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꼬리 자르기: 누군지 기억 안 난다고? 그 누구가 김건희일 가능성은?

[슬로우리포트] 대통령 관저 공사 12억 원 수의 계약의 비밀… 자격 없는 인테리어 업체, 코바나컨텐츠 후원사였던 게 우연일까.

감사원이 미루고 미루던 감사결과를 발표했는데 별 내용은 없다. 대통령실은 “특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김건희가 주무르고 있다”는 첫 보도를 했고 참여연대가 국민 감사를 청구한 사건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특혜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게 아니라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 오래 걸린 감사 결과가 아무 내용이 없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간단히 끝날 사건이 아니다. 계속해서 윤석열 정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핵심이다.

2022년 4월, 21그램이라는 인테리어 업체가 대통령실 관저 공사를 맡았다.

12억2400만 원을 수의 계약으로 진행했는데 입찰 공고 이후 낙찰까지 세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수의 계약치고는 규모가 크고 애초에 자격도 안 됐다. 종합건축업 면허가 필요했는데 21그램은 실내건축업 면허만 있는 업체였다.

지난해 공공 조달 사업은 209조 원 규모. 이 가운데 수의 계약은 804만 건에 83조 원 규모. 1건에 평균 1034만 원이었다.

입찰 공고도 “세종시 ○○주택 인테리어 공사”라고 났다.

알고 보니 21그램은 김건희가 운영했던 코바나콘텐츠의 이벤트에 후원사로 여러 차례 참여했던 업체였다. 여기까지가 확인된 사실이다.

김건희가 아는 업체를 골라서 맡긴 것 아니냐는 의혹을 검증하는 게 감사의 핵심이다.

1년 8개월 걸린 감사 결과.

감사 보고서를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감사원은 “보안상 필요가 있는 경우 수의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면서 “집무실과 관저는 국가보안시설이라 이런 계약 방식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관저와 같은 주요 국가 시설 공사에 자격이 없는 하도급 업체의 공사 참여 등 공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의 조처에 그쳤다.

필요한 질문.

첫째, 21그램을 누가 선택했나.

둘째, 21그램이 자격이 안 된다는 걸 몰랐나.

셋째, 준공 검사를 왜 안 받았나.

애초에 자격이 안 되는 업체를 덜컥 선정해 놓고 보니 다른 업체를 끌어들여야 했는데 제대로 계약도 맺지 않고 비서실에 통보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21그램이 맡을 수 없는 공사를 하도급을 준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남는 의문.

김오진(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감사원 조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수위 내 관련된 분들, 경호처 등에서 업체들을 찾아 추천했고 21그램을 추천한 분들이 현 정부와 밀접한 분들이어서 그분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업체의 보안 유지 가능성을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추천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보안 유지 필요성 때문에 추천을 받았다면서 정작 누가 추천했는지 모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21그램 대표 H는 “2022년 4월 비서실을 통해 공사 참여 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별다른 검증 없이 불려 왔다는 이야기다.

김오진은 “실력이 있고 보안 유지가 가능한 업체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했지만 정작 21그램이 자격이 안 된다는 걸 알고 다른 건설사를 섭외해 오라고 요청했다. 이 업체는 실제로 공사에 참여하지 않고 면허만 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는 어느 회사 소속인지 모르는 인부들이 뒤섞여 있었다고 한다. 21그램이 하도급을 준 37개 업체 가운데 19개 업체가 자격이 없는 업체로 드러났다.

공사비는 처음 계약할 때 12억2400만 원이었는데 30억 원 이상으로 뛰었다. 늘어난 공사비를 정산하려고 보니 애초에 21그램은 인테리어 공사 외에 다른 공사를 수주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미 진행한 공사를 다른 업체 명의로 처리하는 것도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감사원은 21그램 등이 얻은 명목상 매출과 매입의 차액이 2억6549만 원에 이른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이윤(8.5%)을 넘지 않았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준공 도면을 제출하지 않아 도면대로 시공이 이뤄졌는지 확인조차 안 되는 상황이었다는 대목도 놀랍다. 도면도 없이 비서실과 경호처가 안전점검을 직접 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집무실 공사에서 공사비가 과다 지급되는 등의 비리가 확인됐지만 지엽적인 문제와 뒤섞으면 안 된다. 핵심은 관저 공사에 김건희가 어디까지 개입했느냐를 밝혀내는 것이다.

스모킹 건이 될까.

윤석열의 검찰 선배라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김건희가 도배지나 수도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

국정농단 사건은 작은 데서 불꽃이 튄다. 박근혜 때도 우병우(당시 민정수석) 처가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최순실로 이어졌다. 감사원이 뭉개고 있는 데서 뭔가 큰 게 나올 수도 있다. 김건희가 직권 남용 혐의로 추가 고발될 가능성도 있다. 김건희가 선을 넘는 게 이것 뿐일까.

결국 특검 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Copyright © 슬로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