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포커스] 주식배당으로 상황 급변...영풍 의결권 살리나

올해 1월23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고려아연 임시 주총이 열렸다. /사진 제공=고려아연

이름 모를 주주가 반전을 일으켰다. 영풍·MBK파트너스와 고려아연의 얘기다. 27일 열린 영풍의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주주의 반발로 현금 대신 주식배당이 이뤄지며 기존 영풍 주주인 '썬메탈홀딩스(SMH)' 지분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

현장서 주주제안으로 주식배당

고려아연은 이날 주총에서 SMH가 영풍 주식을 10% 소유했다는 이유로 영풍의 의결권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전날 SMH의 영풍 지분율이 하락하면서 고려아연의 작전은 통하지 않게 됐다.

영풍 정기 주총은 예상보다 지체되면서 주주들이 애를 먹었다. 위임장 확인 절차가 지연돼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오후7시께 시작됐지만 1호 안건 상정부터 주주의 반발로 막혔다.

영풍이 올린 주당 50원의 현금배당 안건에 일부 주주가 "금액이 적다"며 난색을 표했다. 주주의 불만으로 배당안 처리가 불발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이사회는 결국 1호 안건을 가장 늦게 처리하기로 했다. 수정안을 고심하던 차에 한 주주가 주식배당을 요구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용했다. 제안한 주주는 영풍·영풍정밀과 무관한 일반주주로 알려졌다.

영풍은 지난해에도 1주당 0.0350주씩 교부하는 주식배당을 시행한 적이 있다. 상법에는 '주식으로 배당을 받은 주주는 제1항의 결의가 있는 주주총회가 종결한 때부터 신주의 주주가 된다'고 명시됐다. 이날 주총 폐회 직후 영풍 신주 6만8805주가 지난해 말까지 명부에 기재된 주주들에 배부됐다. 이는 올해 주식을 취득한 고려아연 자회사 SMH가 주식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또 배당으로 6만8805주가 신규 발행되면서 영풍의 총주식 수가 늘어 SMH의 지분이 기존 10.33%에서 9.96%로 10% 미만으로 하락했다.

고려아연은 '영풍-고려아연-SMH-영풍'으로 이어지는 출자고리를 만들어 상호주 규제로 고려아연 주총에서 영풍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1월 임시 주총에서도 이런 방법으로 승기를 잡았다.

27일 법원에서 자회사 SMH가 영풍 지분 10%를 초과 보유해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은 것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고려아연의 전략에 힘이 실렸다.

그런데 영풍의 주식배당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이날 고려아연 주총에서 영풍이 의결권을 되찾는다면 고려아연이 원하는 대로 주총을 끌고 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 수 상한' 통과 여부 핵심

28일 고려아연 주총의 핵심 안건은 '이사 수 상한 설정'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비대화를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영풍·MBK가 무한대로 이사를 추천하지 못하게 하려는 장치다.

이사 수를 최대 19인으로 정관에 명시하면 다음 주총부터 신규 이사 진입이 까다로워진다. 일단 현 경영진이 이사회에서 과반을 차지하면 영풍·MBK 측이 이사회에 참여해도 한계가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달 12일 기준 사내이사 3인, 기타비상무이사 2인, 사외이사 10인 등 총 15인으로 구성됐다. 기존 18인에서 제임스 앤드루 머피, 최재식, 정다미 이사 등 3인이 중도사임했다. 이들은 영풍이 제기한 소송으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고려아연은 이들을 이번 주총에서 다시 선임해 복귀시킬 계획이다. 또 임기가 만료된 박기덕 사장, 최내현 켐코 대표, 김보영·권순범 사외이사 등 4인을 재추천했다. 고려아연이 추천한 7인이 주총 문턱을 넘으면 고려아연 이사 수는 17인이 된다. 19인으로 상한선이 정해지면 영풍·MBK가 추천할 수 있는 인원은 2인뿐이다.

그러므로 영풍·MBK의 우선목표는 이사 수 상한 통과를 막는 것이다. 영풍의 의결권을 되살리면 영풍·MBK 연합이 몰아줄 수 있는 표는 47%가 된다.

이사 수 상한 같은 정관 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과반에 달하는 영풍·MBK가 반대하면 이 안건은 부결될 공산이 크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 몬드리안호텔에서 정기 주총을 열고 △이익 배당 및 임의적립금 처리 △이사수 상한, 분기배당,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 설정 등 정관 변경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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