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野 대결서 호남 지킨 이재명, 당 장악력 더 키워

김태준 기자 2024. 10. 17.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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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재보선] 전남 영광·곡성 사수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곡성·영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화됐다. 사진은 이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민석 최고위원과 웃고 있는 모습.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치러진 4개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에서 텃밭인 전남 영광군수·곡성군수를 차지했다. 선거전 초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후보가 영광군수 선거에서 선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까지 총출동해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호남 지키기’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확고한 호남 지지를 재확인함에 따라 윤석열 정권을 겨냥한 투쟁 강도를 한층 높일 예정이다. 다만 지난 총선에 이어 ‘2차 정권 심판’을 내걸고 승리를 기대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선 조국혁신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고도 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과정에서 여권발 악재가 이어졌지만, 정권 심판론의 전국적 확산에 성공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결과”라며 “민주당이 정권 심판 외에 중도·보수층에 호소력을 가진 새로운 이슈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를 확인한 선거”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영광군수·곡성군수 재선거 결과와 관련해 “호남이 확실한 지지를 보내줬기 때문에 정권 심판 동력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영광군수 선거에선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 진보당 이석하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곡성군수 선거에선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55.26%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번 영광군수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빚어졌고, 이 과정에서 당의 징계 결정에 불복한 장현 후보가 탈당해 ‘호남 대안 정당’을 내건 조국혁신당 후보로 나섰다. 호남 패권을 유지해야 할 민주당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선거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곡성·영광군수 선거에서 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의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은 더욱 강화됐다. 민주당은 확고한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향후 대여 투쟁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사진은 16일 이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현희 최고위원과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영광에서 한 달 살이를 하며 총력전으로 나서자 이재명 대표도 1박 2일 유세를 포함해 영광에만 4번을 찾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영광 유세에서 “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 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영광·곡성 중 한 곳에서라도 패하면 ‘이재명 2기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음 달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예정된 것도 이 대표에겐 부담으로 꼽혔다.

특히 호남 민심은 그동안 이 대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평가가 많았다.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의 광주·전라 지역 지지율은 50%를 넘지 못했다. 호남 지역 이 대표 지지율은 민주당 지지율보다 낮은 경우도 많았다. 영광군수 선거의 경우 여러 차례 민주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가 당선돼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 후보 당선을 확신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영광군수·곡성군수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호남 지역 한 의원은 “호남에서 민주당에 냉소적인 여론도 일부 있었지만 ‘이재명을 지켜달라’는 이 대표 호소에 유권자들이 호응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기대했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 조국혁신당과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단일 후보로 결정하며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와 일대일 대결 구도를 만들었다. 선거 기간에 이른바 ‘명태균 폭로’ 등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커지면서 민주당에선 김 후보 승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공개 자체 여론조사에서 김경지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몇 차례 나왔는데 예상보다 큰 득표율 격차로 패하면서 이 대표 고민도 깊어진 셈”이라고 했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한연희 후보가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에 패한 것도 이 대표로선 아쉬운 대목이란 평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이에 북한군이 대남 소음 방송으로 맞서면서 강화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진 점을 파고들었다. 민주당은 남북 간 대치가 격화해 발생한 주민 피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법 제정도 공약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강화군수 선거 패배는 단순히 정권 교체나 평화만 외쳐서는 전국적인 민주당 지지세 확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전남 2곳에서 치열한 야야(野野) 대결이 벌어졌지만 승리함으로써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견고한 지지를 확인하고 이 대표 리더십을 공고히 한 것은 성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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