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밀리터리] 실전 배치 100년을 바라보는 전설의 화약고...B-52 전략폭격기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미 북부 노스다코다주의 마이넛(Minot) 국제공항에서 군용기와 민간 여객기가 공중에서 충돌하는 대형 비행사고가 발생할 뻔했다.

마이넛 공항은 항공기의 이착륙이 하루 평균 약 90회, 연간 승객수가 34만명에 달한다. 미국의 대형 공항의 경우 하루에만 2000여 회의 이착륙과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승객이 이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크지 않지만 적잖은 규모의 지방 공항인 셈이다.

마이넛 지역은 미 공군의 전략공격사령부(AFGSC) 예하 ‘제5폭격비행단(5BW, 5th Bomb Wing)’도 주둔하고 있다. 비행단이 운용하는 항공기는 B-52 전략폭격기로, 26대가 전개돼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비록 민간과 군의 활주로가 분리돼 있다지만 항공기의 비행속도를 감안하면 공항 상공에서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다.

미국 현지시각 18일 B-52 폭격기와 스카이웨스트 항공기가 근접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 것을 재구성한 이미지. / 생생비즈

미국 현지 시간 18일 마이넛 공항 상공에서는 B-52 폭격기와 여객기 공항 진입을 앞두고 근접 충돌이라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있었다. 그날 B-52 폭격기는 매년 7월 열리는 노스다코다주의 박람회 축하 비행을 마치고 복귀 중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군사 작전 임무가 아닌지라 ‘작전 무장’을 하지 않았다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B-52 전략폭격기는 3세대(할아버지, 아버지, 아들)가 이어서 조종한다고 할 정도로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최장수 현역 폭격기’이다. 1955년 실전 배치된 이후 지금까지 70년 넘게 세계의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냉전 초기 미국의 전략 자산으로서 하늘을 통한 경고와 응징의 대표적인 상징이기도 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000km로, 미국이 운용하는 폭격기의 속도와 엇비슷하다. 국내 민간 여객기가 이동 시 순항속도가 시속 약 800km 대임을 고려하면 그 속도를 가름할 수 있다.

다만 무장 탑재량이 탁월하다. 최대 약 31톤을 탑재할 수 있다. 이는 무장 탑재량에 있어 현존하는 미국의 폭격기 중 ‘원톱’인 최대 34톤의 B-1 폭격기의 다음이다. B-1 폭격기가 단계적으로 이미 퇴역을 시작했고, 2026년 관련 예산의 95%가 삭감된 재정 추이를 고려하면 최고의 무장 탑재 폭격기로 정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또한 정상에 오른다면 한동안은 ‘장기 집권’의 독주를 계속할 것이 분명하다.

B-52 폭격기의 탑재 무장능력은 ‘하늘을 나는 화약고’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이다. / 미 공군

이유는 미 공군이 2050년대 후반까지 B-52 폭격기를 운용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용 중인 모델은 B-52H로, 이를 다시 개량한 ‘B-52J’라는 기종명이 2023년 4월 공식 발표됐다. 노후화된 TF33 엔진을 최신 터보팬 엔진으로 교체하고, 전자전 시스템을 첨단화하는 등의 개량화 사업이 진행 중이다. 2033년 실전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단일 기종으로 최대 100년간 실전에 배치되는 최초의 전설적인 폭격기가 될 것이란 관측은 과장이 아니다.

정식 이름은 ‘B-52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fortress)’이다. ‘스트래토포트리스’라는 이름은 제작사인 보잉이 제안했고, 미 공군이 채택했다. ‘스트래토(Strato)’는 성층권을 뜻하는 ‘Stratosphere’의 접두어로, 고고도 비행을 뜻한다. ‘포트리스(Fortress)’는 ‘요새’를 말하니, 직역하면 ‘성층권을 비행하는 하늘의 요새’라 할 수 있다. 실제 최고 비행고도는 약 5만 피트이다. 이는 준 성층권에 해당하는 고도로 통상 7만피트 상공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U-2기 바로 밑의 고도까지 상승해 작전을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B-52 폭격기는 괌과 일본 등 태평양에 전개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에 대응하는 억제 메시지의 의미를 갖는다.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월한 무장 능력은 하늘을 나는 ‘화약고’로 손색이 없다. 1991년 걸프전 당시 B-52G 7대가 1600회 이상 출격해 연합군이 투하한 폭탄의 40%에 달하는 양을 쏟아부으며 전승을 이끌었다.

이후 이라크 작전, 대테러와의 전쟁 등 전장에서 압도적인 폭탄을 지상에 투하해 전투기의 근접 공중 지원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대량 폭격은 피해를 넘어 적에게는 심리적인 압박감마저 주는 역할도 한다.

F-15K와 한반도 상공을 비행중인 B-52 폭격기. / 대한민국 공군

B-52 폭격기는 한반도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공군의 연합훈련 시 B-52H가 훈련 세력으로 참가했다. 올해 들어 첫 한반도 전개였다.

2023년 10월에는 청주기지에 이례적으로 착륙하며 한반도 땅을 처음 밟았다. 당시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항공우주방위산업전시회(ADEX) 2023’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B-52 폭격기의 한국 전개는 미국의 안보 정책인 ‘확장억제’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을 상시 배치와 준하는 수준으로 한국에서 운용하겠다는 한미 양국 간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한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보복 의사를 밝혀 제3국에 의한 공격을 사전 억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올해 10월로 예정된 ADEX(아덱스) 전시회에도 B-52H가 다시한번 모습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