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 구하러 다니느라 바쁜 미남 신부 근황

김남길 SNS

최근 배우 김남길은 '열혈사제2'로 돌아와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신부'와 '분노 조절 장애'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 조합이지만, 김남길은 이 두가지를 합해내는 데에 성공했다. 5년 만에 더욱 화려해진 스케일로 돌아온 김남길은 이하늬를 비롯해 김성균, 성준, 서현우, 비비 등과 함께 극을 경쾌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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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본업인 연기자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남길이 최근 자신이 제작한 단편영화로 극장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 관객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김남길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는 바로 '문을 여는 법'이다. 11월20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문을 여는 법'은 독립을 위한 첫 걸음이었던 내 집이 하루 아침에 감쪽같이 사라진 자립준비청년 하늘이 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문화예술NGO 길스토리 대표인 배우 김남길이 자립준비청년들과의 문화적 연대를 이루기 위해 만든 단편영화다. 현실적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기발한 상상력의 판타지로 그려낸 '문을 여는 법'은 채서은, 심소영, 노이진, 김남길, 고규필 등 다채로운 배우들의 참여로 완성됐다. 특히 '문을 여는 법'은 3천원에 관람할 수 있으며 수익금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활동에 사용될 예정이여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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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을 여는 법' 자립준비청년 향한 다정하고 유쾌한 응원
배우 채서은은 처음 혼자 살 집을 구하는 하늘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현실을 이야기한다. 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커다란 캐리어를 옆에 낀 하늘이 부동산의 문을 두드린다. 소중하게 품은 통장에 든 돈은 1000만원. 자립준비청년에게 주어진 지원금이다. 혼자 살 집을 구하려는 하늘에게 부동산 중개인은 얼마나 쓸 수 있는지 묻고 그 돈으론 역세권은 어려우니 옥탑방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하늘이 원하는 건 단 하나. "눈부신 햇빛이 들어오는 방"이다. 월세 50만원으로 계약한 하늘의 새 집에는 다행히 작은 햇볕에 들어온다. 손을 벌려 그 빛을 움켜쥐는 하늘의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진다.

20일 개봉한 영화 '문을 여는 법'은 돌봄 시설에서 나와 독립을 준비하는 스무살 청년 하늘(채서은)이 처음 마주하는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나만의 방이 생긴 하늘은 아끼고 아끼면서 살림살이를 채워간다. 꿈에 부풀어 잠든 새벽녘, 눈을 뜨니 어렵게 마련한 방 안의 모든 게 사라져 버렸다. 당황한 하늘 앞에 돌연 낯선 문이 나타난다. '혹시 모르는 문이 나와도 절대 열만 안된다'고 경고한 중개인의 말이 떠올라 망설이는 하늘 앞에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옛 친구 철수(김남길)가 부쩍 큰 어른이 된 모습으로 나타나 그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문을 여는 법'은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만 18세가 되면 지내던 시설을 나와 스스로 삶을 개척해야 하는 이들이 모든 게 낯선 세상을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주목한다.

주제가 분명한 영화이지만 이야기는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가장 큰 미덕은 주인공 하늘을 단지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 현실과 동떨어진 전혀 다른 세계를 만난 하늘이 겪는 모험을 통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품은 편견을 자각하게 한다. 현실과 다른 '이 세계'(異 世界)의 설정을 차용해 판타지의 장르 안에서 사회적인 이슈를 풀어내는 제작진의 시선과 감각이 돋보인다. 완성도 덕분에 러닝타임 30분인 단편영화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개봉해 현재 관객과 만나고 있다.

영화에서 부동산 중개인을 연기한 심소영(왼쪽)과 세차장 사장으로 특별출연한 고규필. 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

열지 말라는 문을 열고 하늘이 당도한 세상은 그의 과거들과 엮여 있다. 하늘은 사물놀이 동아리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 '왜 말도 없이 관뒀느냐'는 핀잔을 듣는다. 부모의 울타리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는 친구들과 하늘의 처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장소는 곧 야외 세차장으로 바뀐다. 그곳에서 하늘은 손 세차만 고집하는 '나쁜 어른'에 고용된 아르바이트생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놀이동산 미아보호소에서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과도 앉아 있는다.

일련의 공간에서 하늘이 겪는 일들은 자립준비청년이 세상에서 겪는 편견과 오해의 시선들을 상징한다. 움츠러들 수 있는 상황인데도 하늘은 웃음을 거두지 않는다. '사라진 집을 꼭 다시 찾겠다'고 다짐하면서 여러 어려움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웃음, 멈추지 않는 용기로 맞선다.

짧은 단편영화이지만 어려움에 맞서는 하늘의 모습에서 '문을 여는 법'의 상징성은 도드라진다. 서사에 집중하기 보다 하늘을 둘러싼 세상의 단면을 빠르게 교차하면서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관객이 스스로 자각하게 만든다. 종종 하늘이 꺼내는 말들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때린다.

미아보호소에 앉은 아이들에게 부모님이 어디있는지 자꾸만 묻는 놀이동산 직원을 향해 꺼내는 하늘의 이야기는 영화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늘은 직원에게 되묻는다. "부모님이 없는 사람도 있는데 자꾸 부모님 어디있는지 물어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부모님이 아니라 보호자나 주양육자가 누구인지 물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놀이동산 직원이 하늘의 말을 단번에 이해할리 없다.

판타지의 세계에서 자신이 지나온 길들을 마주한 하늘은 마지막에 이르러 "열지 못하는 문은 없다"고 말한다. 하늘의 말은 꼭 영화가 다룬 자립준비청년에게만 해당하는 다짐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모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응원으로도 읽힌다.

연출은 박지완, 허지예 감독이 공동으로 했다. 함께 각본을 쓰고 연출도 같이 한 이들은 섬세한 시선으로 하늘과 그 주변을 바라본다. 예상 가능한 전개를 배제하고, 현실 이슈를 판타지 장르로 풀어낸 시도가 돋보인다. 박지완 감독은 2020년 비밀을 감춘 형사와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김혜수 주연의 영화 '내가 죽던 날'로 데뷔한 연출자다. 이 영화로 2021년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허지예 감독은 주로 단편영화를 연출한 신인. 박 감독과 처음 공동 연출한 '문을 여는 법'으로 사려 깊은 시선을 보여준다.

기획과 제작은 배우 김남길과 소속사인 길스토리이엔티가 맡았다.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를 오랫동안 이끌고 있는 그는 평소 관심을 둔 자립준비청년의 이야기를 극화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배우들이 기획해 내놓는 드라마나 영화와는 또 다른 길을 이어간다.

사진제공=길스토리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