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ISTJ, 마케팅은 E 선호?...취업 시장까지 파고든 MBTI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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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던 임모(28)씨는 최근 전기·전자 대기업 영업직무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순간 "MBTI(성격유형 검사) 유형이 뭐냐"고 묻던 면접관의 질문이 떠올랐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MBTI 성격유형 검사가 흥미용으로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특정 업무에 배치하거나 불합격 당락으로 삼는 평가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며 "내향적 성향을 지녔더라도, 단점을 극복하면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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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유리한 성격 유형인 척 속이기도
“단순 성격검사, 취업 잣대로 삼아선 안 돼”
대학 졸업 후 1년 넘게 취업을 준비하던 임모(28)씨는 최근 전기·전자 대기업 영업직무 면접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순간 “MBTI(성격유형 검사) 유형이 뭐냐”고 묻던 면접관의 질문이 떠올랐다. 임씨가 INFP라고 답하자 면접관은 “내성적이고 계획성이 없으면 직무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학점, 자격증, 영어점수 등 정량적인 요건에 자신 있었던 그는 MBTI 결과가 면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단순 개인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재미로 활용하는 MBTI가 최근 직원 채용 과정 평소 요소로 사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구직자들의 불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자기소개서에 MBTI를 기재하도록 하거나, 면접에서 MBTI를 물어보는 식으로 지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직무별 선호 MBTI가 따로 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모집 직종에 유리한 유형을 써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20일 구직 플랫폼과 재계 등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MBTI 관련 항목을 넣거나 검사지 제출을 요구하는 기업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LS전선은 3년 전부터 자기소개서에 지원자의 MBTI를 쓰게 했고, 아워홈도 지난 2021년 10월부터 자기소개서 항목으로 ‘MBTI 유형을 기반으로 자신의 장단점 사례를 소개하시오’라는 문항을 추가했다. 지난해 수협은행은 신입 공개채용 입사 지원서 자기소개서 항목에 ‘지원자의 MBTI 유형과 장단점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본인과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직무 분야를 작성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박민지(25)는 “MBTI를 솔직하게 썼다가 불합격할까 봐 걱정된다”며 “취업 컨설팅에서 금융권에선 책임감이 강하고 꼼꼼한 ISTJ인 척 연기하면 된다는 조언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광고·마케팅 회사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9)씨는 “면접 스터디에서 외향적인 ‘E’와 상상력이 풍부한 ‘N’이 합격률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준비해야 할 스펙이 하나 더 늘었다”고 했다.
MBTI는 1944년 스위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심리학 모델을 근거로 개발된 성격유형 검사 도구다. 검사자를 내향(I)·외향(E), 직관(N)·감각(S), 감정(F)·사고(T), 인식(P)·판단(J) 4가지 분류 기준에 따라 16가지 성격유형 중 하나로 구분한다. 흔히 사람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MBTI 검사는 60문항으로 본인이 직접 설문에 응답하는 방식으로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졌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10분짜리 무료 MBTI 검사가 취업 시장까지 진입한 것이다.
한 인사담당자는 “세대 차이로 인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원자의 스펙보다는 성향이나 인성 검사를 중요시하는 추세다”며 “신입이 조직에 융합되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례가 늘자, 정량적인 점수보다 지원자의 성격에 초점을 둔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BTI로 지원자의 직무 적성을 파악하기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인터넷 무료 MBTI 검사 도구는 실제 MBTI 검사 문항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은 일종의 심심풀이 심리검사일 뿐”이라고 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MBTI 성격유형 검사가 흥미용으로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상대방을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순 있지만, 특정 업무에 배치하거나 불합격 당락으로 삼는 평가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며 “내향적 성향을 지녔더라도, 단점을 극복하면 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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