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임대인이 다 물어준다는 임차인에게

권리금은 본래 떠나는 임차인과 새로 들어올 신규 임차인 사이에 오가는 돈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상가에서 오래 장사하던 임차인이 가게를 정리하며 상담실을 찾을 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이제 나가는데, 권리금은 임대인한테 받으면 되는 거죠?” 수천만 원을 들여 가게를 꾸미고 단골을 쌓아온 임차인일수록, 그 값을 건물주가 당연히 치러줄 것이라 믿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권리금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내어주는 돈이 아니다. 임대인이 책임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권리금 자체가 아니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을 때의 손해다.

시설과 단골, 영업 노하우의 값을 새 임차인에게서 받아 나가는 것이 권리금의 본모습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왜 그럴까. 권리금은 본래 떠나는 임차인과 새로 들어올 신규 임차인 사이에 오가는 돈이다.

시설과 단골, 영업 노하우의 값을 새 임차인에게서 받아 나가는 것이 권리금의 본모습이다. 임대인은 이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임대인에게 지운 의무는 권리금을 지급할 의무가 아니라,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서 권리금을 거둘 기회를 방해하지 말 의무다.

법은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종료될 때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새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새 임차인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건네지 못하게 막거나, 터무니없이 높은 차임과 보증금을 불러 거래 자체를 깨뜨리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그렇다면 임대인은 언제 돈을 물게 될까. /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임대인은 언제 돈을 무는가. 임대인이 이 의무를 어겨 임차인이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된 때다. 다만 그때 임대인이 지는 것은 권리금을 대신 지급하는 책임이 아니라, 방해로 입힌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이다.

금액도 끝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배상액은 신규 임차인이 주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가운데 더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

임차인이 처음 들어올 때 치른 권리금을 임대인이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임대인은 권리금을 지급하는 사람이 아니라, 권리금이 회수되는 길목을 막지 말아야 할 사람일 뿐이다.

임차인은 가만히 있어도 이 보호를 받는가. 그렇지 않다. 모든 출발점은 임차인이 새 임차인을 주선하는 데 있다. 권리금을 치를 만한 사람을 직접 찾아 임대인에게 연결하는 절차를 밟아야 비로소 임대인이 그 거래를 방해했는지를 따질 수 있다.

임차인이 아무도 데려오지 않은 채 권리금만 요구할 수는 없다. 게다가 임대인에게는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 새 임차인이 차임을 낼 능력이 없거나 의무를 어길 우려가 뚜렷하다면 임대인은 거절해도 책임지지 않는다.

임차인 자신이 차임을 3기에 이르도록 연체하는 등 의무를 어긴 경우라면 보호 자체가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다.

임차인이 챙겨야 할 순서는 분명하다. / 게티이미지뱅크

정리하면 임차인이 챙겨야 할 순서는 분명하다.

첫째, 임대차가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새 임차인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고 그 사실을 임대인에게 분명히 알린다.

둘째, 권리금 계약서를 작성해 금액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긴다.

셋째, 임대인이 거래를 방해한 정황을 문자나 통지로 기록해 둔다.

넷째,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권리가 시효로 사라진다.

임차인에게 필요한 것은 임대인이 권리금을 내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권리금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회수되는 돈인지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결국 임차인에게 필요한 것은 임대인이 권리금을 내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권리금이 누구에게서 어떻게 회수되는 돈인지를 정확히 아는 일이다.

권리금을 지키는 길은 임대인의 지갑을 바라보는 데 있지 않고, 임차인이 제때 밟는 회수 절차에 있다.

글=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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