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차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도 좀처럼 도로에서 사라지지 않는 차가 있다. 출시된 지 10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여전히 출퇴근길과 고속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주인공은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베라크루즈다. 최근 말소 차량을 대상으로 생애주행거리를 분석한 자료에서 베라크루즈는 평균 30만5,026km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유일하게 평균 30만km를 넘어선 모델로 나타나 다시 주목받았다.
평균 30만5천km, 숫자가 먼저 놀라웠다

컨슈머인사이트와 CL M&S가 2025년 말소된 승용차 47만2,665대를 분석한 결과 전체 차량의 평균 생애주행거리는 21만3,858km였다.
베라크루즈는 이보다 약 9만km 많은 30만5,026km를 기록했다. 특히 말소 차량 가운데 20만km 이상 달린 비율도 86.3%에 달했다.
단순히 몇몇 차량이 장거리를 달린 것이 아니라 오래 운행된 차량이 상당히 많았다는 의미다.
단종됐는데도 도로에서 계속 보이는 이유

베라크루즈는 2006년 등장해 한때 현대차 SUV 라인업의 최상단을 맡았다. 이후 단종됐지만 넉넉한 차체와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앞세워 장거리 운전자들에게 꾸준히 사용됐다.
최신 SUV와 비교하면 편의·안전사양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익숙한 주행감과 공간 활용성을 이유로 기존 차량을 계속 운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요즘 SUV와는 달랐던 '6기통 디젤'

베라크루즈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파워트레인이다. 당시 국산 SUV에서는 흔치 않았던 V6 3.0 디젤 엔진이 적용돼 부드러운 회전감과 넉넉한 힘을 갖췄다.
최근 국산 SUV 시장이 4기통 가솔린 터보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이런 구성은 오히려 희소해졌다.
오래된 차임에도 베라크루즈를 기억하는 운전자들이 많은 이유 중 하나다.
오래 탄다는 것과 고장이 없다는 것은 다르다

30만km가 넘는 평균 생애주행거리가 곧 모든 베라크루즈가 별다른 문제 없이 30만km를 달린다는 뜻은 아니다. 주행 환경과 정비 이력에 따라 차량 상태는 크게 달라지며 오래된 디젤차인 만큼 소모품과 주요 부품 관리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폐차·말소될 때까지 실제로 얼마나 달렸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는 꽤 인상적이다.
평균 30만5,026km. 신차가 몇 번이나 세대를 바꾸는 동안에도 베라크루즈가 도로 위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시간을 보여주는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