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투자증권이 10여 년 동안 유지해 온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접고 각자대표로 지배구조를 바꾸면서, 우선 한 자리는 윤병운 현 대표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동시에 NH투자증권은 종합 투자은행(IB) 사업을 확장하면서 위기관리와 영업 전략을 아우르는 지배구조를 다지게 됐다. 이번 개편으로 사실상 멈췄던 최고경영자(CEO) 인선 역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27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사회는 최근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의결했다. 2014년 말 NH농협금융지주가 옛 우리투자증권를 인수해 합병한 후 지금까지 NH투자증권은 단독 대표 시스템을 고수해 왔다. 회사는 올해 초 종합투자계좌(IMA) 사업 진출 뒤 사업 구조가 더욱 복잡해진 데 따라 부문별로 리더십을 설정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각자대표 체제는 두 명 이상의 대표가 각 사업 부문을 나눠 맡아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기존 대표 연임과 신규 대표 선임을 함께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윤 대표가 각자대표 체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윤 대표는 2024년 대표로 취임해 올해 3월 공식 임기를 마쳤다. 원래대로면 정기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가 선임될 예정이었지만, 최대주주인 NH농협금융이 대표 운영체제 변경을 요청하면서 인선 절차는 사실상 중단됐다. 이로 인해 임기가 만료된 윤 대표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채로 임시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되면 윤 대표가 연임해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고, 새 대표가 사업 확장 속도 올리기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각자대표 체제는 단독대표처럼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지 않고,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을 복수의 대표가 각자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구조가 거대하고 복잡한 회사가 주로 택한다. NH투자증권도 자본시장 성장 국면에서 △IB △자산관리 △트레이딩 △IMA 등 신사업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NH투자증권은 IMA 사업에 뛰어들어 자기자본의 최대 3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사업 모델을 확장시키는 계기를 확보했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과 비교하면 자산 운용 여력이 크게 늘었다. 물론 NH투자증권의 즉시 자기자본의 3배 규모로 IMA 운용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은 낮지만 사업모델을 중개형에서 운용형으로 확장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중개형과 운용형 사업에서 모두 성과를 냈다. 국내 주식 수수료 수익 시장 점유율이 10.7%를 기록했고, 고액자산가 고객 수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IB부문에선 주식자본시장과 IPO 주관 점유율 1위를 유지했다.
다만 수익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변동성 부담이 커지고 내부통제 중요성도 높아진다. NH투자증권은 아직 각자대표 체제에서 각 대표가 맞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각자대표 체제 속 각 대표의 역할과 책임 설정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개편은 특정 현안이나 단기적 사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자본시장 성장 국면에서 회사의 경쟁력과 책임경영 체계를 한 단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IMA 이후 확대되는 사업 기회를 고객과 주주가치 제고로 연결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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