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교수 "ESG 투자동력 약화…내년 E(탄소절감)에 집중할 때"

(왼쪽부터)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신진영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선위원,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이준서 한국증권학회 회장,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ESG 센터장, 김태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희수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이 16일 서울시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금융의 전망과 과제' 정책심포지움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조윤호 기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지만 초기 동력을 잃고 있는 만큼 E에 속한 탄소배출 절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6일 서울시 중구 전국은행연합회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지속가능금융의 전망과 과제' 정책심포지움에 참석해 환경 문제가 인류 생존이 걸려  있는 만큼 ESG 투자가 줄었어도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교수는 ESG 투자가 약화하는 이유로 △낮은 수익률 △ESG의 모호함 △투자자 신뢰 약화(그린워싱, 위장친환경) △정치적 반발 △ESG투자 회의적 시각 증가 등을 꼽았다. 특히 ESG의 모호함을 두고 "ESG를 포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E, S, G 를 세분화하며 명확히 추구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배출 절감(E)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ESG 전체에 대한 글로벌 투자 지지율이 줄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성은 높다"며 "다만 그 중요성은 ESG 투자 수익률이 높기 때문이 아니라 환경 규제 대응 등 전략을 운영하는 운용사의 능력이 수익률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 발표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은 ESG보다 재무수익률을 우선시하며 반 ESG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20년의 경우 ESG를 표방한 '녹색 주식' 수익률이 높다는 연구가 나왔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녹색과 갈색(고탄소 전통산업) 주식 수익률 분석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글로벌 기관투자자와 ESG의 퇴보'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사진=조윤호 기자

이 같은 결과에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도 점차 갈리고 있다.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운용 규모 14경원)과 뱅가드(13경원) 등은 최근 ESG 투자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투자자 리포트를 공개했다. 특히 블랙록은 올해 환경과 관련한 투자 제안 지지율을 지난해보다 4% 낮췄다. 미국 20개 자산운용사의 ESG 투자 지지율도 평균 50% 수준에 불과했다. 최 교수는 이를 두고 "미국 공화당의 정치적 압박과 ESG 투자의 낮은 수익률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 자산운용사는 평균 100%에 달하는 ESG 투자 지지율을 나타내는 등 여전히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최 교수는 "미국과 달리 유럽 자산운용사는 여전히 ESG에 대한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는 만큼 지역별로 다른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이 참여하는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활용하겠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 등 자발적 환경 협의체가 ESG에 미치는 성과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박지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기업의 자발적 환경 이니셔티브 참여가 ESG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조윤호 기자

박 연구위원은 "RE100 등을 위한 전력 전환에 큰 비용이 필요해 생물 다양성이나 전체적 저탄소 공정 변화 부문에서 자금을 빼는 구축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전체 성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오히려 악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RE100에 참여하는 기업은 전환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도 탄소배출 감소 또는 전반적 ESG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구축효과가 실제로 작용한다는 증거가 나타난 셈이다. RE100 전환이 힘든 기업이나 전력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지 않은 기업에서 구축효과는 더 크게 발생했다.

박 연구위원은 "산업계의 자발적 참여만으로 탄소배출 절감 등 ESG에는 한계가 있다"며 "저탄소 전환을 위한 정부의 금융지원과 함께 금융기관이 지속가능금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