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3배로 팔아도 정상 거래”…온라인이라 제재 못한다?
■ "무료로 받은 콘서트 티켓 400만 원에 재판매합니다"
"가수 임영웅의 서울, 부산 콘서트 티켓 여러 장 판매합니다.
장당 45만 원입니다. 무대 바로 옆에서 관람하실 수 있어요.
거래내역 많이 있습니다. 안전하게 거래 도와드리겠습니다~"
-정가 15만 4천원인 콘서트 티켓을 온라인에서 되파는 누리꾼의 글 재구성-
"방탄소년단 무료 콘서트 VIP 좌석 티켓 팔아요! 가격은 400만 원입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무료 티켓을 SNS에서 재판매하는 한 팬의 글 재구성-
"단풍놀이 입장권 못 끊으신 분들 주목해주세요~ 정가의 2배로 입장권 팝니다"
-표가 매진된 관광지 입장권을 재판매하는 누리꾼의 글 재구성-
최근 가수들의 콘서트 등이 계획된 연말이 다가오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거래 카페 등지에서 티켓 재판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무료로 배포된 티켓을 수백만 원에 판매하거나, 원가의 3배 가격으로 콘서트 티켓을 판매하는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활동 중입니다.
최근 기자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고객센터에 "이렇게 원가의 몇 배나 가격을 부풀려 팔아도 되는 거냐?" 문의를 해보니, "티켓 판매처의 요청이 있으면 (암표) 거래를 단속하고 있다"며 "온라인 플랫폼에서 콘서트 티켓을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재판매해도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암표로 보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번개장터 홍보대행사 측은 KBS에 직접 전화를 걸어, 전날 발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습니다. "번개장터 내 암표 거래는 금지된다"면서 "주최 측 요청이 있는 경우 상품은 삭제될 수 있으며, 지나치게 높은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거래나 매점매석 행위는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지나치게 높은 웃돈을 얹어 팔아도 그저 그러지 마시라고 '권고'만 할 뿐, '주최 측의 요청이 없는 경우'에는 삭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암표 매매', 현행법상 규정은 이렇습니다.
'경범죄 처벌법'에서 암표 매매를 규정하는 조항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실재하는 공간'에서 진행되는 거래를 기준으로 암표 매매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온라인 상 매매'에 대한 규정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조민수 법률사무소 미라 대표 변호사는 "경범죄 처벌법은 온라인 공간을 전혀 생각하지 못할 때 만들어졌다"면서 "실재 공간만을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며, 법에 규정 자체가 없어 온라인 암표 매매에 대한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제재를 위해서는 법적으로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온라인 암표를 제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태에서, 온라인 암표 매매를 '티켓 재판매'로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자유시장주의에서 웃돈을 붙여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이같은 입장에 대해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특정 상품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정가에 더해지는 웃돈을 '선착순 경쟁을 하지 않고, 입장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부가가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백세희 변호사는, 자유시장주의 체제임을 감안하더라도, 암표 매매에 대한 일정한 제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암표의 문제는, 공연의 생산자가 아닌 암표상의 배만 불린다는 데 있다. 암표상은 거래상 발생할 수 있는 위험(가령 환불 등)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암표상이 왕창 사놓고 되팔지 못한 자리는 비어있을 수밖에 없고, 값비싼 웃돈으로 인해 '경제가 어려운데 공연계만 호황'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암표 매매가 자유시장주의의 공정 거래 원칙을 여러 측면에서 훼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법조계 "시대 상황에 맞는 법률 갖춰야"
법조계에서는, 경범죄 처벌법이 아니라, 공연법 또는 문화예술진흥법 등 문화예술 관련 법안을 통해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입니다. 개정 방향은, 티켓 재판매와 암표를 명확히 구분하고, 암표로 규정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실제 지난 2021년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암표 규제에 관한 공연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백세희 변호사는 "암표 거래 방지 목적으로 공연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암표 근절) 노력 의무'만 신설됐고, 처벌의 직접적인 근거 규정은 마련되지 못했다."며 여전히 암표 매매를 제재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천주현 변호사는 문화예술 전반에 걸쳐 암표 매매를 근절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며 공연법보다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문화예술행사 전반의 암표 거래를 방지하려면, 공연법보다는 문화예술진흥법에 공연을 비롯한 각종 입장권의 암표 거래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규정을 둬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해외 국가들, 암표상에 징역 내리기도
그렇다면 해외에선 티켓 재판매 혹은 암표에 관해 어떤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을까요.
지난 2019년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행한 '미국의 티켓재판매시장 규제입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뉴욕주는 '문화예술법' 등으로 티켓 재판매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연극, 뮤지컬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관련된 티켓을 재판매하려면, 원칙적으로 라이선스를 발급받고 2만 5천 달러 이상의 예치금을 둬야 합니다. 또 재판매업자가 소비자에 대한 환불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재판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책임을 지도록 한 것입니다.
일본은 지난 2019년 '티켓 부정전매 금지법'을 시행했습니다. 법률을 보면, 온라인 등에서 정가 이상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것을 '영리행위'로 '반복'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른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입니다.
호주의 경우, 법에서 정한 일정 기준보다 초과한 웃돈을 붙여 티켓을 재판매하면 한화로 약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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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기자 (y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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