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구글 등 빅테크 명운 쥔 '탄소 먹는 공장' 가보니

아이슬란드= 이다솔 기자 2024. 10. 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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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 탄소 포집량이 세계에서 가장 큰 매머드 공장. 앞쪽 'ㅅ'자 모양 시설 두 개의 반대편에 수십 개의 팬이 돌아가고 있다. Climeworks / OZZO Photography 제공

여름의 끝자락 9월에도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부는 아이슬란드 남서쪽 욀뷔스. 허허벌판 한가운데 거대한 검회색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9월 초 찾은 이 공장 일부 벽면에는 팬 수십개가 굉음을 내며 작동중이었다. "저 팬이 공기가 빨려들어가는 곳입니다. 빨려간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만 필터에 흡착되죠." 목소리가 바람에 묻힐 세라 막심 윌리엄스 공장장이 목청을 높였다. 

공장은 대기 중에서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 '직접탄소포집(DAC)' 기업 '클라임웍스'가 운영하는 '매머드'라는 이름의 공장이다. 클라임웍스는 5월부터 매머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탄소 포집 기기인 매머드는 내연차 약 7800대가 한 해 동안 내뿜는 탄소량과 맞먹는 3만 6000톤의 탄소를 매년 빨아들인다. 

● 바람과 지열 등 자연환경 활용해 탄소 포집·저장

매머드가 위치한 지역은 바람이 거세다. 바람은 팬을 돌리는 데 에너지를 덜 쓰게 해준다. 매머드가 쓰는 에너지 자체도 걸어서 20분 떨어진 지열발전소가 생산하는 값싼 에너지를 쓴다. 자연환경을 활용해 그만큼 DAC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클라임웍스가 DAC 기술로 포집한 탄소는 아이슬란드의 탄소 저장 기술 기업 '카브픽스'가 지하에 저장한다. 탄소를 지하로 주입하는 시설로 이동하니 지하로 연결된 파이프에서 '철컥!' '퐝!' 하는 소음이 귀에 꽂혔다. 윌리엄스 공장장은 "탄소가 섞인 물이 높은 압력을 받아 지하로 주입되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1000m 지하 현무암 지대에 탄소를 저장하는 과정이다. 현무암과 만난 이산화탄소는 칼슘 이온 등과 반응해 95% 이상의 탄소가 2년 내에 탄산칼슘 등 단단한 탄산염으로 바뀐다. 현무암의 수많은 구멍들이 탄산염으로 채워져 수천년간 유지돼 탄소 포집과 지하 저장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한번에 이뤄지는 셈이다. 

 

현무암의 구멍들을 탄산염이 가득 채운 모습. 지하에서 채취한 샘플이다. 동아사이언스 이다솔 제공

● 탄소 제거 서비스를 구매하는 빅테크 기업들

탄소 포집과 저장이 한번에 이뤄지는 이같은 기술은 빅테크들의 투자에 힘입어 산업화 단계에 들어섰다. 윌리엄스 공장장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발전소의 전기를 막대하게 써야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이 주로 탄소 포집저장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IT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10년 간 10만 톤의 탄소를 제거해주는 조건으로 클라임웍스와 2022년 계약을 맺었다. 구글도 미국의 DAC 기술 스타트업 '홀로센'과 계약하는 등 다양한 DAC 기업에 투자, 지원하고 있다.   

클라임웍스가 판매하는 탄소 제거 인증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자발적 탄소 시장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인정받을 가능성도 있다.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가 정하는 파리협약의 6.4조 메커니즘에서 직접탄소포집및저장(DACCS)을 탄소 제거 활동으로 인정하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올해 결과가 나온다”며 "EU의 탄소배출권 시장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클라임웍스가 100만톤급 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건설 중인 3세대 DAC 시설의 상상도. 2026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착공할 계획이다. Climeworks 제공

● DAC를 둘러싼 규모 논쟁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DAC와 같은 탄소 포집 기술이 기업들의 탄소 감축 활동을 소홀히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옥시덴탈은 DAC로 포집한 탄소 일부를 활용해 더 많은 석유를 추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중국 톈진대 환경공학부 연구팀은 지난 2월 전 세계 지구 공학적 탄소 제거량을 "2050년까지 1기가톤으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논문을 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제거할 경우 오히려 화석 연료 사용량과 산업의 탄소 배출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DAC를 활용하더라도 비용이 훨씬 낮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데이비드 웹 보스턴컨설팅그룹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세계경제포럼에 쓴 칼럼에서 "DAC 기술이 널리 적용되려면 탄소 제거 비용이 톤당 100달러(한화 약 13만 원) 가까이 내려와야 한다”고 썼다.

클라임웍스의 탄소 제거 비용은 톤당 1000달러(한화 약 130만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도 현재 탄소 제거 비용이 톤당 225~600달러(한화 약 30~80만 원) 수준인 것으로 평가했다.

클라임웍스도 비용을 낮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윌리엄스 공장장은 "탄소 흡착제를 개선해서 비용을 줄일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규모”라며 "확장을 위한 자본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시설 규모를 늘려 탄소 제거 비용을 낮추겠단 뜻이다. 이를 위해 클라임웍스는 미국, 케냐 등에 새로운 공장을 짓고 있다. 2050년까지 지금보다 약 3만 배 큰 규모인 1기가톤급의 탄소 제거 시설로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됐습니다.

[아이슬란드= 이다솔 기자 da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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