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 한 골재채취장에서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유족이 명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업체와 경찰이 사건 발생 후 운전자 과실에 따른 교통사고로 판단하자 유족은 반발하고 있다.

이달 2일 낮 12시 11분께 사천시 사천읍 금곡리 한 골재채취장에서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4ｍ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차량이 전복됐고, 운전자인 60대 ㄱ 씨와 조수석에 타고 있던 50대 ㄴ 씨가 숨졌다.

골재채취장은 ㄷ 업체가 운영하는 곳으로 ㄱ 씨는 대표, ㄴ 씨는 전무로 일해 왔다. 사고 당일 두 사람은 발파 작업을 한 뒤 현장을 보러 가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업체 관계자와 경찰 설명을 듣고, 애초 단순 차량 전복사고로 생각했다. 하지만, 장례 후 고인의 휴대전화기와 연결된 사고 당시 업체 CCTV 영상을 확인하고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ㄴ 씨 유족은 "고인의 장례를 치를 때도 운전자 잘못으로 말미암은 교통사고라고 들었고 발파작업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나중에 영상을 보니 차량 방향으로 골재 파편이 튀고, 먼지가 나는 장면이 있었다. 직관적으로 발파와 연관성이 없을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고 현장 차량과 시신 상태를 봤으면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하는데 노동부 측에 일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인이 된 대표는 소위 '바지사장'이다. 사고 후 업체는 차량을 폐차하려고 경기도로 보냈는데 증거를 없애려는 의도 아니냐"라고 주장하며 "우리가 폐차하는 걸 막았다"고 밝혔다.

유족은 19일 민주노총 경남본부 관계자 등과 함께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업체 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업체 관계자는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사천경찰서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족은 발파작업이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동영상과 업체 관계자, 현장 조사 등을 거쳐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창원고용노동지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 관계자는 "차량 감식이 가능한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문의했다"며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20일 창원고용노동지청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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