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정 청약 390건 대거 적발
허위결혼 →이혼 →혼인무효 ‘3단 작전’
건강보험 내역으로 ‘가짜 가족’ 검증

수도권 분양단지에서 부정 청약이 대거 적발되며 청약 시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을 점검한 결과, 부정 청약 390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23년 상반기(127건)와 하반기(154건) 2배를 넘어서는 숫자로, 단일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같은 부정행위가 급증한 배경에는 치열한 청약 경쟁이 있다. 실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1순위 청약 가점이 70점 이상을 요구할 정도로 경쟁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는 가족관계까지 조작하며 청약 자격을 갖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직계존속 위장전입으로, 총 243건(62%)이 확인됐다. 함께 거주하지 않는 부모나 조부모를 허위로 전입 신고해,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이나 가점제에서 부양가족 수를 늘린 것이다.
실제 사례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의 A 씨는 본인 집에 할머니를 위장 전입시켜 노부모 특공에 당첨됐다. 이후 아버지의 무주택 요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단지로 주소지를 옮겼고, 3개월 뒤 아버지 역시 같은 방식으로 당첨에 성공했다. 온 가족이 조직적으로 부정 청약에 나선 것이다.
지역 거주 요건을 악용한 허위 전입 사례도 141건으로 파악됐다. 청약에 유리한 지역으로 주소지만 옮겨 부정 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상가, 공장, 모텔 등 실제 거주하지 않는 장소로 주소지를 이전한 뒤에 청약 자격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가장 교묘한 수법’이라 평가받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악용 사례도 주목된다. 교제하지 않는 이성과 허위로 혼인신고를 하고, 당첨된 뒤 법원에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해 미혼자 신분을 되찾는 방식이다.
이는 실제 사례로, B 씨는 C 씨와 공모해 예비 신혼부부 자격으로 인천 주택에 청약해 당첨됐다. 또한 계약 이후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진행해 미혼자 신분을 회복하는 데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주택을 소유한 배우자와 위장 이혼을 해 무주택 점수를 확보하거나, 시행사와 공모해 청약 유형을 ‘신혼부부’에서 ‘한부모 가족’으로 바꿔 부적격을 피해 가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전매제한 기간 중 웃돈을 받고 분양권을 넘겨준 뒤, 제한 기간 해제 후 계약서를 작성하는 불법 전매 사례도 2건 적발됐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가 도입한 새로운 검증 방식이다. 약 26,000 가구를 대상으로 건강보험 요양급여 명세를 활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병원과 약국 이용 이력,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실제 생활권이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하며 위장전입 등 기존에 포착하기 어려웠던 사례들도 대거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직계존속뿐 아니라, 30세 이상 직계비속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요양급여 명세 제출을 의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적발 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추후 부정 청약이 확인되어 주택법 위반이 확정되면,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아울러 주택 계약은 취소되고 10년간 청약이 제한된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든 청약 꼼수”라며, 대응을 위해 정부의 청약 자격 검증 절차도 한층 더 정교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제도 개선과 함께, 실제 위반 사례에 엄중 처벌이 집행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라고 덧붙였다.
정수호 국토부 주택기금 과장은 “앞으로는 직계존속 및 30세 이상 직계비속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 명세 제출을 의무화해 전체 분양 단지에 대한 부정 청약 검증시스템을 더욱 촘촘히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약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시장에 대한 불신도 제기되고 있다. 감시망을 넘나드는 부정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당첨 조건을 맞추기 위한 편법적 행태가 묵인될 경우 실수요자가 기회를 뺏기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만큼,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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