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취약’ 이동노동자∙주차요원...대책 마련 시급

▲ 지난 12일 오후 인천 중구 배달대행업체 앞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달원.

지난 12일 오후 2시쯤 인천 중구 한 배달대행업체.

이곳에서 만난 배달원들은 한 손에 얼음 컵을 들고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배달원 A씨는 여름철 배달업 종사자들 고충이 무엇이냐고 묻자 “사무실이 아니면 편의점이나 픽업 가게에서 쉬는 게 전부”라며 “사무실 외에 별도로 라이더들에게 주어진 휴식 공간은 없다. 무더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휴대전화에 찍힌 온도는 31도, 자외선 수치는 9로 매우 높음이었다.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배달원인 김세권(41)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배달대행업체에 들어가지 않고 개인적으로 배달업에 뛰어든 상태다.

김씨는 “혼자 배달하다 보니 편하게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없다”며 “지금처럼 날이 더울 때는 공원에서 잠시 쉬는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실제 인천에서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가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는 인천시가 운영하는 남동구 생활물류쉼터와 민간에서 제공 중인 부평구 엠마오 등 2곳에 불과하다.

▲ 지난 12일 한 이동노동자가 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시쯤 중구 한 마트에서 만난 주차요원 김모(30)씨는 이른 더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여름을 떠올리며 “올여름에도 더워서 고생할 걸 생각하면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실내 주차장은 냉방장치 설치가 어렵기 때문에 찜통더위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특히 김씨는 지난해 35도가 넘는 폭염이 덮쳤을 때도 별도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주차장에서 일해야만 했다고 한다.

13일 고용노동부의 폭염 대비 근로자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경우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 다만 예방 가이드이기 때문에 법적 효력은 없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며 “폭염 시 노동자들에게 휴게시간∙공간을 마련하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주기적 현장 모니터링과 제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고용 형태가 다른 플랫폼노동자의 경우에도 현실에 맞는 폭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정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쉼터 외에도 동사무소나 문화센터와 같이 공공성을 띠고 있는 장소에 별도로 휴식처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기관 혼자가 아닌 지역사회가 한데 모여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전상우∙정슬기 수습기자 awardwoo@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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