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사라지고 싶지 않아” 中시위 참가 여성, 체포 직전 영상엔...

박선민 기자 2023. 1. 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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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전 영상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는 차오즈신. /유튜브

지난해 중국의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를 계기로 젊은 여성들이 저항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젊은 여성들이 자발적 네트워크를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 여성이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기 직전 남긴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코로나 봉쇄 시위 이후 중국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인민대 졸업생 차오즈신(26)의 사례를 소개했다.

코로나 봉쇄 시위는 지난해 11월 24일 신장위구르지역 우루무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도화선이 됐다. 조기 진화에 실패하면서 당시 18명이 사망했다. 이후 코로나 방역을 위해 설치된 장치들 때문에 희생자들이 대피하지 못하고, 진화가 지연돼 피해가 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 봉쇄에 반발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차오즈신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통해 친구들을 모아 지난해 11월 27일 시위에 동참했다. 이틀 뒤 차오즈신은 경찰에 붙잡혀 몇 가지 질문을 받고 풀려났다. 시위에 함께한 친구 최소 5명도 같은 일을 당했다. 이후 경찰은 차오즈신을 포함해 시위에 참여한 여성 8명을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지난 6일까지 구금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중국 홍콩 홍콩대에서 열린 우루무치 화재사건 피해자 추도식에서 여성들이 중국 정부의 코로나 규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 백지를 나눠주고 있다. 같은 달 24일 신장 우루무치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 당시 각종 봉쇄용 장치들이 진화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중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흰 종이를 펴든 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백지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들이 처한 상황은 차오즈신이 두 번째로 체포되기 직전 찍은 영상이 공개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차오즈신은 영상에서 “우리가 한 일은 시민으로서 평범한 의사 표현일 뿐”이라며 “나는 죄도 없이 사라지고 싶지 않다. 왜 우리를 단죄하려 하는지, 그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호소했다. “부디 우리가 무고하게 잡혀가지 않게 해달라”고도 했다. 3분 남짓한 길이의 이 영상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중국에서는 여성 인권 문제가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마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심지어 여성의 목에 쇠사슬을 채워 인신매매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전부를 남성이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코로나 봉쇄 시위가 맞물리며 젊은 여성들이 조직되지 않은 자발적 네트워크를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국 선임연구원 야추왕은 “새로운 세대의 시위대가 기존 활동가들과 다른 점은 이들의 요구가 더욱 광범위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봉쇄 반대뿐 아니라 시민권과 여성권, 성 소수자 권리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권변호사 루먀오칭은 “시민사회가 무너졌다고 생각한 순간 수만명이 거리로 나왔다”며 “더 많은 사람이 일어나 시위에 동참하도록 영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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