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의 대표 중형 SUV 쏘렌토가 2027년 5세대 풀체인지를 앞두고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해외 디지털 아티스트 채널을 통해 공개된 차세대 쏘렌토의 예상 렌더링은 기존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게 정말 쏘렌토냐”, “레인지로버 느낌 난다”는 반응부터 “국산 SUV가 이렇게까지 진화했나”라는 찬사까지, 세대별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2025년 9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국민 SUV’로 자리매김한 쏘렌토는 월 8,978대라는 압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재 판매되는 하이브리드 모델만 해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대기 기간이 5개월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성공 속에서 기아가 던진 차세대 쏘렌토의 디자인 카드는 기존 팬층과 신규 고객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촉발시켰다.

EV5 닮은 전면부, “전기차냐 내연기관이냐” 정체성 논란
공개된 5세대 쏘렌토 예상 렌더링의 가장 큰 화제는 단연 전면부 디자인이다.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인 EV5, EV6, EV9에서 볼 수 있었던 미래지향적 디자인 요소가 대거 적용됐다. 특히 수직형 LED 헤드램프와 삼각형 형태의 DRL(주간주행등), 클린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연상시키는 프리미엄 감성을 담아냈다. 기존 쏘렌토의 보수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이다.
사다리꼴 형태의 전면 범퍼와 큐브형 LED 램프,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은 기아의 글로벌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를 충실히 반영했다. 문제는 이런 전기차 스타일의 디자인이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연기관인지 전기차인지 정체성이 모호하다”, “쏘렌토만의 개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2030 세대를 중심으로는 “이제야 글로벌 SUV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디자인이 나왔다”, “세련되고 트렌디하다”는 긍정적 반응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세대는 기존 쏘렌토의 보수적 이미지에서 탈피한 대담한 변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 e-AWD로 성능·연비 동시 잡는다
디자인 논란과 별개로, 차세대 쏘렌토의 기술적 진화는 분명 기대할 만하다. 기아는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두 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 파워트레인을 통해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후륜에 전기모터를 배치해 드라이브 샤프트 없이도 사륜구동을 구현하는 e-AWD(전자식 사륜구동) 기술을 도입한다.
이 방식은 기존 기계식 4WD 시스템 대비 차체 무게를 대폭 줄이면서도 주행 성능과 안정성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눈길이나 빗길 같은 악천후 상황에서 전자식 제어를 통해 더욱 정교한 구동력 분배가 가능해진다. 현재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이 복합연비 14.8km/L를 기록하고 있는데, 차세대 모델은 15.5km/L 이상의 연비 향상이 기대된다.
현대차 싼타페가 최근 하이브리드 모델로 15.5km/L의 연비를 달성하며 쏘렌토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로서는 차세대 쏘렌토를 통해 기술적 우위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현재 전체 판매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차세대 모델 역시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스포티한 D컷 스티어링 휠과 투톤 인테리어로 고급감 강화
실내 디자인도 대폭 변화한다. 새로운 4스포크 D컷 형태의 스티어링 휠이 적용되며, 스포티하면서도 깔끔한 감각을 살렸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연결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감성을 극대화한다.
특히 디자인 특화 트림인 그래비티(Gravity)에는 전용 색상이 적용된 도어 사이드 가니쉬가 추가되고, 블랙 스웨이드 내장재가 기본 탑재되어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한다. 투톤 컬러 구성과 앰비언트 라이트가 1열 도어 맵포켓까지 확대 적용되어 실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첨단 편의사양도 대폭 강화된다. 시그니처 트림부터 디지털 키 2, 지문인증 시스템이 기본 적용되며, 차로 유지 보조 2(LFA 2),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기능, 진동 경고 스티어링 휠,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등이 전 트림에 확대 적용된다. 선바이저 조명도 기존 일반 조명에서 LED로 교체되어 세심한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2027년 출시 예정, “싼타페 잡을 수 있을까” 업계 관심 집중
2026년형 쏘렌토가 최근 조용히 선보였지만, 자동차 업계의 시선은 이미 2027년 예정된 풀체인지 모델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 전망에 따르면 차세대 쏘렌토는 2026년 후반부터 양산 준비에 들어가 2027년 하반기에서 2028년 초 사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대는 현재 2025년형 쏘렌토가 3,867만 원에서 4,929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풀체인지 모델은 첨단 기술 탑재와 디자인 고급화로 인해 4,000만 원대 중반에서 5,000만 원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현재 중형 SUV 시장은 현대 싼타페, 르노 그랑 콜레오스, KG모빌리티 토레스 하이브리드 등 강력한 경쟁 모델들이 격돌하고 있다. 특히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15.5km/L의 우수한 연비와 3열 공간 활용성으로 쏘렌토를 추격하고 있어, 차세대 쏘렌토가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맞설지 주목된다.

세대별 반응 엇갈려, “국민 SUV의 정체성” 향방은?
소비자 반응은 뚜렷하게 세대별로 갈리고 있다. 2030 세대는 “이제야 글로벌 수준의 디자인이 나왔다”, “레인지로버 느낌 나는데 가격은 절반이면 대박”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젊은 층은 기존 쏘렌토의 보수적이고 실용 위주의 디자인에서 탈피한 대담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오랫동안 쏘렌토를 가족 SUV로 선택해 온 4050 세대는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쏘렌토의 실용성과 신뢰감이 사라진 것 같다”, “너무 화려해서 가족차로는 부담스럽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EV5와 너무 닮아서 전기차인지 헷갈린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기아가 기존 고객층을 버리고 젊은 세대만 노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과 “시대가 변했는데 언제까지 보수적 디자인만 고집할 순 없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디자인은 과감하게 바꾸되, 쏘렌토만의 아이덴티티를 담을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쏘렌토는 단순한 SUV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 ‘가족차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라며 “너무 과감한 디자인을 밀어붙이면 기존 충성 고객을 놓칠 수 있고, 반대로 보수적 선택을 하면 미래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할 수 있어 기아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 친환경 규제 대응과 실용성 동시 충족
차세대 쏘렌토의 또 다른 핵심은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이다.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기아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쏘렌토 하이브리드 모델의 대기 기간이 5개월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폭발적인 상황에서, 차세대 모델은 생산 캐파를 늘려 공급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
2.5리터 터보 가솔린 엔진에 두 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최고출력 240마력 이상, 최대토크 36.0kgf·m 이상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e-AWD 시스템까지 더해지면 강력한 주행 성능과 뛰어난 연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0-100km/h 가속도 7초대 중반으로 단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아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도 함께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쏘렌토 PHEV가 판매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PHEV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배터리 용량 13.8kWh로 순수 전기 주행거리 50km 이상을 확보하면, 일상 출퇴근은 전기로만 해결하고 장거리는 하이브리드로 커버하는 실용적 활용이 가능해진다.
“팰리세이드와 차별화” 중형 SUV 시장 재편 신호탄
차세대 쏘렌토는 같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현대 팰리세이드와의 차별화도 중요한 과제다. 팰리세이드가 3열 공간 활용성과 럭셔리 감성을 강조한다면, 쏘렌토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효율성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팰리세이드는 2.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이 주력인 반면, 쏘렌토는 하이브리드가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격 측면에서도 쏘렌토는 팰리세이드보다 500만~1,000만 원 가량 저렴한 포지셔닝을 유지하면서, 실용성과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할 전망이다. 풀체인지를 통해 디자인 고급화와 첨단 기술 적용으로 프리미엄 감성을 끌어올리되, 가격 경쟁력은 유지하는 전략이다.
중형 SUV 시장은 연간 약 20만 대 규모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격전지다. 쏘렌토가 풀체인지를 통해 디자인 논란을 극복하고 하이브리드 기술력으로 경쟁 모델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 2027년 출시 시점까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예상 렌더링 수준이지만, 기아가 양산형 모델에서 소비자 피드백을 얼마나 반영할지가 성패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 SUV”라는 타이틀을 지키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디자인과 기술력을 갖춘 완성차로 거듭날 수 있을지, 차세대 쏘렌토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