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가격은 다른 휴게소 간식

이 사진을 보라. 개그맨 이영자가 한 방송에서 소개해 대박 난 안성휴게소 소떡소떡이다. 근데 여기 뿐 아니라 다른 휴게소에서도 이영자가 먹은 것과 완전 똑같이 생긴 소떡소떡이 눈에 띈다.

실제로 대부분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호두과자, 알감자, 어묵, 핫도그, 핫바, 직화구이 오징어, 떡볶이 등 죄다 비슷비슷한 품목의 음식을 팔고 있는데 상호간에 무슨 메뉴 불가침 조약이라도 맺은걸까? 유튜브 댓글로 “휴게소 간식은 왜 다 똑같을까”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일단 심심한 사과부터. 얼마전 왱 커뮤니티에 ‘휴게소에 간다면 꼭 먹는 간식’ 투표를 했는데 핫도그, 핫바가 근소한 차이로 1등을 차지했다. 근데 투표 항목이 4개밖에 없어서,호두과자와 델리만쥬를 빼먹은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아무튼, 휴게소 간식은 1971년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 서울과 강릉을 오가던 사람들이 먹던 찐빵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여러 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간식 종류도 보다 풍성해졌다.

근데 직접 확인해보니 현재 팔고 있는 간식 대부분은 어느 휴게소나 다 비슷했다.음식 모양 뿐 아니라 맛 조차도 거의 같다는 얘기가 많다.

너무 궁금해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도로공사에 물어봤는데,휴게소 간식 납품업체 현황은 따로 관리를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납품업체들을 추적한 결과 와이앤비푸드라는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이 업체가 전국 211곳의 휴게소 간식 가운데 90% 이상을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와이앤비푸드 관계자]

“저희 제품이 한 군데라도 있는 곳을 기준으로 했을 때 90%라서. 거의 저희 거 다 들어간다고 보시면 되고요”

이 회사는 앞서 말한 이영자 소떡소떡으로 유명세를 탄 회사다. 최근 나혼자산다에서 배우 구성환이 휴게소 간식을 즐기는 장면도 화제가 됐는데.그때 먹은 토네이도 핫도그도 이 회사 제품이라고 한다.

이 업체가 휴게소 음식을 대량으로 납품하니당연히 맛이나 모양이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 이 사진은 업체에서 휴게소에 제공하고 있는 간식 리스트다. 이중에선 소떡소떡과 마약핫도그가 가장 잘 나간다고.

그러면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휴게소는 음식이 좀 다를까? CJ 프레시웨이가 관리하는 충남 당진의 ‘행담도 휴게소’에 물어봤는데이곳에서도 CJ가 제작한 제품뿐만 아니라 와이앤비푸드가 제공하는 음식을 받고 있다.

[CJ 프레시웨이 관계자]

“호떡 파시는 분들은 호떡 팔고 소떡소떡 파시는 분은 그렇게 또 재임대를 주는 거예요”

그 배경에는 위생문제가 있다. 지난해 서울-양양고속도로의 한 휴게소 식당에서 사용하는 식기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는 폭로도 있었고.

지난 3년간 고속도로 휴게소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도 23건이나 된다.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 되는데, 휴게소 위생 자체가 별로인 곳이 많다 보니 대량 납품되는 간식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도 있다고.

게다가 휴게소 손님들은 익숙한 맛과 빨리 나오는 음식을 선호한다. 그러다 보니 신속한 서비스와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휴게소 측도 업체로부터 간식을 받아 간단히 데운 후 팔고 있는 것.

취재하다가 알게 된건데, 같은 납품 간식이라고 해도 휴게소마다 파는 가격이 다르다.예로 김천휴게소는 소떡소떡이 3000원인데 처인휴게소는 4500원이다.

안 그래도 요새 물가가 미쳐가지고, 휴게소 간식 하나 사먹기도 고민된다는 얘기가 많은데. 휴게소가 관광지와 가깝거나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경우 더 비싸기도 하고 물류비나, 유통경로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진다고 한다.

휴게소 측 사정은 알겠는데, 소비자 입장에선 휴게소별 특색이 사라져서 아쉽다. 강릉대관령휴게소 감자 핫도그, 광주휴게소 무등산 고로케 같은 유니크한 상품이 있긴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간식 종류가 점점더 획일화 되고 있다. 휴게소 직원들이 직접 만든 수제 간식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편리함과 속도도 중요하지만, 지역 특산물을 활용하거나 차별화된 레시피를 활용한 특색있는 간식들이 늘어나면운전자들도 휴게소를 방문하는 재미가 더 커질 것 같다. 음식 가격도 좀 내려주면 좋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