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 건축은 내 집 짓는 예산을 얼마나 줄여줄까

- 일반 현장 건축 VS 모듈러 건축 비용
집짓기를 준비 중인 예비 건축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예산’에 관한 부분이다. 공간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통해 훌륭한 공간 계획이 세워졌다고 하더라도 최종 도출된 예산이 수용 범위를 넘어선다면 무용지물의 계획안으로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정승권 대표(플레이서스)
자동차, 선박 등과 같이 ‘건축’ 역시 여러 요소들로 모인 집적 산업이다. 구성하는 수많은 자재들이 있고 공정별로 많은 전문 인력들이 투입된다. 그 요소별로 단가가 책정되고 전체 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소위 단순히 일컬어지는 평단가 기준은 큰 의미가 없는 이야기일 수 있다. 30평이라는 동일 평형에서도 디자인에 따라 평단가가 달라질 수 있다.
PART 03에서는 그렇다면 과연 어떤 부분들이 전체 건축비용을 결정하는지 큰 틀에서 살펴보고 비용 절감을 위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그 부분에 모듈러 건축은 어떤 장점이 있을지 살펴본다.

토지 구입, 전체 예산의 30% 이상 차지
건축비용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큰 틀에서 살펴보자면, 가장 큰 부분은 토지 구입이다. 외곽 지역의 전답에서부터 도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지의 매입 단가가 있겠지만 전체 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토지에 따라서 매입 이후 건축물을 짓기 위한 토지 개량, 토목 설비 등 제반사항을 만들기 위한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가령 인접 대지 및 도로와의 관계상 토지 레벨을 높여야 할 경우 성토비용과 옹벽을 시공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해당 부지 인근에 상수도가 인입돼 있지 않다면 상수를 끌어오는 비용이 인입 거리당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기존 토지의 토질에 따라 다른 종류의 골재를 통해 토질을 개량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토지 레벨을 위한 성토 옹벽 작업
따라서 당장의 토지 매입비용만이 아닌 집을 짓기 위한 제반 비용까지 고려한 전체 비용을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토목, 설비 등 인프라가 갖춰진 개발 완료된 택지가 유리할 수도 있다. 또한 경계 측량을 통해 대지 경계를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추후 민원에 의한 공사 중단으로 추가적인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건축설계 및 인허가 비용
토지 구입 후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해 건축물을 배치하고 내부 공간 및 외관을 디자인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 개인적인 의도에 따라 건물이 구상되더라도 시공으로 이어져야 하는 부분이기에 건축가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착공을 위해서는 건축사사무소를 섭외해야 한다. 또한 해당 부지의 지목이 대지가 아닌 전, 답, 임야 등일 경우 별도의 개발행위 허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토목설계 사무소가 추가로 섭외돼야 한다. 건축사사무소에 의뢰함에 있어 흔히 혼동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은 ‘설계’와 ‘디자인’에 대한 구분이다. 건축사의 업무는 건축물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설계하는 업무와 인허가를 진행하는 업무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의뢰하는 부분에 따라서 비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필자의 회사처럼 모듈러 건축비용에 ‘설계 및 디자인’이 커스터마이징으로 서비스되면 제공되는 건축도면으로 인허가만 진행하면 되는 경우도 있다.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토목 기초 설비 비용
토지 구입 후 집을 짓기 위한 제반 조건에 대한 부분이다.
급수 수도사업소를 통해 수도 인입공사를 진행해야 하며, 인입 거리에 따라 시공비에 차등이 있다. 인입 거리가 과다할 경우 지하수 굴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화조 사전에 설치해야 하는 정화조의 종류를 파악해야 하며 건축물과 별도로 준공이 필요한 사항이다. 단독 정화조 또는 시 오수관로 사용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있다.
전기 전기 인입이 가능한 토지의 경우 한전에서 선로공사를 진행하며, 건축주는 신청 전력에 따른 인입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기초 건물의 바닥을 이루는 기초공사는 주로 매트기초를 기준으로 하며 면적과 기초 두께에 따라 단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듈러 건축의 경우 모듈 자체에 기초판이 구성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시공되는 기초공사 비용을 30~4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일반 건축과 모듈러 건축의 기초시공
일반 현장 건축 vs 모듈러 건축 비용
부지 위에 기초가 시공되면 본동 건물을 짓게 되는데, 일반 현장과 모듈러 건축의 가장 큰 비용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일반적인 공사 원가의 구성 체계를 살펴보면 <그림 1>과 같다.
본동 건축에는 골조, 설비, 마감, 가구 등의 비용 요소가 있고 이는 선택한 자재단가, 시공 난이도에 의한 인건비의 차이만 있을 뿐 시공 공법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직접공사비 중 재료비는 공법에 따른 차이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장 건축이 아닌 모듈러 공법으로 시공되는 공업화 건축, 즉 공장에서 최대한 만들어서 현장에서 마무리하는 모듈러 건축은 직접공사비(노무비, 경비)와 일반관리비에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쉽게 말해 현장 건축은 한 팀이 하나의 집을 짓지만, 공장에선 여러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기준단가를 전체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모듈러 공법 시공 시 현장으로의 모듈 운반비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장 건축 대비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단위 자재의 현장 운송비 그리고 앞서 언급한 직접공사비 등의 전체적인 비용을 대비했을 시 필자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상 3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제주도 및 도서산간 지역의 경우에는 자재 반입거리, 기후 환경 등 현장 공사 여건이 더욱 불리함에 따라 모듈러 건축의 비용 절감은 더욱 향상될 수 있다.
<그림 1> 일반적인 공사 원가의 구성 체계
유지관리 측면에서 모듈러 건축 효율 높아
건축물을 준공한 이후라 할지라도 유지관리 비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재에 따라 관리 방법과 유지 수명의 차이가 있어 잠재적인 기회비용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모듈러 건축의 수명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장 및 모듈러 건축은 기초 위에 만들어지는 본동을 현장에서 만드느냐 공장에서 만들어 오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사용되는 자재는 일반적인 건축자재이다. 오히려 모듈러 건축이 이동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법규적 구조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 적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모듈러 공법의 가장 큰 장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활용 면에서 유연하다는 점이다. 모듈 자체를 조립한 구조물이기 때문에 해체나 재이동이 가능하다. 감가상각이 크고 멸실 신고 시 철거만을 고려해야 하는 현장 건축에 비해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부분은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될 수 있다.
건축물의 해체
건축 모듈의 이동
여기까지 큰 틀에서 건축비용 항목을 통해 현장 건축과 모듈러 건축의 공법에 따른 차이를 살펴봤다. 추가적으로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한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모듈러 공법은 설계 기법부터 모듈 설계를 적용할 수 있다. 기본적인 골조 자재 사이즈를 기준으로 벽체 사이즈를 만들어감으로써 자재 소모량을 줄이고 공정업무 효율화를 통해 노무비를 감축시킬 수 있다. 현장 숙련공의 인건비 증가, 기후 환경의 영향을 받는 현장 여건, 합리적인 소형 건축을 선호하는 건축 소비자의 가치관의 변화 등은 모듈러 건축의 수요를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