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철지난 신자유주의가 국민들을 옥죄고 있다”

박상혁 기자 2024. 9. 15. 1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레시안 books] <인물로 보는 대한민국>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이던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자신이 지금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책은 1979년에 출간된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라고 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대통령 예비후보가 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택할 자유를 통해 배운 자유경쟁시장의 철학이 지금도 맞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책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또 이 책이 밝히는 원칙에 따라 검사의 직무를 수행해왔다고 답했다.

"프리드먼의 책을 이렇게 보면 거기에 다 나와요, 이런 거는 단속하면은 안 된다. 왜냐하면 단속이란 것은 퀄리티 기준을 딱 잘라줘가지고 이것보다 떨어지는 것은 전부 형사적으로 단속하라는 건데, 프리드먼은 그 아래도 완전히 정말 먹으면 은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부정식품이라 그러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이거야. (…)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철학도 밝혔다.

"게임 같은 거 하나 개발하려고 그러면 정말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주 100시간, 한 120시간 일해야 된다는 거야. 그리고 한 2주 바짝 하고 그다음에 노는 거지"

2022년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취임사에서 '자유'를 무려 서른다섯 번이나 외쳤다. 국민에게 부정식품을 먹을 자유를 보장하고 한 주에 120시간 일할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경제 에세이와 국내 유명인사들의 평전을 써온 이경식 작가는 신작 <인물로 보는 대한민국>의 서론에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신자유주의 가치관이 "전 세계에서 철지난 옛날이야기로 치부되는데도 강경하기만 하다"고 비판한다. 이미 한국은 1997년 성급한 경제자유화로 외환위기를 겪었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불평등이 급속하게 심화했음을 경험했는데도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국민들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찬양하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누구인가. 1980년대 경제 불황이 찾아오자 정부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국민의 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는 보수주의 이론의 토대를 제공한 인물이다. 그의 영향을 받은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가렛 대처 영국 총리는 감세, 규제 완화, 노동조합 개혁, 민영화 등을 시대정신으로 여겼고, 이런 흐름은 최소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까지 대세로 이어졌다.

이 작가는 밀턴 프리드먼의 신자유주의와 이를 원칙으로 운영한 작은 정부를 이렇게 해석한다. "감세는 부자의 세금을 덜어주는 것이고, 규제 완화는 기업이 자유롭게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온갖 법률적·구조적 장애물을 치워주는 것이며, 노동조합 개혁은 최대치 이익 추구에 방해가 되는 노동조합을 탄압해서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고, 민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경영하던 사업을 민간의 경쟁에 맡겨서 마음껏 수익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발상은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기업의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투자 결정을 내리는 ESG 경영이 자리 잡은 지금의 세상에서 전혀 설 자리가 없다고 비판한다.

자유주의 시장 정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취임 44일 만에 초고속으로 몰락하고 끝내 사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고소득층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깎아 영국 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겠다면서 파격적 감세안을 내세워 집권 보수당 대표에 당선됐다. 감세 정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인 결과, 금리는 가파르게 올랐고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했다. 집권 보수당의 지지율도 20%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이 사건을 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트러스 총리는 영국인을 실험실에 갇힌 쥐로 만들어 이데올로기 실험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 (…) 이 이데올로기 실험은 세계 자유시장주의 이념에도 '죽음의 키스'를 남겼다."

▲인물로 바라보는 대한민국 ⓒ일송북

신자유주의를 이끌었던 서구사회에서도 신자유주의에 사망선고를 내리는 판국에 윤 정부는 철지난 깃발을 내리지 않는다. 그러면서 '건전재정'이라는 이름하에 재정적자를 일으키고, 노조를 "강성 기득권"이라며 공격의 대상으로 삼으며, 국가 주요 R&D 예산을 줄이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를 방임하는 등 신자유주의의 나쁜 모습들만 재현하고 있다는 게 이 작가의 지적이다.

이 작가는 윤 정부를 비판하는 단락에서 윤 대통령의 퇴행적 행보에 눈감지 못하는 시민에게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친다.

"불편함을 감수할 수 없다면, 혹은 감수할 순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 문제는 무엇일까? 그 문제를 바로잡을 의지가 우리에게 있는가? 그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지금 우리가(혹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 가운데 어떤 것들을 어떤 순서로, 또 어떤 조합으로 동원해야 할까."

[박상혁 기자(mijeong@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