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갚지 말고 주식 해볼까?”…中 금리 인하에 바빠진 고객들
“구체적 계획 나오기 전까지 대출 중도 상환 보류 중”
‘소비 없이 저축’ 바뀔까…증시 등 유동성 공급 효과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인민은행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를 낮추겠다고 공언하자 대출 차주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지금 굳이 대출금을 상환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자는 심리 때문이다. 대신 상환하기 전 자금을 현재 활황세인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는 수요도 감지되는 양상이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은 은행의 기존 주담대 금리 인하에 대한 세부 규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많은 차주들이 대출 조기(중도) 상환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고 29일 보도했다.
중국은 부동산 시장 수요 회복을 위해 신규 주담대에 대한 금리 인하를 실시한 바 있는데 최근 기존 대출에 대해서도 금리를 낮추기로 했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주담대 금리가 0.5%포인트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은행 발표 이후 아직 시중은행에 내려진 금리 인하 조치는 없다. 지역별, 은행 규모별로 얼마나 금리 인하가 이뤄질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미리 대출을 상환하려는 수요가 줄고 있는 것이다.
한 국유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신규 주담대 금리 인하 때처럼 (정책 발표 후 시행까지)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많은 고객들이 문의해 중도 상환이 예정된 고객에게 구체적인 공식 통보가 있기까지 기다리라고 권장한다”고 말했다.
둥관 지역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는 한 대표는 대부업을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주담대 금리 인하 소식을 접한 후 곧바로 취소했다. 은행권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사금융 리스크가 커질 수 있으므로 일단 정책 진행 상태를 보자는 판단에서다.
최근 중국 증시의 급등도 영향을 주고 있다. 24일 인민은행의 유동성 공급 정책 발표 후 중국 증시는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대표 벤치마크 지수인 CSI300지수는 27일 3703.68에 마감하며 나흘 전인 23일 종가(3212.76)대비 15.3%나 올랐다. 금리가 내릴 것이 확실시되는 대출 원리금을 굳이 미리 갚기보다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있는 것이다.
선전에서 일하고 있는 왕밍씨는 제일재경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내 다음달 말 대출을 중도 상환할 예정이었는데 신청을 철회했다”며 “일단 주담대 금리 인하 상황을 지켜봐야 하고 최근 주식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주담대 중도 상환 규모는 4조6000억위안(약 864조원)이다. 경기 침체에 돈을 쓰지 않고 은행 상환을 우선으로 하니 소비는 살아나지 않는 악순환에 놓였던 것이다.
다만 주담대 금리 인하와 중도 상환 보류는 은행 입장에서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일단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금리와 마진이 줄어드니 이익 감소 요인이 되고, 중도 상환이 늦어지면 그만큼 우발채무 리스크가 커져서다.
중국 금융감독총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전년동기대비 20bp(1bp=0.01%포인트) 감소한 1.54%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제일재경은 “기존 주담대 금리 인하에 따른 여러 요인을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5~6bp 정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푸어스(S&P)의 천쥔밍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발표한 일련의 정책으로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약 14bp 감소할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결국 이익 하락 압력에서 시달리는 은행의 선택지는 예금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금리가 내려가 돈을 빌리기가 수월해지고 예금금리도 인하돼 저축 매력이 낮아지면 결국 시중 유동성은 부동산이나 증시 등으로 흘러갈 여지가 있다.
중국 신평사 동팡진청의 왕칭 수석 분석가는 “시중은행의 예금 이자율을 평균 6.4bp 인하하면 주담대 금리 50bp 인하가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만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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