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인도와 파키스탄, 이라크 등 신흥 스마트폰 시장에서 할부금융과 중고폰 보상판매를 잇따라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스마트폰 제조 원가가 높아진 가운데 출고가를 직접 낮추는 대신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다. 고가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파키스탄·이라크 통신사 제휴…인도선 적용 모델 확대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파키스탄, 이라크 등 현지 주요 통신사업자와 연이어 파트너십을 맺고 스마트폰 구매 진입장벽 낮추기에 나섰다. 중고폰 보상판매와 할부금융을 결합해 소비자의 초기 구매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우선 파키스탄 통신사업자 재즈(Jazz)와는 AI(인공지능) 및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보급 확대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금융 혜택으로 구매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재즈의 현지 유통망을 십분 활용해 판매고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삼성월렛을 활용한 디지털 결제 서비스 확대도 협력 대상에 포함했다.
이라크에서도 현지 통신사업자 아시아셀(Asiacell)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레반트법인은 이달 아시아셀과 협약을 맺고 구형 단말기의 잔존가치를 신제품 가격에서 차감한 뒤 잔액을 분할 납부하는 맞춤형 통신 결합상품을 도입한다.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단말기 금융 프로그램과 보안 솔루션을 묶은 기업용 특화 상품 출시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3월 인도 시장에서도 고가 플래그십 모델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특화 금융 프로그램인 '갤럭시 포에버(Galaxy Forever)'를 도입한 바 있다. '갤럭시 S26 울트라'와 'S26 플러스'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출고가의 50%만 12개월 무이자 할부로 먼저 납부하는 구조다. 1년 뒤 기기를 반납해 최신 기종으로 교체하거나 남은 잔액을 지불하고 기기를 계속 소유할지 선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에 이어 10월 갤럭시 탭 S12 시리즈까지 프로그램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할부금융과 보상판매를 확대하는 것은 스마트폰 제조 원가 상승과 소비자 구매 부담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부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칩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교체 수요도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 출하량 20% 급감에도 삼성은 3%↓…점유율 1위 수성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3분기 기준으로는 2012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과 완제품 가격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교체 시기를 늦춘 영향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들어 글로벌 스마트폰 소매가격이 20%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할부금융과 보상판매는 출고가를 직접 인하하지 않고도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 분할 납부 등으로 체감 가격을 낮추면 평균판매가격(ASP) 훼손 없이 중저가 단말기 고객의 프리미엄 제품 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장매입 프로그램을 결합해 정기적인 신제품 교체 수요를 확보하고 고객을 갤럭시 생태계에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도 노릴 수 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위축 속에서도 경쟁사 대비 출하량 감소폭을 줄이며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 전체 출하량이 20%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9%에서 올해 23%로 4%p 상승했다.
특히 애플이 통상 9월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며 판매 확대에 나서는 시기에도 삼성전자는 선두를 유지했다. 애플은 아이폰18 프로 시리즈 출시 효과로 3분기 시장점유율을 역대 같은 분기 최고치인 22%까지 끌어올렸지만 삼성전자에는 1%p 뒤졌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은 출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샤오미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오포와 비보는 각각 20% 넘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능 고도화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칩플레이션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교체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할부금융과 보상판매는 당장의 구매 부담을 낮춰 고가 제품 판매를 유도하는 동시에, 고객이 신제품으로 교체할 때도 갤럭시를 선택하도록 만드는 장기적인 고객 확보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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