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원, ‘포항의 옛 지도’ 발간…지도에 담긴 도시의 시간
고지도·근대지도 분석 통해 지역 정체성 재조명

포항문화원이 포항의 공간 변천과 역사적 정체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도록 '포항의 옛 지도'를 발간했다. 이번 도록은 지도를 단순한 지리 자료가 아닌 도시의 기억과 선택이 축적된 역사 기록으로 바라보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연환경 위에 행정과 경제, 사람들의 삶이 겹겹이 쌓이며 서서히 형성된다. 지도는 이러한 과정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매체다. 어느 길이 강조되고 어떤 공간이 중심이 되는지는 그 시대의 권력 구조와 사회 인식, 도시의 지향점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포항 역시 지도 속에서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조선시대에는 동해안을 방어하는 관방 도시로 기능했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항만과 철도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됐다. 이후 산업화 시기에는 철강을 축으로 한 대규모 도시 확장이 이루어졌고 오늘날에는 해양·산업·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궤적은 시대별 지도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포항의 옛 지도'에는 조선 후기 고지도부터 근대 항만 지도, 산업화 시기의 도시 확장 지도, 현대 포항의 공간 구조를 보여주는 지도까지 다양한 자료가 수록됐다. 단순한 도판 나열이 아니라 각 지도마다 제작 배경과 시대적 맥락, 공간 구조의 변화가 해설과 함께 정리돼 있어 포항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형성·변모해 왔는지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번 도록의 기획과 집필은 권용호가 맡았다. 권 위원은 고지도 판독과 근현대 지도 분석, 관련 사료 조사와 지역사 해석을 종합해 지도 한 장 한 장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짚어냈다. 그 결과 '포항의 옛 지도'는 학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갖춘 자료집으로 완성됐다.
포항문화원은 이 도록이 지역민에게는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의 뿌리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 학생들에게는 지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교육 자료로, 연구자들에게는 포항 지역학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도록 발간에 그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전시와 시민 강좌, 역사 답사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박승대 원장은 "지도는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를 읽는 단서"라며 "포항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문화의 뿌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문화원의 역할인 만큼, 앞으로도 지역의 소중한 유산을 발굴해 시민과 공유하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겠다"고 밝혔다.
'포항의 옛 지도'는 도시 포항을 '지금의 모습'이 아닌 '시간을 품은 공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도록이다. 익숙한 거리와 항만, 산과 하천이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포항이라는 도시가 지닌 깊이와 가능성이 새롭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