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들의 전기차 시장 경쟁이 흥미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세계 두 번째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전기차 스타트업 '슬레이트 오토(Slate Auto)'에 투자하며, 테슬라의 사이버트럭과는 정반대 노선의 전기 픽업트럭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미시간에 본사를 둔 슬레이트 오토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고가·고성능 트렌드와 반대로 가는 '기본에 충실한' 전기 픽업트럭 개발에 나섰다. 첫 모델명도 화려한 이름 대신 단순히 '슬레이트 트럭(Slate Truck)'으로 명명했다.

슬레이트 트럭은 후륜 구동 단일 모터(최고출력 201마력)를 탑재해 0-97km/h 가속 약 8초, 최고 속도 145km/h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본형 52.7 kWh 배터리는 약 240km, 옵션인 84.3 kWh 대용량 배터리는 약 386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크기는 포드의 소형 트럭 매버릭보다 작고 1985년형 토요타 트럭보다는 약간 큰 수준으로, 적재함 최대 적재량은 635kg이며 프런트 트렁크도 갖추고 있다.

슬레이트 트럭의 가장 큰 특징은 최신 전기차들과 달리 '기본'에 충실한 점이다. 스틸 휠을 채택하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신 스마트폰 거치대를 제공하며, 수동식 창문 개폐 장치를 사용한다. 또한 모든 차량은 도색 없이 회색 복합 소재 패널로 출고돼 소유주가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안전 부문에서는 타협하지 않았다. 긴급 제동, 전방 충돌 경고 등 ADAS 시스템과 최대 8개의 에어백이 기본 탑재된다. 또한 100가지 이상의 액세서리 중 하나인 SUV 액세서리 키트를 이용하면 트럭을 소형 크로스오버로 변신시킬 수도 있어 다양한 활용성을 갖추고 있다.

슬레이트 트럭은 내년 말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될 예정으로, 시작가는 27,500달러 미만(약 3,900만 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정부 EV 인센티브가 유지된다면 실구매 가격은 20,000달러 미만(약 2,800만 원)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가 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세계 최고 부자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세계 2위 부자 베이조스가 지원하는 슬레이트 트럭의 대결 구도를 형성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특히 사이버트럭이 미래지향적 디자인과 고성능을 내세운 반면, 슬레이트 트럭은 실용성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상반된 접근법을 보이고 있어 두 억만장자의 전기차 시장 경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5년간 수많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사라진 가운데, 베이조스의 지원과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운 슬레이트 오토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전기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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