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北ICBM 논의 성과없이 종료…美 "의장성명 제안할 것"(종합3보)
美 등 서방 "北 ICBM 규탄"…중·러 "北미사일 발사 미국 탓" 두둔
(워싱턴·서울=뉴스1) 이서영 기자 김현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논의를 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중국 및 러시아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안보리는 이날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 17일(한국시간 18일) 북한의 ICBM 발사 문제와 관련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문제로 지난 4일 이후 17일 만에 다시 소집됐다. 안보리가 북한 도발에 대응한 공개 회의를 여는 것은 올해 들어 여섯 번째다. 회의에는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와 이시카네 기미히로 주유엔 일본대사도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은 북한이 뻔뻔하게 지난 17일 ICBM을 발사한 것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며 "이것은 올해 북한의 8번째 ICBM 발사이자, 전례 없는 63발 탄도미사일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은 올해 들어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세계 비확산 체제를 63차례나 훼손하기 위해 시도했다"면서 "북한은 역내의 안전과 안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안보리에 대한 존중이 완전히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단결된 안보리로서 대응하기 전에 얼마나 더 많은 미사일을 발사해야 하느냐"면서 "북한은 너무 오랫동안 아무런 처벌이 없이, 안보리의 대응이나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불안정을 조성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 "그들은 일본 일본 민간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불필요하게 역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 정권의 최근 무모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허용했다. 이 두 이사국의 노골적인 방해는 동북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만약 당신들이 이같은 행동을 용인한다면 핵무기의 책임있는 관리자로서 간주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우리는 안보리가 북한의 위험한 수사와 불안정 조성 행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미국은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제안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보리의 모든 동료들이 북한을 강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불법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조치로 우리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의장성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들어 제재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으로 수위를 낮추며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랑스와 영국 등 대다수 안보리 이사국들도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면서 추가도발 자제와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프랑스와 영국 대사 등은 "안보리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북한이 계속 도발할 수 있는 방패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을 정면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두 이사국(중국과 러시아)은 안보리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막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황 대사와 이시카네 대사도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황 대사는 "한국은 가능한 한 강력한 용어로 (북한을) 규탄한다"며 "유엔 회원국인 북한이 어떻게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규범을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은 정말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지난 5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 대해 안보리가 소집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던 것을 거론, "북한은 점점 더 공격적이고 위험해졌다"며 "게다가 북한은 이제 7차 핵실험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어떻게 안보리의 무대응과 분열을 이용하고 있는지를 목도했다"면서 "북한의 무모한 핵 야망에 대해 안보리가 강력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보리가 북한의 지속적인 불법행위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의무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회원국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대사는 또 "오랫동안 정기적으로 실시돼 왔고,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한미 연합군사 훈련은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이시카네 대사는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ICBM의 예상 사거리가 1만5000km를 초과할 수 있다며 이는 아시아 전역과 유럽 전역, 뉴욕을 포함한 북미 전역, 아프리카 전역까지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는 안보리가 탄도미사일 발사를 용인하고 핵실험을 기다렸다가 최종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보리가 (즉각) 단호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옹호했다.
장쥔 중국대사는 "현 상황을 안정시키고 가라앉히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모든 당사국들은 차분하게 행동을 자제하고 신중히 발언해야 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계산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장 대사는 "올바른 경로로 돌아가거나 대화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모든 당사국들은 각자의 우려를 균형있게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솔선수범해서 신의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사는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제안을 제시하고, 가능한 한 빨리 대화를 형식적인 것에서 실질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사는 "안보리는 이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북한을 항상 규탄하고 압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안보리 논의는 조기에 긴장 완화를 촉진하고 외교적 노력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결의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도 "우리는 매우 친숙한 악순환의 덫에 또 갇히고 있다"며 "미국과 역내 동맹들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북한이 예상대로 반응을 보인 다음 우리는 여기서 만나 논의한다"고 지적했다.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는 "우리가 보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제재 이행과 힘을 가함으로써 평양을 일방적인 군축으로 강제하려는 워싱턴의 욕망 때문"이라고 미국을 겨냥했다.
그는 "김정은의 미사일 발사는 대립을 불사하는 미국의 근시안적인 군사 행동의 결과임이 분명하다"면서 "서방의 동료들이 '미국의 적대행위를 멈추게 해달라'는 평양의 거듭된 요구를 지속적으로 무시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도 별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자 한미일 등 14개국 대사들은 회의 직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대화에 관여할 것을 촉구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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