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도 실버타운 '0'…"800만 노인 투명인간 취급하는 정책"
[땅집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니어타운(노인복지주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건물을 지을 땅이 부족한 상황에서 3기 신도시를 활용해 분양·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15년 전 ‘도시계획시설’에서 빠진 분양·임대형 노인복지주택을 다시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것이다. 도시계획시설은 도시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시설로, 통상 도시관리계획을 통해 구체화된다.
3기 신도시는 서울과 가깝고 의료시설·교통망이 들어서는 데다, 노인복지주택을 지을 수 있는 녹지 비율도 높다. 노인복지주택은 한 두가지 질병을 안고 있어도, 혼자 생활이 가능한 어르신이 가는 곳이다. 의료 기술 발전으로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 3기 신도시 실버타운, ‘사회복지시설=비영리 단체’ 통념 깨야 나온다
최근 업계에선 분양·임대 사회복지시설을 ‘기반시설’(도시계획시설)에 다시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시 · 군계획시설의 결정 · 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 107조는 2010년 개정을 통해 분양·임대형 사회복지시설은 도시계획시설에서 제외했다.
당시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은 주로 비영리를 목적으로 사회복지 증진에 이바지 하는 곳으로,모든 용도지역에서 설치를 허용하고 필요한 토지 등을 수용할 수 있다”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설에 이런 혜택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도시계획시설은 우리나라 도시계획 관련 법의 체계상 최상위법인 ‘국토계획법’에 따라 총 7개로 나눠진다.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관리계획 수립으로 구체화되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단, 도시계획시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1700만평 3기 신도시, 실버타운 부지 나올까?
임대·분양형 사회복지시설이 도시계획시설에 포함되면 기업이나 공공이 3기 신도시 실버타운을 지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셈이다. 실버타운의 법적 명칭은 노인복지주택·유료요양시설로, 모두 사회복지시설의 한 종류다. 노인요양시설인 요양원을 지을 길도 열린다.
3기 신도시는 정부가 하남교산 등 27곳에서 40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하는 개발사업이다. ▲남양주왕숙1, 1938만㎡ ▲고양창릉, 789만 ㎡ ▲하남교산, 686만㎡ 등 총 부지만 5796만㎡(1753만평)에 달한다. 서울 면적(605㎡)의 9배 수준이다.
노인복지주택은 통상 사회복지용지에 들어서지만, 어린이집이나 종교시설과 함께 녹지에 지을 수도 있다. 경기 용인 ‘스프링카운티자이’는 자연녹지지역,보전녹지지역에 들어선 노유자시설이다. 3기 신도시의 평균 공원 녹지 비율은 34% 수준으로, 1기 신도시(19%)와 2기 신도시(30%) 기준을 상회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 “도시계획시설은 사회와 시민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라면서 “노인주거시설 역시 의료 등 생활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에다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이 증가하는 만큼, 3기 신도시 등 서울과 가까운 부지에 노인복지시설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800만 ‘老 인구’ 15년 뒤 1700만…‘실버타운 대란’ 불가피
공공이 짓는 사회복지시설만 도시계획시설로 인정받은 사이 고령 인구가 이용할 만한 시설의 수는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노인복지주택은 수요 증가로 대기 기간이 수년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6389명이던 노인복지주택 입소자는 5년 뒤(2023년) 8840명으로 40%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고작 3개(35개→38개) 더 생겼다.
이러한 시니어타운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800만명대던 65세 이상 인구는 2040년에는 1724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난다. 2050년에는 1891명으로,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전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고 있는 국가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걸린 기간은 단 7년. 오스트리아 53년,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보다 훨씬 빠르다.
이기동 더시그넘하우스 청라점 대표는 “수도권에서는 시니어타운을 지을 수 있는 땅이 너무 부족하다”며 “시니어타운은 어르신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해 장기적으로 국가 장기요양보험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인 만큼, 국가가 공급을 늘리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