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커 9X, 프리미엄 전기 SUV 시장을 뒤흔들다
올해말 한국 진출이 확정된 중국 지리자동차 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또 한 번 글로벌 무대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대형 플래그십 SUV ‘9X’가 공개 직후 단 한 시간 만에 4만2,000대의 사전계약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중국 내수 인기 차원을 넘어, 세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지커의 전략적 행보로 보고 있다.

초대형 차체와 럭셔리 공간, 새로운 SUV 체급 제시
9X는 길이 5.2m, 휠베이스 3.2m를 넘는 초대형 SUV로 설계돼 기존 프리미엄 SUV의 체급을 뛰어넘었다. 이는 제네시스 GV80, BMW X7, 벤츠 GLS 등 기존 대형 SUV들이 자리잡은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크기다. 3열 시트 구조와 2열 독립 시트를 적용해 항공기 비즈니스 클래스급 안락함을 구현했으며, 넓은 실내와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해 플래그십 SUV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공기역학 설계를 적용해 웅장한 차체임에도 주행안정성을 높였고, 대형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와 디지털 콕핏, 맞춤형 조명 시스템을 통해 프리미엄 감성을 극대화했다. 이는 단순히 크고 화려한 SUV가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이동하는 라운지’에 가깝다.

슈퍼카에 버금가는 전동화 퍼포먼스
9X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성능이다. 최상위 트림에는 3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돼 시스템 합산출력 1,381마력, 최대토크 1,500Nm라는 수치를 구현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1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은 전통적인 슈퍼카의 영역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런 폭발적 성능에도 불구하고 지커는 승차감을 포기하지 않았다.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과 전자식 제어 시스템을 통해 노면 상태에 맞춰 차체 높이와 감쇠력을 조절하며, 고속 주행 시 안정성과 코너링 민첩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중심과 고강성 차체는 3톤급 대형 SUV에서도 ‘스포츠카 감각’을 가능하게 한다.

가격 파괴…프리미엄 시장의 균형을 흔든다
지커 9X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격을 준 이유는 단지 크기와 성능 때문만이 아니다. 가격이야말로 가장 큰 변수다. 중국 내 기준 9,30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대는 동급 경쟁 모델보다 최소 30% 이상 저렴하며, 최고 사양도 1억1,000만 원 안팎에 형성됐다.
이는 제네시스 GV80 풀옵션이나 독일 프리미엄 SUV의 중간 트림과 맞먹는 수준이지만, 출력·크기·첨단사양은 그 이상을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돈으로 슈퍼카급 성능을 가진 대형 전기 SUV를 살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지가 열리는 셈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커의 가격 정책이 기존 프리미엄 SUV 시장의 가격 구조를 재편할 수 있다”며 “독일·한국 브랜드가 고수해 온 고가 전략이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율주행·연결성·효율성, 차세대 기술 집약
지커 9X는 레벨3 수준의 첨단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고해상도 라이다 센서와 고성능 칩셋을 기반으로 다양한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고속도로·도심에서 자율주행 지원을 제공한다. OTA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선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의 기능이 진화하는 구조다.
또한 고효율 전력 회생 시스템과 배터리 관리 기술을 적용해 대형 SUV의 한계를 보완했다. 장거리 주행에서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해 총소유비용(TCO)을 낮추고, 충전 시간을 단축해 실용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히 ‘괴물 SUV’가 아니라 ‘스마트 SUV’라는 지커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핵심 포인트다.

한국 시장 상륙 준비, 국산 프리미엄 SUV와 정면승부
지커는 이미 한국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법인 설립과 상표 등록을 완료하고, 중형 SUV ‘7X’와 왜건형 EV ‘001’을 올해 선보인 뒤 2026년에는 9X를 한국에 투입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 프리미엄 SUV 시장은 제네시스 GV80이 주도하고 있지만, 지커 9X가 등장하면 경쟁 구도가 바뀔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나 A/S 체계에서는 국산 브랜드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지만, 지커는 압도적 스펙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검증된 국산 브랜드의 안정감’과 ‘새로운 글로벌 강자의 파격적인 제안’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 SUV 시장의 새로운 판짜기
지커 9X의 등장은 단순히 새로운 모델 발표가 아니라, 프리미엄 SUV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해석된다. 과거 중국산 자동차가 ‘저가’ 이미지에 갇혀 있었다면, 이제는 초대형·초고성능·프리미엄 SUV로 세계 시장의 틀을 흔드는 존재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커는 단순히 차량을 파는 것이 아니라, 전동화·자율주행·럭셔리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하고 있다”며 “이는 기존 브랜드들에게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론: 지커 9X가 던진 파장은 어디까지?
지커 9X는 크기·성능·가격·기술력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글로벌 SUV 시장의 기준을 새로 쓴 모델이다. 3톤급 대형 SUV가 3초대 가속을 기록하고, 1억 원 초반대에 판매되며, 자율주행까지 지원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한국 시장에도 이미 지커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향후 9X가 실제로 상륙하면 국산 프리미엄 SUV 시장과의 정면 승부가 불가피해진다. 소비자들의 기대와 우려, 그리고 기존 브랜드들의 대응 전략이 앞으로 몇 년간 한국 및 글로벌 전기 SUV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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