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거친 마초가 정장을 입었다..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
지프는 오프로더의 명가로써 마초이즘의 대명사 격인 자동차 브랜드다. 요즘 지프 역시 트렌드를 쫓아 전동화에 주력한다. 지프의 전동화 시작을 제대로 보여주는 그랜드 체로키 4x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함께 길었던 추석 연휴 기간 600Km 이상을 주행했다.
시동 버튼을 누르고 EV모드로 서서히 주차장을 빠져나가도 조용하면서도 매끄럽게 움직였다. 지프라는 브랜드를 생각했을때에 첫인상은 너무나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지프 하면 떠오르는 모델은 단연 '랭글러'일 것이다. 하지만 그랜드 체로키 또한 1993년 1세대 모델의 출시 이후 연간 2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지프의 효자 모델로써 자리매김했다.
그랜드 체로키는 4세대까지는 지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그 역할을 잘 해냈지만 5세대 모델에 이르러서는 한 급 위의 왜고니어를 부활시키면서 어느 정도 무게감을 덜어낸 모양새다.
당당한 풍채와 지프의 헤리티지인 7슬롯 그릴은 지프의 DNA를 잘 드러낸다. 럭셔리카답게 크롬으로 장식된 그릴과 반짝이듯이 빛나는 주간주행등은 럭셔리 SUV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 비하면 화려한 장식적인 요소를 최대한 절제하고 미국스러운 디자인 요소가 여럿 반영되었다.
낮은 벨트라인과 넓은 유리 덕에 외부에서도 덩어리감이 더욱 커보이는 인상이다. 뿐만 아니라 실내에 있더라도 시원한 시야각이 운전의 만족도를 더한다.
샤프한 인상의 전. 후면 램프는 단단하고 볼드한 느낌으로 기존 세대의 그랜드 체로키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특히 MFR 타입의 헤드 램프는 지능형 헤드램프 같은 첨단 기능을 탑재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광량을 제공해 밤 운전에도 만족도가 높은 부분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핸들 에어백 중앙의 지프 엠블럼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화사하고 고급스럽다. 우드 트림과 조합된 베이지 톤의 가죽시트는 럭셔리하다. 마사지, 열선, 통풍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2열도 열선, 통풍 기능을 지원해 동급 수입차 대비 확실한 옵션 우위를 보인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10.25인치 계기판 디스플레이가 장착되어 있어 지프가 옵션에 인색한 수입차라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타파했다. 다만 계기판의 UI의 글자가 너무나도 작고 하나의 화면에 모든 정보를 표출하려는 탓인지 시인성이 떨어진다.
중앙에는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와 공조 장치 조절 스위치, 구동 방식 다이얼이 구성돼 있다. 터치식 조작을 최대한 줄이고 버튼으로 대체해 사용성이 편리하고 직관적이다. 또 USB-C와 USB-A 단자를 두 개씩 마련해 구형 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해도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서밋 리저브 트림에 한 해 Hi-Fi 오디오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매킨토시’사의 사운드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19개의 스피커가 섬세하고 웅장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한국 특화 사양으로 ‘Uconnect T맵 내비게이션’이 기본 장착됐다. 별다른 폰 프로젝션 없이도 내비게이션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도 지원한다.
시승차는 4xe 서밋 리저브 트림으로 숏바디 사양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롱보디 모델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운전석 앞휀더에 자리 잡은 충전 포트와 엠블럼에 적용된 푸른색 악센트가 전동화 모델임을 은은히 드러낸다.
대배기량의 자연흡기 혹은 슈퍼차저 엔진에 거대한 덩치에서 오는 위압감은 미국차의 상징과도 같은 모습이다. 2021년 5세대로 거듭난 그랜드 체로키는 전형적인 미국차의 단점을 꽤 탈피했다.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전기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했다.
운전석 좌측 하단에 하이브리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마련돼 있다. 완전한 전기 모드만으로 주행하는 일렉트릭, 스스로 동력원을 판단해서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최대한 엔진만으로 구동하는 e-세이브 모드로 배터리 충전량에 따라서 일렉트릭과 하이브리드 모드가 자동으로 선택된다.
약 40km 정도는 완전한 전기차처럼 전기모터로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 모드 답게 상당히 조용하다. 일렉트릭 모드에서는 매끄럽게 100km/h까지 가속을 이어가도 엔진은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단 악셀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그제서야 엔진이 구동한다.
시승 도중 3번 충전을 진행햇다. 최대 EV 주행거리는 47Km에 달한다. 일상적인 출퇴근 거리라면 전기차로 주행이 가능한 셈이다. 약 39km를 주행했더니 엔진이 가동한다. 냉간 상태라 그런지 온도가 오를 때까지 잠시 소음이 들렸지만 정상 온도치가 되자 금세 존재감을 숨긴다. 272마력을 내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전기모터 보조 없이도 토크가 40.8kg.m에 달한다. 2.5톤에 달하는 큰 덩치를 잘 이끌어나간다.
ZF 트랜스미션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전기모터 2개가 각각 63마력, 145마력을 낸다. 전기모터만으로도 일상 영역에서의 충분한 출력을 제공하는데다 400V, 15.04k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해 효율과 성능을 극대화했다. 시스템 합산 최대출력은 375마력이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1%대의 배터리 잔량에서 회생제동을 통한 발전으로 일시적인 전기 주행이 간간이 이루어졌다. 최대 7%까지 충전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어느 정도 출력 보조까지 꾸준히 이어져 연비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 하이브리드 동력원의 전환 과정이 매끄럽고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의 정숙하면서 부드럽다. 계기판 상의 파워 게이지를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엔진이 구동되는 지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
3일간 약 670km 정도를 주행한 뒤 계기판에 표기된 연비는 11.5Km/L에 달했다. 배터리 충전은 3번을 했고 장거리 주행이 많아 사실상 거의 하이브리드 모드로만 주행한 결과다. 2.5톤의 무게와 큰 덩치를 감안하면 준수한 연비를 보여주었다.
안정성이 높은 주행보조 장치(ADAS) 시스템은 운전의 피로도를 크게 낮춰준다. 농촌의 비포장 도로를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차고조절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의 만족도가 컸다. 다만 중저속에서의 단단한 승차감은 호불호가 갈릴만한 요소다.
그랜드 체로키 4xe는 미래로 향할 지프의 고심이 엿보이는 차다. 수준급의 하이브리드 파워 트레인의 완성도는 칭찬할 만한 요소다.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내 외관 디자인과 고급감은 미국차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데 충분했다.
단지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시승한 서밋 리저브 트림은 1억 1190만원부터 시작한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럭셔리 SUV도 충분히 노려볼만한 가격이다. 고급감에서는 우위를 점하지만 체급상 동급 미국 경쟁 차종인 익스프롤러 FHEV(하이브리드)와 비교하더라도 2천만원가량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이 선택을 망설이게 할 요소다.
그럼에도 캠핑장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다가도 도심에서 전기만으로 조용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럭셔리 SUV를 찾는다면 지프 그랜드 체로키 4xe는 자질이 충분하다.
한 줄 평
장점 : 고급스러운 내외관 디자인, 부드러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단점 : 1억원이 훌쩍 넘는 가격, 경쟁 차종 대비 강력한 한방이 부족
김태현 에디터 th.kim@carguy.kr
지프 그랜드체로키 4xe
엔진
2.0L 직분사 가솔린 터보
변속기
8단 자동
구동방식
4륜구동
전장
4900mm
전폭
1980mm
전고
1790mm
축거
2965mm
공차중량
2555kg
엔진출력
272마력
전기모터출력
63/145마력
시스템총출력
375마력
최대토크
40.8kg.m
복합연비
12km/L
시승차 가격
1억 11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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