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Universe] 고려대학교 정원진
꿈으로 써 내려가는 역사
누구에게나 반드시 이뤄내고 싶다고 꿈꾸는 순간이 있다. 가슴 속에 담아만 뒀다가 용기를 내 정성스레 꺼낸 마음을 사랑하는 이가 받아준다거나, 심장이 터질 듯하게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다가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희열의 순간 말이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을 때 어둠 속에 그려지는 그 순간의 그림이 다음 날 아침 당신을 눈 뜨게 만들지는 않던가. 올해 대학 스포츠 최대 라이벌 간의 결전에서 고려대학교 좌완 투수 정원진이 보여준 모습은 가히 꿈에 그리던 장면이었다. 정기전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40여 년 전 대선배 선동열의 기록을 소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채워나갈 캔버스에는 아직 하얀 부분이 크게 남았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Hoeha Jeong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정원진
출생 2004년 6월 12일
신체조건 181cm 78kg
출신교 광주 서림초-충장중(광주 충장BC)-광주제일고-고려대
포지션 투수 투타 좌투좌타
2024년 성적 13경기 41.2이닝 평균자책점 3.21 5승 3패 24탈삼진 9사사구 37피안타
#한 해의 마무리
<더그아웃 매거진>과 처음 만나요!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11월 4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고려대학교 2학년 투수 정원진이라고 합니다.
평소에 본지를 접한 적이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번 봤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는 선배들이 화보 촬영하는 모습을 접했었고요. 광주일고 선배인 KIA 타이거즈의 (이)의리 형이 나왔을 때도 기억에 남아요. 저희 고려대 (김)영후도 최근에 출연했었는데, 인상이 깊었어요.
섭외 요청을 받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무조건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어요. 야구로는 제일 유명한 매체라고 늘 느꼈거든요. 기분이 좋았죠.
아무래도 연세대와의 정기전에서 완봉승을 따낸 스타인지라, 최근에 여러 매체와 인터뷰도 자주 하는 것으로 알아요. 인터뷰는 좀 익숙해진 것 같아요?
예전보다는 꽤 익숙해진 것 같아요. 말도 술술 나오는 느낌이고요.
9월 23일에 U-리그 왕중왕전 동아대학교와의 경기가 마지막 등판이었어요. 그 이후로 한 달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동아대전이 끝나고 정기전(9월 27일)을 치렀어요. 정기전을 마치고는 한 달 휴가를 받았고요. 그래서 한 달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푹 쉬었어요. 특별한 훈련 없이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야구선수로서의 면모를 듣고 싶어요. 투수로서 자신의 장점은 뭔가요?
무엇보다 정교한 제구력이 큰 강점이에요. 커맨드도 좋아서 제가 공을 던지고 싶은 곳에 제대로 던져 넣을 수 있다는 게 제 능력이라고 봅니다.
올 시즌 정식경기 기록을 살펴봤어요. 41.2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3.21로 시즌을 마쳤더라고요. 올해 자신의 활약에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음… 한 70점 정도요. (30점을 깎은 이유는 뭔가요?) 평균자책점이 높았어요. 아마추어 야구에서는 평균자책점이 1~2점 대로 나와야 한 시즌 동안 잘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
평균자책점이 아쉬웠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중 성공적이었다고 느끼는 부분은 뭔가요?
저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제구가 좋은 투수였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원래 제 장점을 살리되 시원하고 역동적으로 던지려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사사구가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다시 사사구를 줄이는 걸 한 가지 목표로 삼았었는데, 이닝당 사사구가 작년보다 줄었으니 성공했다고 여겨요.
그렇다면 이번엔, 올해 등판한 경기 중 가장 뿌듯했던 경기와 가장 아쉬웠던 경기 하나씩 꼽아줄 수 있어요?
가장 아쉬웠던 경기부터 말하면, 마지막 동아대전이에요. 그날 이닝 소화를 예상했던 것만큼 길게 하지 못했고 실점도 꽤 있었거든요. (가장 뿌듯했던 날은요?) 정식경기는 아니지만… 정기전이 제일 기억에 남죠.
#새 역사
올해 정기전은 평생 안줏거리라고 할 정도의 기억이 됐겠어요. 9회 초,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은 직후엔 어땠나요?
‘끝났다. 이뤄냈다. 해냈다’ 이런 느낌뿐이었어요. 2학년이라 고대 유니폼을 입고 뛴 지 2년밖에 안 되긴 했지만, 정기전 승리는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동안 잃었던 승리를 되찾아왔다고 여겼기 때문에 더 강렬한 기분이었습니다.
승리를 확정 지은 후에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나던가요?
올 한 해 일본 전지훈련부터 함께 고생했던 우리 팀원들이 떠올랐죠. 그다음으로는 지금은 졸업한 작년 선배들이 생각나더라고요. 작년 정기전에선 아쉽게 졌는데, 그때도 이겼더라면 올해의 이 쾌감을 함께 즐길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함께 고생한 팀원 중 가장 고마운 한 사람을 고른다면, 누구일까요?
올해 저희 팀 주장이었던 (박)건우 형으로 꼽을게요. 포수로서도, 주장으로서도 믿고 따를 수 있어서요. 그런 모습 덕분에 저도 마운드에서 형을 믿고 자신감 있게 공을 던질 수 있었고요. 특히 이번 정기전에서는 건우 형이 볼 배합을 해서 낸 사인에 고개를 거의 안 흔들고 전부 사인대로 던졌어요. 건우 형 볼 배합은 다 믿음직스럽거든요.
아쉬움을 삼켰던 지난해 정기전에서도 선발로 등판했었어요. 그때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에 올해는 마음가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작년 정기전에서는 정교하게 투구하려고 애를 썼어요. 그게 과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몸쪽으로 던지려다가 타자 몸에 맞히기도 하면서 사사구가 늘어났고, 결국 상대에게 점수를 크게 내준 빌미가 됐어요. 올해 정기전을 준비하면서 감독님이 작년 정기전에서는 제가 도망 다니면서 투구했다고 말씀해 주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올해는 빠른 카운트 안에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쉽게 범타 처리를 하면서 투구 수도 만족스럽게 관리할 수 있었어요. 9회를 마칠 때 투구 수가 110개가 채 되지 않았으니까요.
지난해 정기전은 목동야구장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잠실야구장이었어요. 아마추어 선수가 잠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다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니잖아요.
프로 야구장은 목동 같은 아마추어 야구장보다 역시 시설이 좋더라고요. 더 나은 야구장에서 경기하니까 실력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듯해요. 그리고 아마추어 야구장과 비교했을 때 훨씬 웅장하잖아요. (그 웅장함 탓에 긴장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 재미있게 경기했어요. 상황 자체를 즐길 수 있었거든요.
고려대의 정기전 야구 승리가 2016년 이후 8년 만이잖아요. 선수들의 감회가 정말 남달랐겠어요. 경기 전에는 팀원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매년 정기전마다 하던 것이겠지만, 경기 전에는 “올해는 이기자”라면서 의지를 여러 번 나눴어요. 워낙 큰 경기고 2017년 이후로 연패 중이었는데, 그런 부분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다들 노력했어요. 정기전 일정에 맞춰 돌아가던 분기별 준비 과정대로 편하게, 똑같이 하려고 했죠.
평소 준비한 대로 편하게 마음을 먹고 했다지만, 이긴 직후에는 정말 짜릿했겠는데요.
저희 팀이 정기전에서 승리한 지 워낙 오래돼서 선수들 모두 처음 맛보는 승리였잖아요.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은 경험이 있지만, 저희는 아니었으니까요. 이겼다는 시원한 마음을 계속 즐기기만 했어요.
정기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이라는 큰 타이틀을 따냈으니, 학교에서 스타가 됐을 법도 한데요. 학교에서 야구부 선수가 아닌 학생들 사이에서 지낼 때 뭔가 달라진 게 있어요?
작년에는 아무래도 졌기 때문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올해는 정기전이 끝난 후 뒤풀이 자리에 가면 확실히 절 많이들 알아봐 줬어요. 그렇게 열기 넘치는 곳에서 절 알아봐 주면 엄청 뿌듯하더라고요.
세 글자 인터뷰 한번 해봐요. 정원진에게, 2024년 정기전이란?
음… ‘새 역사’. 저는 광주일고 졸업생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광주일고 동문인 선동열 선배님이 고려대에서 정기전 완봉승을 두 번(1982년·1984년) 하셨잖아요. 그 후 박동희 선배님이 완봉승을 한 번(1987년) 하시고, 그다음이 저라고 하더라고요. 선동열 선배님의 기록을 제가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뿌듯해요. 그래서 ‘새 역사’라고 하겠습니다.
#정든내기 호랑이
이제는 ‘대학생 정원진’의 이야기를 듣고자 해요. 어엿한 2학년이에요. 오늘도 1교시 수업을 듣고 온 거라고 하던데,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건 어렵지 않아요?
교수님들께서 제 상황을 이해하고 신경을 써 주셔서 감사하죠. 그래도 확실히 훈련하면서 수업 들으러 가는 게 마냥 쉽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출석이랑 과제는 꼭 열심히 해서 학점을 받으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어느덧 네 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 중, 자신이 꼽는 최고의 명강의는 뭘까요?
일본어 수업을 고를게요. 물론 다른 수업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게 여럿 있어요. 근데 그중에서 일본어 수업은 특히 열심히 들었어요. 그 수업에서 F 학점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저와 함께 들었던 친구들은 다들 F 학점을 안 받고 수업을 잘 마무리했거든요. 교수님께서 인자하게 챙겨주시기도 했고요. 그리고 일본어나 영어 같은 외국어를 배워 놓으면 좋잖아요. 근데 지금은… 다 까먹었어요. (언제 들은 수업인데요?) 바로 직전 1학기에… (웃음) 아무리 외워도 다시 까먹고, 또 외우면 잊어버리는 일의 반복이에요. 영어보다 일본어가 암기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일본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궁금한데요. 일본 야구도 자주 봐요?
자주 보지는 않아요. 그래도 알고 있는 일본 선수는 몇 명 있어요. (혹시 눈여겨보는 선수도 있나요?)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그리고 기쿠치 유세이(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좋아해요. 둘 다 좌완 투수죠. 특히 마쓰이 유키는 저랑 체형이나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느낌이라 더 관심이 가요.
고려대의 야구선수로서 학교 자랑 한번 해볼까요? 고려대학교는 어떤 학교인가요?
제가 2년 동안 다니면서 느낀 고려대학교는 열정이 넘치는 곳이에요. 그리고 선후배 관계가 특별히 끈끈해요. 그동안은 말로만 들었는데, 이번 정기전 때 확실히 느꼈어요.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를 챙겨주는 문화가 잘 잡혀 있어요. 선배들이 후배 잘되라고 애써주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캠퍼스 생활을 즐기면서 추억도 많이 쌓고 있어요?
고려대 야구부는 양주시 송추에 있는 운동장을 써요. 그래서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시간이 별로 없어요. 다른 운동부는 학교에서 운동하고 근처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데, 저희는 쉽게 그러지를 못하는 게 아쉽죠. 그래도 올해 만우절은 재밌었어요. 캠퍼스 중앙광장 잔디밭에서 친구들이랑 짜장면을 시켜 먹는 문화가 있는데, 이번에 그걸 즐겼거든요.
그러면 이번엔, “내가 고려대 야구부의 선수여서 이런 게 좋다!”라는 점이 있나요?
일단 학교 이름이 멋있어요. (웃음) 그리고 학교에 야구랑 축구, 농구, 럭비, 아이스하키까지 총 5개 부가 있는데, 다른 운동부에 있는 훌륭한 선수들이랑 서로 돈독하고 친해요. 제가 그런 학교 야구부에서 감독님이 가장 믿고 쓸 수 있는 선발 투수라는 게 뿌듯하죠.
#서서히 삶이 돼 버린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계기가 궁금해요.
어릴 적에 TV로 KIA 타이거즈의 야구를 처음 접했어요. 야구장에서 직접 경기도 관람하다 보니까, 직접 야구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친구들끼리 동네 야구도 자주 했어요. 그러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생활 체육 야구를 하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동네 삼촌이 야구를 제대로 시작해 보지 않겠냐고 권유해서 본격적으로 글러브를 꼈어요. 그 삼촌이 SSG 랜더스 조요한 선수 아버지세요.
그러면 투수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거예요?
리틀 야구를 할 때부터 공을 던지는 걸 코치님들이 보고 바로 투수로 기용했어요.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외야수나 1루수로 종종 나서기도 했는데, 그래도 투수로 나가는 횟수가 많았죠. 중학생이 된 후로는 투수로만 출전했어요.
대학 진학 전까지 야구선수로 활약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고등학교 2학년 봉황대기 대회 때 8강전에서 장충고 상대로 8이닝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을 때예요. 8회 초까지 노히트노런이었는데, 8회 말에 콜드게임으로 이기는 바람에 9회에 등판을 못 해서 공식 노히트노런 기록을 못 했거든요. 9회에 올라갈 기회조차 받지 못했으니까, 속으로 서운함만 삼켰어요.
그 이후로 야구선수로서 성장한 부분이 있나요?
그날 경기 후로 선발 투수로서 경기를 운영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1회부터 4회까지 잘 던지다가, 4회에 위기가 닥쳐도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나가면서 5회와 6회까지 책임져 나가는 거죠. 그리고 선발 투수로서 경기의 시작점을 매끄럽게 끊는 게 중요하다는 걸 그 시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MBTI가 INTP라면서요. 자기 색깔이 뚜렷하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팀 내에서도 그래요?
그런 듯해요. 제 색깔대로 움직이고, 잠도 많고,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해요. 다른 사람이 뭔가를 하자고 말하면 귀찮아하는 성격이거든요. 저도 스스로 전형적인 INTP 재질의 인간이라고 느껴요.
지금까지 야구선수로 생활하면서 가장 고마운 사람, 누구일까요?
부모님이요. 어려서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저를 단단히 믿어 주셨어요. 부모님의 믿음 덕분에 제가 괜찮은 실력을 보일 수 있었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정성껏 뒷바라지해 주셨는데, 대학교에 온 후로도 여전히 지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인터뷰를 아마 부모님이 읽으시겠죠. 한번 그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때요?
아… (어색) 이제 대학 생활이 절반 흘러서 앞으로 2년 정도 남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처럼 절 믿고 기대하시길 바라요.
야구선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뭔가요?
꾸준함이에요. 야구는 ‘감각 스포츠’라고 보거든요. 꾸준하게 감각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어야 그 감각이 자기만의 것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그 감각이 남들에겐 없는 저만의 능력이 되고, 점차 성장한 후엔 그 능력으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예요.
다른 매체에서 KIA의 양현종을 롤 모델로 삼았다고 말했더라고요. 양현종의 어떤 부분을 가장 닮고 싶은지 말해줄 수 있어요?
양현종 선배님의 역동적인 투구가 인상적이에요. 투구하는 모습을 따라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부드럽게 공을 던지면서 중요한 순간에 터져 나오는 강렬한 임팩트를 닮고 싶어요. 전 부드러운 투구를 하는 선수인데, 거기에 더해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적절한 제구력도 갖췄다는 점에서 양현종 선배님과 닮은 구석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제 본보기로 삼았습니다.
야구선수라면 누구든 꿈꾸는 순간이 있을 거예요. 어떤 순간을 꿈꾸나요?
길게 보면 프로 무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는 거죠. 하지만 아직 프로 무대에 서지 못했으니까, 지금 시점에서는 그냥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제 이름이 불리는 소리를 한번 듣고 싶어요.
대학 시절의 절반을 지나고 있어요. 2년 동안 아쉬웠고, 그래서 내년에는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가장 큰 아쉬움은 작은 부상이 있었다는 거예요. 올해도 그랬거든요. 약간의 부상이라도 있으면 무조건 쉬어야 하는데, 재활 후 다시 공을 던지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부상 없이 운동할 수 있게 몸 관리에 더욱 신경 쓰려고 해요. 그리고 구속도 조금 더 끌어올리는 게 목표예요. 지금 다른 문제점을 새롭게 찾아내기보다는, 이미 파악된 부족한 부분을 남은 2년 동안 잘 채우려고 노력해야겠죠. 근데 그게 쉽진 않더라고요.
다소 철학적인 마지막 질문을 던지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할게요. 정원진에게, 야구란?
이 질문을 예전에 받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는 ‘친구’라고 답했어요. 야구가 정말 친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너무 자주 보면 지겨울 때가 종종 있잖아요. 오랫동안 안 보면 그리워지기도 하고요. 야구가 딱 그랬어요. 훈련을 오래 할 때는 때때로 싫어지는데, 긴 휴가를 보내면서 운동을 쉬면 머릿속에 또다시 떠오르니까요. (지금의 답은 새로워졌나요?) 지금 야구는 제 인생입니다. 제 모든 걸 야구에 걸어야만 할 것만 같아요. 그래서 잘 되면, 야구로 제 인생을 가꿔나가겠죠.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64호 (12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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