않거든요. (나무위키에 ‘휘문고 자랑’ 전문이 등재돼 있는 건 알고 있어요?) 그 내용이 프린트된 티셔츠도 선물 받아서 집에 액자로 걸어놨어요. 아주 뿌듯합니다.

명문고인 만큼 걸출한 선수를 여럿 배출했잖아요. 그중 본인이 ‘휘부심’ 최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훨씬 대단하신 선배님들이 계시죠. 최근으로 따지자면 우선 박용택 선배님이 계시고, (이)정후, 안우진, (임)찬규, 우규민 선배님… 그중에서 휘부심만 놓고 보면 제가 중간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보다 더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일단 찬규는 저랑 비슷하고요. 정후가 은근히 좀 세요. 박용택 선배님도 미디어나 인터뷰를 통해서 보셔서 아시겠죠?

현역 선수 중에선 누가 휘문고를 가장 빛내고 있을까요?
지분을 따져 보면 이정후가 90%, 안우진이 5%, 그리고 5%를 남은 선수들이 나눠서 책임지고 있다고 봐요. 정후 덕분에 휘부심이 훨씬 커졌죠.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메이저리거잖아요. 정후가 후배긴 하지만 동문이라는 게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농군 패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용산구 리틀로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 팀은 다 농군을 했거든요.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계속 해 온 거죠. 외적인 멋에 관심이 생겼을 시기엔 긴바지를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그땔 제외하면 항상 이게 당연한 거였어요. 또 저는 도루를 많이 하잖아요. 도루하기에는 아무래도 농군이 더 편하죠. 그리고 그 패션을 다들 좋아해 주시기도 하고요.

긴바지를 입으면 외적으로 만족스럽던가요?
자랑하려는 건 아닌데,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얘기를 평소에 좀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 들어 한 번씩 긴바지를 입고 나올 때가 있긴 하거든요. 그건 어느 순간 생긴 루틴이라고 할까요? 농군 패션으로 경기했는데 그날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면, 기분 전환도 할 겸 다음 날은 긴 걸 입는 식인 거죠. 지난 몇 년간 한 번씩 긴바지를 입고 나온 날은 그런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농군이 잘 어울리는 다리 라인은 타고나는 거겠죠?) 그건 타고난 것 같아요. 제가 신체적인 부분은 엄마를 닮았는데, 외가 쪽이 다들 키도 크시고 전체적으로 다리가 긴 편이시거든요.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8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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