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사망사고, 슬픈 ‘을들의 전쟁’

진주·전혜원 기자 2026. 5. 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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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0일 화물연대 조합원 서 아무개씨가 파업 중인 CU 배송기사를 도우려고 사용자 측 대체인력 차량을 막아서다가 차에 치여 숨졌다. 이 비극의 정점에는 누가 있을까.
4월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진주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가운데 한 조합원이 숨진 서 아무개씨의 영정을 들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4월20일 오전 10시32분께, 편의점 CU 로고가 박힌 2.5t짜리 트럭이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를 빠져나온다. 도로를 걸어가던 몇몇 사람이 해당 차량을 막아선다. 그중 한 명이 차체에 부딪힌 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면서 트럭의 두 바퀴 사이로 깔려 들어간다. 트럭은 얼마간 더 달리다 멈춰 서고, 그 뒤로 또 다른 트럭 여러 대가 물류센터를 줄줄이 빠져나간다. 트럭 밑에 깔린 서 아무개씨(59)는 응급실로 이송되었으나 오전 10시50분 심정지 상태가 되었고, 오전 11시45분 사망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서씨는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광양컨테이너지부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전국 화물차 기사 약 42만명 중에서 2만5000명이 소속된 노동조합이다. 편의점 CU의 배송기사 일부도 화물연대로 조직되어 있다. CU 배송기사들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의 하청 운송사들과 용역 계약을 맺고 전국 CU 물류센터의 물품을 각 편의점 점포에 배송한다.

화물연대는 물류 자회사 BGF로지스가 아니라 그 위에 있는 CU 운영사 BGF리테일이 원청으로서 운송료와 휴무 등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판단하고 BGF리테일에 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올해 1월19일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 보냈다. BGF리테일이 교섭에 응하지 않자 4월5일 파업을 시작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전국의 CU 물류센터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였고, 배송 차량들은 물류센터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BGF리테일 측은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 기사를 동원해 물량 배송을 시도했고, CU 배송기사들의 파업에 연대하러 온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이를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사건은 벌어졌다.

개인사업자라 노조 아니다?

숨진 서씨와 함께 해당 사고 차량을 막아섰던 서영인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여천컨테이너지부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말했다. “휴식 시간이어서 전남지역본부 조합원들이 인도 쪽 그늘에서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문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이동했다. 공권력(경찰)이 갑자기 우리 조합원들을 밀쳐내고 있더라. 그러더니 물류센터 안에서 차량이 우르르 나오면서 저희와 맞닥뜨렸다. 그래도 차 앞에 사람이 서 있는 걸 보면 멈출 줄 알았는데, 운전자가 차량을 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직도 운전기사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나와 조원영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장은 튕겨나가 다쳤고, 서○○ 지부장님은 차량 밑에 깔려 숨졌다.”

서영인 지부장의 말처럼, 사고가 나는 과정에서 경찰의 개입이 있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화물연대의 불법행위로 물건이 못 나오고 있다는 CU 사측 신고를 받고 사측 차량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시위대를 막고 있었는데, (전남지역본부 조합원들이) 갑자기 다른 쪽에서 나타나 차량을 향해 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앞에서 사람이 막고 있는데 운전자가 페달을 밟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는 부산에서 CU 물류센터 배송기사로 일하던 40대 비조합원이다. 또 다른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운전자) 본인은 ‘빨리 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운행했다’고 진술하는데, 전방에 사람이 있음을 인식했고, 그 사람이 시야에서 사라진 걸 알았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전진한 것으로 보아 단순 과실이 아니라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운전자는 4월23일 구속됐다.

4월20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진주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 조합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 ⓒ시사IN 박미소

운전자의 고의 여부와 별개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비조합원 차량을 막아선 것은 어쨌든 불법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사측이 노동조합의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할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에 해당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조의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 사람을 채용하거나 도급을 줄 수 없으며(제43조),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91조). 사측이 대체인력 투입으로 파업 효과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만약 사측이 파업에 맞서 대체인력을 투입했다면, 파업 참가자들이 사측의 법규 위반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실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91다43800 판결, 1992년 7월14일 선고). 여연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만약 BGF리테일이 노동조합법상 CU 배송기사들의 사용자인데도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를 여섯 차례(파업 뒤에 한 번 더 요구한 것까지 합하면 일곱 차례) 회피했다면, 이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BGF리테일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인지에 대해 노사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화물연대는 법적인 노조가 아니고, 노동위원회에서 저희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저희는 화물연대와 교섭할 주체가 아니다.”

일단 화물연대가 법외노조인지부터 보자. 화물연대가 현재까지 화물연대 이름으로 고용노동부에 설립 신고를 해서 신고필증을 받은 노조는 아니다. 그러나 설립신고가 되지 않은 노동조합의 활동이 곧바로 불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에 따르면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가 소속된 상급 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설립신고가 되어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화물차 기사들은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애초에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와 자영업자 성격을 모두 가진 특수고용직이라도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소득을 의존하고, 그 특정 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등 ‘종속성’이 어느 정도 인정되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말은 개인사업자이지만 사실상 자기 재량으로 사업을 영위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조(2017년), 대리운전노조(2020년) 등이 이렇게 해서 노조 설립신고필증을 교부받았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법은 윤석열 정부 시절 화물연대가 화물차 기사들을 위한 일종의 최저임금제인 ‘안전운임제’의 상시 적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니라면서 화물연대를 노동조합법상 노동조합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화물연대의 이번 교섭 요구와 파업이 노동조합법상의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예컨대 택배노조가 원청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하고 CJ대한통운은 이를 거부한 상황에서, 택배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고 이후 중앙노동위원회(2021년)·1심(2023년)·2심(2024년)에서 CJ대한통운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라고 인정받았다. 반면 화물연대는 이번 BGF리테일의 교섭 거부에 대해 노동위 등의 판단을 구하지 않고 바로 파업으로 나아갔다. 파업 찬반 투표도 따로 거치지 않았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조합원들 사이 종속성의 편차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부진해질 우려가 있는 법적 다툼보다는 현장의 힘으로 노사 합의를 요구해 관철함으로써 노동자임을 증명하는 전략을 (2002년 결성 이래) 써왔다”라고 말했다.

대체인력 차량을 막아서던 화물연대 조합원 서 아무개씨가 숨진 현장. ⓒ시사IN 박미소

노동조합법상의 절차를 밟을지 말지는 노동조합이 판단할 영역이다. 그러나 BGF리테일이 노동위 등에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받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체인력 투입의 불법성을 다투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체인력을 막아선 화물연대 행위의 정당성도 보호받기가 쉽지 않다. 노동부도 화물연대가 노동위 등의 판단을 구하지 않아 중재에 나설 근거가 마땅치 않았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소속 CU 배송기사들의 파업 돌입 직전인 3월10일,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청 노동자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원청이라도 해당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구체적·실질적으로 지배하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러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은 노란봉투법 때문에 이번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논조의 기사를 냈다. 노동부는 4월20일 이번 사고에 대해 “개정 노동조합법 제2조(노란봉투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으로,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하여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이런 노동부의 입장을 두고, 정부가 화물연대를 노동조합법상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배송기사 11명에 2억원 손해배상 청구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가 노동조합법상 노조인지에 대한 이재명 정부 노동부의 입장’을 묻는 〈시사IN〉 질의에 “노동조합이 아닐 수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가맹점주 등의 단결권을 보장할 필요성을 말한 것이지 화물연대가 노조가 아니라는 취지가 절대 아닌데 오해를 샀다. 화물연대가 노조가 아니라고 볼 수도 없고 봐서도 안 된다. 노란봉투법이 사태를 키운 게 아니라, 노란봉투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살려지지 못해 갈등이 촉발된 사안이다.”

CU 배송기사들은 하루 13시간, 월 25~26일 일해 300만원대 초중반을 번다. 개인적으로 더 쉬려면 자기 대신 배송할 차량의 비용을 수십 만원씩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 전 노조 활동 단계에서부터 BGF로지스의 하청 운수사들은 CU 배송기사인 화물연대 조합원 11명에게 총 2억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화물연대 경남지역본부의 경우 CU 배송기사 24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가 하나둘씩 이탈해 현재 조합원 4명이 남았다고 한다. CU 배송기사 68명이 조직되어 있는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의 장정훈 지부장은 “GS25나 세븐일레븐은 7년째 물류 자회사가 교섭에 나서서 운송료가 올랐는데, CU는 매년 2만~3만원씩 협의 아닌 협의로 오를 뿐이다. GS25 배송기사들의 경우 명절에 하루만 쉴 수 있던 것을 교섭을 통해 하루 더 쉬도록 바꾸기도 했다. CU는 그간 원청이 관여하는 제대로 된 집단교섭을 한 적이 없어서, 자회사 BGF로지스에 운송료를 내려주는 주체인 BGF리테일을 원청으로 지목한 것이다”라고 원청 교섭을 요구한 배경을 설명했다.

4월21일 BGF로지스 진주센터 앞에 차려진 빈소. ⓒ시사IN 박미소

사고를 낸 비조합원 배송기사는 4월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법원에 들어가면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를 목격한 심만범 화물연대 전남지역본부 광양지부장은 가해 운전자에 대해 “사람이 저지하면 섰어야 한다”라면서도 “그분도 저희랑 똑같은 입장이죠.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니까”라고 말했다.

CU 가맹점주 단체 중 하나인 ‘CU 가맹점주연합회’는 4월23일 BGF리테일과 화물연대에 각각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또 다른 CU 가맹점주 단체인 ‘CU 가맹점주협의회’의 최종열 회장은 4월22일 〈시사IN〉에 “여전히 간편식과 위생용품, 공산품 등이 제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저희 단체는 노사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생계가 달린 문제다 보니 화물연대를 바라보는 점주들 감정이 좋지만은 않다. 분명히 큰 사고가 날 조짐이 있었는데 정부가 제때 나서주지 않은 게 원망스럽다”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점주 측의 피해보상 요구에 대해 “편의점주와 화물노동자라는, 을과 병 사이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거부한다”라고 밝혔다. 한국 편의점 중 점포 수가 가장 많다는 CU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둘러싸고 파업 참여 배송기사와 대체인력 배송기사, 가맹점주들의 이해관계와 감정이 어지럽게 뒤틀린다. 4월21일 화물연대는 ‘입회인’으로 온 BGF리테일과 겨우 마주앉았다. 자회사 BGF로지스와 화물연대의 합의사항이 성실히 이행되도록 원청인 BGF리테일이 보장한다는 문구가 합의서에 담겼다. 

4월30일 화물연대와 BGF리테일의 자회사 BGF로지스는 CU 배송기사들에게 1년에 네 번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대차 비용에 상한 기준을 만들며, 운송료를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를 노조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을 정례화하며,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 조치를 철회하기로 합의하며 조인식을 진행했다. 사측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유가족에게 사과를 표명한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서씨가 숨지고 열흘이 지난 날이었다.

진주·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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