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김건희 리스크’에 “나라와 당이 사는 방안 선택하겠다”

조미덥·민서영 기자 2024. 10.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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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외 당협위원장 토론에서 밝혀
전날 친한계 의원단 만찬 이어
이날은 당협위원장들과 오찬하며
친한계 구축, 힘키우기 나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친한동훈(친한)계 의원들과 만찬을 한 데 이어 7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하며 당내 접촉면을 넓혔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친한계 구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관련해 “나라와 당이 사는 방안을 선택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당 연수에 참석한 원외 위원장 90여명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오찬을 했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 공약이자 원외 위원장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던 지구당 부활을 이뤄달라는 요청을 받고 “더불어민주당도 하겠다고 했다. 이건 해야 하고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한 대표는 지구당 부활에 현역 의원들의 반대가 있으니 원외 위원장들이 힘을 발휘해달라는 당부도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헤드 테이블에 앉은 한 원외 위원장은 한 대표에게 “당정갈등 신경쓰지 말고 싸움 걸면 피하면서 당의 혁신과 민생에 집중하며 한 대표의 정치를 하라”고 조언하니 한 대표가 “그러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에 진행한 원외 위원장과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의견이 있는데 그건 지역민들을 제대로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나는 나라와 당이 사는 방안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한 대표는 다만 “이 건은 위험한 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답답해 보이겠지만 해당 사안의 경우엔 심각하고 조심히 다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한 당협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한 대표는 전날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자리에서는 “물러나지 않겠다.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만찬엔 당직을 맡은 장동혁·서범수·박정하·진종오 의원을 포함해 송석준·배현진·박정훈 의원 등 전당대회 때 한 대표를 도운 의원들, 6선의 조경태 의원, 대통령실 출신의 주진우 의원, 초선의 김건·김상욱·김재섭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만찬에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한 대표는 “야당의 공세를 보면서 대응하자”고 했다고 한다. 또 야당의 김 여사 특검법에 무조건 반대만 해선 안 되고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김 여사 사과는 타이밍이 좀 늦었다”며 “국정감사에서 더 뭔가 (의혹이) 나온다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한계 세력 확대를 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만찬에선 다음에는 의원을 한 명씩 더 데려와서 50명을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한다. 박 의원은 당내 친윤석열(친윤)계를 20~30명, 중립지대 의원을 40명 이상으로 꼽으며 “그 분들(중립지대)의 생각이 점점 한 대표와 싱크로(동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 대표 입장에선 의대 정원과 김 여사 사건 대응 등에 있어 윤 대통령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지렛대로 쓸 당내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친한계가 뭉쳐 김 여사 특검법에 찬성하거나 기권한다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은 무력화된다.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여당 내 친한계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수밖에 없어진다는 것이다.

친윤계는 친한계 세력화에 반발했다. 권성동 의원은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이렇게 공개적, 노골적으로 식사 모임을 한다고 광고하며 모임을 가진 것을 본 적은 없다”며 “자칫 친한계끼리 만찬을 했다는 이런 것이 당에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인사는 “전당대회 때는 한 대표 따르는 의원이 30여명이라더니 줄어든 것 아니냐”며 “의원 면면도 별로 영향력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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