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조용히 단종됐던 기아의 소형 SUV 스토닉이 풀체인지급 변신을 거쳐 유럽 시장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과거 국내에서 판매 부진으로 쓸쓸히 퇴장했던 그 차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1천만 원대 가격에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까지 갖춘 신형 스토닉의 등장은 준중형 세단 시장을 장악한 현대 아반떼에도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전망이다.
단종 5년 만에 환골탈태, “이게 진짜 스토닉?”
기아는 지난 9월 1일 2025년형 신형 스토닉을 글로벌 공개했다. 2차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체인지에 가까운 대격변이다. 전면부에는 기아 최신 전기차 EV9에서 볼 수 있는 수직형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주행등이 적용됐다. 슬림해진 그릴과 GT-라인 전용 알루미늄 스키드 플레이트는 소형 SUV답지 않은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다.

측면 디자인 변경으로 전장이 기존 대비 65mm 늘어나면서 실내 공간도 개선됐다. 신규 16인치 및 17인치 휠 옵션이 추가됐고, 후면부에는 ㄷ자 형태의 스타맵 시그니처 테일램프가 배치돼 기아 SUV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과거 셀토스와 레이 사이에서 존재감이 애매했던 구형 모델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1천만 원대에 12.3인치 듀얼 디스플레이? 이건 사기급
진짜 충격은 실내에서 터진다. 문을 열면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맞이한다. 이는 기아 플래그십 모델에나 들어가던 프리미엄 사양이다. 소형 SUV 치고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여기에 신형 스티어링 휠, 앰비언트 라이트, 무선 스마트폰 충전 패드, USB-C 포트, 공조 및 인포테인먼트 통합 제어 패널까지 대거 탑재됐다. 안전 사양도 빈틈없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등 최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트렁크 용량은 352리터로 실용성도 놓치지 않았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탑재, 연비도 완벽
파워트레인은 현대 캐스퍼에도 적용된 1.0리터 3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이 기본이다. 기본형은 최고 출력 99마력(100PS),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모델은 113마력(115PS)을 발휘한다. 사양에 따라 6단 수동 및 7단 DCT 변속기가 맞물려 전륜구동 방식으로 구동된다.
MHEV 시스템은 48V 배터리와 통합형 스타터 제너레이터(ISG)를 활용해 감속 시 회생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고, 출발 및 가속 시 엔진을 보조해 연비를 극대화한다. 유럽 도심 주행 환경에 최적화된 설정이다. 국내에 들어온다면 경차 수준의 유류비로 SUV를 즐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재출시 가능성은? 셀토스와 팀킬 우려
문제는 국내 출시 가능성이다. 기아는 현재 신형 스토닉의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미 소형 SUV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셀토스가 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한 셀토스는 2,169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대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신형 스토닉이 유럽에서 책정된 가격은 1,000만 원대 중반으로 예상된다. 만약 국내에 들어온다면 1,700만 원 안팎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셀토스보다 약 400만 원 저렴한 가격이다. 기아 입장에서는 자사 모델 간 판매 간섭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번 실패한 모델을 다시 들여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뜨겁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이 정도면 셀토스 팀킬해도 인정”, “1,700만 원에 이 사양이면 무조건 산다”, “재출시하면 셀토스 폭망인데?” 같은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아반떼 구매를 고민하던 2030 세대가 관심을 보이면서 세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반떼 위협하는 가격 경쟁력
현대 아반떼는 2025년형 기준 1.6 가솔린 스마트 트림이 1,994만 원부터 시작한다. 신형 스토닉이 1,700만 원대로 국내 출시된다면 약 300만 원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SUV 특유의 높은 시야와 넓은 적재 공간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특히 MZ세대는 세단보다 SUV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2025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 통계를 보면 준중형 세단 시장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반면, 소형 SUV 시장은 12% 성장했다. 가격까지 합리적이라면 세단에서 SUV로 수요가 더욱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아반떼는 2025년형 모델에서 무선 충전 시스템과 12.3인치 내비게이션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대응했지만, 신형 스토닉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MHEV 연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형제 브랜드의 역습이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유럽 시장 공략 후 역수입? 기대감 증폭
기아는 신형 스토닉을 통해 유럽 소형 SUV 시장 공략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T-크로스, 르노 카푸르, 닛산 쥬크 같은 강력한 경쟁 모델들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신형 스토닉의 압도적인 상품성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평가다.
만약 유럽에서 판매가 성공적이라면 국내 역수입 가능성도 열린다. 과거 기아 스팅어가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고 국내에 역수입된 사례가 있다. 신형 스토닉도 유럽에서 검증을 마친 후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신형 스토닉의 상품성은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준”이라며 “셀토스와의 판매 간섭 우려가 있지만, 가격대를 차별화하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준중형 세단 고객을 소형 SUV로 끌어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소형 SUV 시장 지각변동 예고
신형 스토닉의 등장은 단순히 한 모델의 부활을 넘어 소형 SUV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1,700만 원대에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MHEV, 최신 ADAS를 모두 갖춘 차량이 등장한다면 기존 시장 질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대 베뉴는 1,809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파워트레인과 실내 사양에서 신형 스토닉에 밀린다. 쌍용 토레스 EVX 같은 전기차들도 보조금 축소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신형 스토닉이 국내에 상륙한다면 소형 SUV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반떼를 비롯한 준중형 세단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SUV 선호 트렌드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비슷해진다면 세단 시장 축소는 불가피하다. 2025년 하반기 자동차 시장은 신형 스토닉의 국내 출시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단종 5년 만에 완벽한 변신으로 돌아온 기아 스토닉. 과연 국내 도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기아의 최종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