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빌라왕? 최근 빌라 경매 시장에 나타난 뜻밖의 큰 손

HUG 셀프 낙찰과 든든전세

주택도시공사(HUG)가 빌라 경매 시장에서 ‘셀프 낙찰’을 거듭하며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 보증금을 갚아주고 소유권을 확보한 집을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아 다시 전세로 주고 있어서다.

4월 HUG는 총 302건의 빌라와 오피스텔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았다. HUG가 낙찰받은 부동산은 대부분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 전세 사기 피해가 많았던 지역에 있다. HUG가 낙찰받은 빌라는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된 상태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HUG가 대신 돌려주고 경매에 부친 집이다. 통상 HUG는 경매로 집을 처분해 대신 돌려준 보증금을 회수하는데, 최근 빌라 수요가 급감한 탓에 처분이 쉽지 않았다. 매각 대금에 대한 구상권을 포기하는 대신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주택도시공사(HUG)가 빌라 경매 시장에서 ‘셀프 낙찰’을 거듭하며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게티

이런 HUG의 셀프 낙찰 영향으로 빌라 경매 시장 지표는 깜짝 반등했다. 4월 서울의 빌라 낙찰률은 27.8%로 전월(15%)보다 12.8%포인트 급등했다. 낙찰률은 전체 물건 대비 낙찰 물건 비율을 말한다. 2022년 4월(31.3%) 이후 2년 만에 최고다. 경기도 역시 3월 19.5%에서 4월 28%로, 인천은 16.1%에서 29.2%로 빌라 경매 낙찰률이 올랐다. 낙찰률이 오르면서 전국 빌라 경매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가 비율)도 2월 66.2%에서 5월 77.3%로 올랐다. 다만 이런 빌라 경매 시장 지표를 회복 신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과거에는 HUG가 셀프 낙찰을 받아도 그 집을 활용할 수 없었다. 임대 사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4월 정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HUG를 공공주택 사업자로 지정해, 셀프 낙찰 받은 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 4월 정부가 관련 지침을 개정하고 HUG를 공공주택 사업자로 지정해, 셀프 낙찰 받은 집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진=게티

HUG 입장에서 미반환 보증금이 회계상 손실로 잡히지만 다른 전세 세입자를 들여 보증금을 확보할 수 있어 현금 흐름에 도움이 된다. 정부는 이렇게 셀프 낙찰로 확보한 빌라·오피스텔을 활용해 내년까지 총 1만가구의 전세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서민이나 청년층 주거 안정을 위해 임대료는 시세보다 10% 정도 저렴하게 책정한다. 이른바 ‘든든전세’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순께 든든전세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임차인 모집에 나설 방침이다. 2년간 총 12만호를 공급하는데, 7만5000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빌라·오피스텔을 짓는 사업자에게 매입을 약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공급한다. 정부는 이렇게 사들인 집을 시세의 30~50% 수준의 월세로 무주택 저소득층과 청년들에게 최장 20년간 임대로 제공한다. 기존 주택을 매입해 월세로 제공하는 기축매입임대는 2만 가구, LH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무주택 중산층 가구를 대상으로 시세의 90% 정도에 공급하고 최장 8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든든전세’는 2만5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드든전세 매입 추진 물량, 매입물량. /국토교통부

정부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공기업 내부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폐지해 기존 7개월이던 매입약정 체결 기간을 5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또 건설사가 매입임대주택용 토지 취득 시 적용하는 취득세 감면율을 10%에서 15%로 높인다.

건설 원가 상승을 고려해 정부가 LH와 지방공사에 지원하는 매입 단가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최근 공사비 인상 여파로 LH가 받는 지원금은 실제 매입가의 66%에 그치고 있다. 1억원짜리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고 가정하면, 한 채당 3400만원씩 적자를 보는 구조인 셈이다. 또 지자체 차원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LH 신축 매입에만 도입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PF 보증을 지방공사·지자체로 확대한다.

/이연주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