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둘러싼 오해]⑧ ‘사람 지킨’ 글랜우드PE의 매직 [넘버스]

사모펀드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론스타 사태 이후 잊힌 듯했던 주홍글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해외자본을 넘어 토종 사모펀드까지 손가락질의 대상이다. 그러나 지나친 감정은 이성을 흐리게 한다. 맹목적인 비난이 난무하면서 사모펀드 본연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졌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따져본다. <편집자 주>

글랜우드PE /사진=글랜우드PE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사모펀드(PEF)로 경영권이 넘어간 기업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사실상 공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이러한 통념을 깨고 인위적인 인력감축 없이도 기업가치를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동양매직 투자건이 있다.

동양매직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4년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던 시점이었다. 글랜우드PE는 NH 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치열한 경쟁 끝에 동양매직을 인수한 후 ‘렌탈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글랜우드 컨소시엄은 동양매직 인수 직후 조직 재정비를 단행했다. 기존 동양매직의 조직은 가전과 렌탈 사업이 혼재된 형태였다. 글랜우드 컨소시엄은 인수 직후 조직을 가전사업부와 렌탈사업부로 분리하고 각 사업 부문장이 관장하는 체제로 개편했다. 다만 기존 조직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최고경영자(CEO)부터 내부 인사를 승진시켜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했다.

고강도 구조조정보다는 내실 강화를 위해 방문판매 조직인 매직케어(MC) 인력을 2100명까지 확충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동양매직은 2015년 고용노동부의 ‘고용창출 100대 기업’에도 선정됐다. 렌탈 조직을 정비하고 영업망을 다각화한 결과 2014년 인수 당시 50만개 수준이었던 동양매직의 렌탈 계정은 2016년 약 100만개로 2배 늘었다. 동양매직이 코웨이에 이은 렌탈 계정 수 2위 업체로 올라선 것이다.

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저수조를 없앤 직수형 정수기 ‘슈퍼정수기’와 공기상태 모니터링 기능을 탑재한 ‘슈퍼청정기’ 등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현재까지도 동양매직의 후신인 SK매직의 직수형 정수기는 시장점유율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는 곧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글랜우드 컨소시엄 인수 당시 2800억원이었던 동양매직의 기업가치는 2년 만에 6100억원으로 높아졌다. 이후 2016년 동양매직은 대기업인 SK그룹에 매각돼 SK매직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는 국부유출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글랜우드PE의 투자를 사람을 지키며 만든 턴어라운드(전환)로 보고 있다. 동양매직 투자건이 조직의 연속성과 신뢰를 훼손하지 않는 PEF 전략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남은 셈이다.

글랜우드PE는 현재도 사람보다 시스템을 바꾼다는 철학으로 투자기업의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글랜우드PE는 동양매직뿐 아니라 한라시멘트 등 주요 투자에서도 인수 이후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기업가치 향상을 이끌었다. 대표를 포함한 임원진 역시 내부 임직원을 승진시키는 등 조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글랜우드PE의 동양매직 인수는 하우스의 대표 트랙레코드”라며 “동양매직은 글랜우드PE에 속한 뒤 렌탈, 정수기 부문에 집중해 렌탈 회사로 변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룹의 비핵심자산을 사들여 또 다른 대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만든 사례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남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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