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조류독감에 걸린 양이 발견되면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포유류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H5N1이라고도 알려진 이 바이러스는 이전에도 소나 야생 포유류에서 발견된 바 있다.
20년 전 조류독감이 등장한 이후 이 변종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도 수백 명에 달하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사망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현재까지는 H5N1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조류독감'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전파되나?
조류 인플루엔자(조류독감)는 일반적으로 가금류 및 야생 조류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으로, 그 역사는 약 100년 정도 된다.
현재는 조류뿐만 아니라 여우, 들개, 물개, 수달과 같은 일부 야생 포유류도 조류독감에 걸리고 있다.
현재 가장 널리 퍼진 변종인 'H5N1' 바이러스는 1996년 중국 남부와 홍콩에서 처음 보고됐다.
조류의 배설물, 타액 또는 오염된 사료나 물을 통해 불과 며칠 안에 축사 내 가축 가금류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H5N1 바이러스는 소에도 번져나가 미국에서는 올해 3월 25일 기준 17개 주에 걸쳐 989개 소 떼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공기전염병처럼 소에서 소로 자연적으로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젖소의 유선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우유를 통해 전염되었다고 말한다.
영국의 동물 과학 연구 센터인 '피어브라이트 연구소'의 토마스 피콕 박사는 "오염된 착유 기계를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올해 3월 말,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소재 소규모 농장에서 암양 한 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 농장에는 양과 가금류 무리가 함께 섞여 지내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H5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개국에 걸쳐 최소 954명에 달하며, 이 중 464명이 숨졌다. 감염자들은 감염된 조류나 동물 등과 밀접하게 접촉했다.
감염 사례 대부분이 아시아에서 발생했으나, WHO에 따르면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에서도 보고되었다.
지난해에는 미국과 더불어 캄보디아, 베트남, 호주, 캐나다에서도 사례가 보고되었다.
지난해 6월 초에는 59세 멕시코 남성이 이전까지는 인체 감염 사례가 발견된 바 없는 또 다른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H5N2'로 사망했다. 멕시코의 몇몇 가금류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병하긴 했으나, 이 남성의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진 바 없다.
WHO는 핸들링, 도태, 도축 등 감염된 동물과의 직간접적인 접촉이 인체 감염 위험을 높인다고 말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 시 가벼운 독감과 유사한 증상에 그칠 수도 있으나 폐렴과 같은 치명적인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유를 마셔도 안전할까?
FDA를 비롯한 미국 내 관련 당국 및 연방 기관은 저온 살균(우유를 일정 시간 동안 저온으로 가열해 유해한 박테리아 및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열처리 살균법)된 우유는 마셔도 안전하다고 말한다.
FDA는 저온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마시지 말라고 조언한다.
H5N1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방법은?
FDA는 젖소에서 H5N1 바이러스가 처음 검출된 이후 전국의 젖소와 쇠고기는 물론 각종 유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당국도 농장 가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요크셔 지방에서 양의 감염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콜롬비아 당국과 유사하게 미국산 소에 대한 수입 요건을 강화하고 나섰다.
한편 현재까지 조류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으나, 일부 국가에서는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영국 왕립수의대학의 생물학자인 제이나 라그와니 박사는 백신이 비교적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다고 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경우 (백신 연구를) 처음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라그와니 박사는 "그리고 우리는 기존 독감 백신이 어떻게 면역 반응을 유도하고,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개발된다면 가금류 농장 노동자, 수의사, 모피 농장 노동자, 질병 연구 과학자들에게 먼저 배포될 것이다.
'바이러스가 자리를 잡으려는 시도'
과학자들은 H5N1 바이러스가 현재는 인간에서 인간으로 전염될 수는 없으나, 언젠가는 전염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영국 글래스고 대학 '바이러스 연구 센터'의 에드 허친슨 박사는 "현재 진행 중인 바이러스이기에 우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WHO의 '글로벌 인플루엔자 프로그램'을 이끄는 웬칭 장 박사는 "각 인체 감염 사례는 이 바이러스가 인체에서도 자리를 잡으려는 시도"라면서 "아직까진 그 가능성이 희박하나, 단 한 번이라도 성공하게 된다면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쌓은 경험과 예방 조치가 H5N1 바이러스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조류독감이 발생한 국가에서는 음식, 그중에서도 날 가금류를 취급하기 전에는 반드시 따뜻한 물과 비누로 손을 씻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살아 있는 조류나 가금류와의 접촉을 피하길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