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실적 악화로 매각 불가피…인수자 찾으면 암·치매 유전자 분석으로 시장 이끌 것”

염현아 기자 2024. 9. 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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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 인터뷰
산전·신생아 유전체 검사 국내 점유율 1위
“M&A로 몸집 커졌지만, 실적 부진 지속
회생 선택 불가피…연내 매각 마무리 목표”
이민섭 EDGC 대표가 지난 5일 인천 송도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내 매각 절차를 마무리한 뒤 내년부터 산전·신생아 검사 서비스에 더해, 노화 질환을 예측하는 '에피클락',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온코캐치' 등 신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염현아 기자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늘면서 산전 검사는 필수 코스가 됐다. 산모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선천적 기형 발생 위험도 증가하는 만큼, 태아의 기형아 검사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과거 기형아 여부를 알려면 산모의 혈액에 있는 임신 관련 물질의 양으로 진단하는 쿼드검사나 산모의 배에 주사바늘을 찔러야 하는 양수검사를 했다. 정확도가 낮고 유산·감염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임신 10주차부터 산모의 몸에 영향을 주지 않는 비침습적 산전 검사(NIPT·니프티)를 통해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확인이 가능해졌다.

NIPT는 혈액 소량만으로도 태아의 DNA를 분석해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 터너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으로 인한 장애나 다발성 기형 여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정확도는 99% 이상으로 기존 쿼드검사보다 정확하고, 양수검사보다 안전해 NIPT를 받는 산모가 늘어나고 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도 모든 산모에게 NIPT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 NIPT 시장의 점유율 1위 회사는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활용한 EDGC의 산전 검사 ‘더맘스캐닝’과 신생아 검사 ‘지스캐닝’은 국내 의료기관 60% 이상에서 쓰이고 있다. NGS는 DNA를 조각으로 나눠 해독한 뒤 다시 조립해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기술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최대 1만개까지 확인할 수 있다.

EDGC는 2013년 이원의료재단과 미국 진단기술 기업 다이애그노믹스가 합작법인으로 설립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을 인정받아 2018년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상장 이후로 EDGC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체 시장이 아직 상업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손실 규모는 계속 늘어 2021년 156억원으로 급증했고, 이후에도 적자가 계속됐다. 전환사채(CB)로 조달한 자금의 절반을 인수합병(M&A)에 썼는데, 몸집을 불린 데 비해 실적은 부진했던 게 폐단이었다.

올해 초 추가로 유상증자를 하면서 주가는 1000원 아래로 떨어졌고,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해 결국 지난 4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EDGC는 현재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연내 매각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일 인천 송도 사옥 EDGC 사옥에서 만난 이민섭 대표는 “몸집 불리기보다 본업인 유전체 분석 R&D(연구개발)에 더 투자할 걸 하고 후회한다”며 “좋은 인수사를 만나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암·치매·당뇨 등 노화 질환을 예측하는 연구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경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주립대 대학원에서 생물학·미생물학과 석사, 미국 씨티오브홉 국립메디컬센터에서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미국의 제네상스제약, 시쿼놈에서 신약개발을 주도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매각을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는 뭔가.

“2018년 상장 이후 3년간 전환사채(CB) 발행으로 1000억원 가까이 조달했는데, 이 중 40%를 M&A에 할애했다. 2018년 체외진단 시약·장비 유통업체인 EDGC 헬스케어, 2020년 솔젠트, 2021년 7월 캐나다 건강기능식품업체인 내츄럴 라이프 뉴트리션 등을 인수했다. 몸집은 이만큼 커졌는데, 실적이 받쳐 주질 않아 탈이 났다. 자금 유통이 안 돼서 유증(유상증자)을 했는데, 이때 위기를 느낀 투자사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고, 투자가 안 되면서 며칠 안에 주주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모든 사업이 올스톱되더라. 사업을 재개하려면 최대한 빨리 매각해 정상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은 회사의 기술이나 사업과는 무관하게 자금 운용 전략이 실패한 탓이다. 우리의 본래 사업을 키우는 데 자금을 썼다면 지금보단 상황이 낫지 않았을까 후회스럽다.”

–2020년부터 코로나 진단키트로 매출이 많이 늘지 않았나.

“많은 언론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유통 사업으로 큰 매출을 올렸다고 하는데, 350억원의 매출을 올리긴 했지만 단순히 유통인 만큼 이익은 10% 미만이었다. 반면 이익이 40% 이상 나는 유전체 분석 사업은 매출을 크게 올리지 못했다. 현재 진단키트와 장비 유통 사업은 정리한 상태다. 회사가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저조했다.”

–EDGC의 주요 사업은 뭔가.

“유전체 분석 서비스 3종이다. 산모와 태아를 위한 NIPT 검사 2종과 노화 질환을 예측하는 유전체 검사인 ‘에피클락’이다. NIPT는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 DNA를 추출해 염색체 이상 장애와 관련한 염색체의 수적 이상 여부를 판별하는 ‘맘스캐닝’과 태아가 태어난 뒤 발현될 수 있는 염색체 이상과 유전성 질환을 조기에 찾는 검사인 ‘지스캐닝’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의료기관에 2개의 검사 서비스가 공급되고 있다.

올 4월 출시한 에피클락은 노화로 인한 심혈관 질환, 암, 치매, 파킨슨 등을 예측해 질환을 예방·관리하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다. 후천적 원인으로 유전자 발현이 일어나는 현상 연구인 후성유전학적 분석으로 생체 나이 변화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인천백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EDGC가 지난 4월 출시한 노화 질환 예방·관리하는 유전체 분석 서비스 '에피클락' 결과지 예시./EDGC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나.

“에피클락 같은 경우는 출시와 회생 시기와 맞물리면서 아직 공급처가 많지 않다. 현재 매출의 대부분은 NIPT 검사에서 나오는데, 올 상반기 매출은 80억원 수준이고 하반기까지 합하면 예상 매출은 별도 기준 160억원가량 된다. NIPT 검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한 30국에 공급하고 있는데, 이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현재 회생절차로 일시 중단된 사업은 뭔가.

“EDGC가 새로운 검사 서비스로 내놓은 ‘온코캐치’다. 피 한 방울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액체생체검사) 방식이라 큰 주목을 받았었다. 암 검사는 대학병원처럼 큰 병원에 들어가야 사업을 할 수가 있는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진행이 올스톱됐다. 이 밖에도 미국 유망 바이오텍과 노화 질환을 예측하는 공동 연구 협약을 맺었는데, 언론에 공개하려고 보도자료까지 다 써놓고 회생에 들어가는 바람에 잠시 보류됐다. 매각을 완료하면 곧바로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 매각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해외 기업 두 곳이 실사를 마쳤고, 국내외 여러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달 말까지 우선 협상 대상자를 정하지 못하면, 다음 달 공개 입찰로 전환된다. EDGC의 사업을 함께 이어나갈 좋은 인수사를 찾아 연내 모든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는 모든 사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향후 목표는.

“EDGC가 보유하고 있는 산모와 신생아의 유전체 데이터는 1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이는 약 100만기가바이트(GB, 1GB는 10억바이트)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 이 데이터로 예측하고 분석할 수 있는 질환은 무궁무진하다. 사람마다 노화가 일어나는 생체 나이가 있는데, 이를 알면 나이를 거꾸로 돌리는 역노화 혁신도 가능해진다. 현재 에피클락 서비스를 대학병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걸 추진하고 있어서 빠르면 내년 초부터 많은 사람들이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될 거다. 노화 질환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유전체 분석 기업으로서 성장을 이어가겠다.”

EDGC 송도 사옥에 있는 유전체 데이터. EDGC가 보유한 유전체 데이터는 1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이는 약 100만기가바이트(GB)로 국내 최대 수준이다./염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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