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 눈떠보니 정년"…계속고용 논의 물꼬 터졌다

김광태 2024. 10. 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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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정보 게시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시민이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더 일하고 싶지만 자꾸 눈치가 보인다. 죄라면 나이를 먹어가는 것. 젊고 아직 힘이 넘치는데 정년이라는 선(線)은 한발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사회를 상징하는 단어는 저출생과 고령화다.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령화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해외 사례는 어떤지 살펴보자.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서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 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21일 여의도 본원에서 올해 제2차 노동인력위원회를 열고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계속 고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노동인력위원회는 중소기업 업종별 대표자, 학계, 연구계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체로 중소기업의 노동 현안을 점검하고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

안준기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이날 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고령화와 계속 고용 실태에 대한 주제 발표에 나서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 고용률 변화는 50대와 60대 이상이 주도하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중소기업 현장 충격을 완화하는 계속 고용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대표로 참석한 위원들은 일률적인 법적 정년 연장보다는 기업들이 서로 다른 경영 사정에 맞게 계속 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광 노동인력위원장은 "중소기업 영역에서 근로자가 더 오래 노동시장에 머무르게 하려면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고령 인력 활용에 대한 기업 선택의 폭을 넓히고 부담은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계속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회장, 노인연령 65→75세 건의

이중근 제19대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이 노인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2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취임식에서 "현재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000만명으로, 나머지 인구 3000만명 중 20세 이하 1000만명 외 남은 중추 인구 2000만명이 2000만 노인 복지에 치중해 생산인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노인 인구 관리를 위해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 75세로 높여 노인 숫자를 줄여나가 2050년에 노인이 1천200만명 정도로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가에서 정년 연장 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년 연장 첫해(65세)에는 정년 피크임금의 40%를 받고, 10년 후인 75세에도 20% 정도를 받도록 해 생산 잔류기간을 10년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65∼75세는 노인이 되기 전 준비단계로 사회적 완충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노인이 살던 집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재가(在家) 임종제도'를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회장은 "현재 노인 요양원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하는 분들이 많다"며 "요양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처럼 재가 간병인 예산을 만들어 노인들이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고 임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안부가 쏘아 올린 '정년 연장'

2300명에 달하는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이 현행 60세에서 최대 65세로 연장된다. 기능과 직종에 상관없이 정부 부처 공무직 정년이 늘어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지난 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개정 규정에 따라 행안부 공무직은 기존 60세 정년을 맞은 해에 연장 신청을 하면 별도 심사를 거쳐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 지난 9월 행안부와 공무직 간 체결한 단체협약을 반영한 내용이다.

◇일본, 65세까지 '계속 고용'… 중국은 남자 60→63세 정년 연장

해외 주요국가들도 고령화에 대응해 정년을 연장·폐지하거나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제도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먼저 일본은 세계 최초로 지난 2007년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일본은 이미 2000년부터 60세 정년을 맞은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65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고, 2021년에는 근로자가 70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이 정년 연장과 재고용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신설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 기준으로 21인 이상 종사하는 일본 기업 중 99.9%는 근로자가 65세가 될 때까지 고용한다. 70세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의무화한 기업도 27.9%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 9월 13일 남성의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여성 근로자는 50~55세에서 55~58세로 각각 늘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금 재정을 확보하고 고령층 노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다. 싱가포르는 오는 2030년까지 고령 근로자의 재고용을 보장해주는 연령을 68세에서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1986년과 2011년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대만도 지난 7월 65세 정년을 없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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