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팬이라면 독일 축구 얘기만 나오면 괜히 기분이 묘해진다. 분데스리가는 분명 한국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였다. 차범근,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이곳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그런데 동시에, 독일 무대에서 들려온 소식 중에는 늘 씁쓸한 뒷맛도 따라왔다. 차별, 혹평, 억지 비난. 최근 옌스 카스트로프까지 이 논란에 합류하면서, 팬들은 “또 시작이네” 하는 한숨을 내쉬고 있다.

손흥민이 함부르크 유스 시절 겪었던 인종차별은 팬들 사이에 유명한 이야기다. 경기장 안팎에서 들려온 조롱과 비아냥, 그걸 다 참아내며 결국 그는 분데스리가 톱 공격수로 성장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독일전 승리는 내게 인종차별에 대한 복수였다”라고 말했을 때, 팬들도 함께 울컥했다. ‘쏘니’가 지금처럼 강해진 배경에는 분데스리가에서 흘린 눈물도 분명 있었다.

김민재는 세계 최고 수비수 반열에 올랐고, 뮌헨에서도 주전으로 활약 중이다. 그런데 현지 매체들이 주는 평점을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분명 잘 막았는데도 낙제점 수준의 점수를 줄 때가 있다. 팬들 입장에선 “아니 뮌헨이 김민재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선수는 피 흘리며 뛰는데, 언론은 이상하게도 박한 평가를 하는 모습, 뭔가 억지스럽지 않은가.

독일 태생의 옌스 카스트로프가 한국 대표팀을 선택했을 때, 팬들은 크게 환영했다. 미국전 교체, 멕시코전 선발로 나서며 짧지만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 독일 언론은 곧바로 “소속팀 훈련 기회를 날렸다”, “시차 때문에 문제다”라는 식으로 비난을 쏟아냈다. FIFA 공식 A매치 기간에 대표팀 가는 게 당연한 건데도, 꼭 트집을 잡는 모양새다. 팬들 눈에는 괜히 한국 대표팀 선택을 문제 삼는 것처럼 보인다.

오현규의 슈투트가르트 이적도 참 아쉬운 사건이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서 메디컬 테스트 문제가 생기며 이적이 무산됐다. 그런데 업계에선 “사실은 이적료 문제였는데, 구단이 메디컬을 핑계로 삼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오현규는 경기장에서 몸으로 증명하듯 활약했고, 멕시코전에서 골까지 넣으며 존재감을 각인했다. 팬들 입장에선 “이게 메디컬 탈락한 몸 맞아?”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독일인, 모든 언론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패턴은 분명 있다. 손흥민은 인종차별, 김민재는 혹평, 오현규는 이적 핑계, 카스트로프는 대표팀 소집 비난. 왜 유독 한국 선수들에게만 이런 불합리한 잣대가 들이대질까?

독일은 다문화 사회를 표방하지만, 축구만큼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때로는 차별적이다. 메수트 외질이 대표팀 은퇴하며 “독일에서는 내가 잘하면 독일인, 못하면 터키인”이라고 울분을 토했던 사건을 떠올려보라.
한국 팬들은 이런 억지스러운 평가를 다 기억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차별을 뚫고 더 크게 성장했다. 손흥민은 아시아 최고 스타가 됐고, 김민재는 월드클래스 수비수로 인정받았다. 오현규는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해지고 있고, 카스트로프는 이제 막 태극마크를 달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독일 축구가 진정한 글로벌 무대가 되려면, 선수들을 국적과 피부색이 아니라 실력으로만 평가하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없다면 팬들 입장에선 독일이 아무리 화려한 축구를 해도 “그래도 억까의 나라”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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