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증권사 생존전략]① '자본 대신 기술' 토스증권의 선택과 한계

/사진=토스증권 제공, 챗GPT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 사이의 자본과 사업 규모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토스증권은 증권사의 전통적인 성장 경로와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발행어음이나 기업금융 확대를 통한 외형 경쟁보다는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 시장에서 기술과 고객 경험을 앞세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9일 토스증권은 대형 증권사와의 자기자본 격차를 정면으로 좁히기보다 경쟁의 기준이 다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개인 투자자 대상 시장은 자본의 규모에 비례하기보다 기술 역량과 고객 관점의 접근이 성패를 결정짓는 시장"이라며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해 왔고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통해 리테일 시장의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증명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토스증권은 대형 증권사들이 강점을 지닌 기업금융이나 대체투자 등 자본 집약적 사업 영역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대신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군 확대와 서비스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회사 측은 '투자의 힘을 모두에게'라는 비전을 내세워 리테일 서비스 혁신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토스증권 전략의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스스로를 기술 기반 증권사로 규정해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투자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인공지능 기반 실적 발표 번역 서비스인 AI 어닝콜과 인공지능 분석 서비스인 AI 시그널이다.

AI 어닝콜은 해외 기업의 실적 발표를 실시간 스트리밍과 국문 번역으로 동시에 제공하는 서비스다. 토스증권이 자체 개발한 금융 특화 번역·요약·분석 기술을 적용해 해외 정보 접근 과정에서의 언어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시그널은 뉴스와 공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시장 변동의 원인을 요약 제공하는 기능으로 투자 판단 과정에서 참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이러한 기술 중심 전략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토스증권의 사업 구조는 투자중개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거래대금 변화에 실적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개인 투자자 거래가 위축될 경우 실적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확장 전략의 제약도 분명하다. 토스증권은 기업금융이나 대체투자 등 자본 집약적 사업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따른다. 기술과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전략이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더라도 이를 넘어서는 외형 성장 경로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리테일·플랫폼 중심 구조에 대한 의존도 역시 양면성을 지닌다. 토스증권은 "현재의 리테일·플랫폼 중심 구조는 단순한 과도기가 아니라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하지만 플랫폼 환경 변화나 이용자 행동 변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플랫폼 기반 전략의 특성상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장치가 충분한지가 향후 관건으로 꼽힌다.

자산관리 서비스도 아직은 준비 단계다. 토스증권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관련 인력을 채용하며 서비스 구체화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한 대형 증권사들과 비교해 가시적인 성과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토스증권의 전략을 두고 "자본 경쟁에서 벗어나 경쟁의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토스증권은 발행어음이나 기업금융처럼 자본 규모가 성패를 좌우하는 영역과 거리를 두고 기술과 고객 경험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만 이 전략이 거래대금 변동이나 시장 사이클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인지가 향후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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