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도마에 오른 '대왕고래'…野 "대국민 사기 아니냐"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발표를 했던 동해 유전·가스전 개발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한국석유공사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이 사업은 오는 12월 1차 시추를 앞두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국정브리핑에서 "(지난해 2월) 세계 최고 수준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인 미국의 액트지오사에 물리탐사 심층 분석을 맡겼다"며 "최근에 최대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울산 중구 석유공사 본사에서 석유공사·가스공사 등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 야당 위원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사업성 부풀리기'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총선 참패의 국면 전환용으로 정부가 사업성을 부풀려 발표한 것 아니냐는 게 야당이 제기한 의혹의 골자다.
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참패해서 어떻게든 국면 전환을 해 보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며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대왕고래' 이전의 '방어' 구조는 성공률이 더 높은데, 확률이 더 낮은 '대왕고래'는 대통령이 삼성전자 시가 5배에 준할 수도 있다고 브리핑을 해 버렸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정호 의원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 세계 1위 탐사기업 슐럼버거는 상당히 리스크 있다고 평가했고, 우드사이드는 경제성이 없다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그런데 석유공사와 산업부, 대통령실은 법인 자격도 없는 1인 기업 액트지오에 수의계약으로 용역을 줬고 원하는 대로 경제성이 높다는 결론을 받아 밀어붙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9개월 동안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이고 있다. 이쯤 되면 석유 카르텔의 대국민 사기극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석유공사가 올해 2차 유망성 평가를 위해 또 다시 액트지오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점도 지적됐다. 민주당 권향엽 의원은 "석유공사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과 관련해) 7개 유망구조를 도출한 1차평가 당시에는 125만 달러를 지급했는데, 보완적 성격인 2차평가에 170만 달러를 지불했다"며 "석유공사 입맛대로 결과를 도출한 액트지오에 사례금 성격으로 지급한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액트지오가 유망성 평가 용역을 수주한 뒤 세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액트지오와 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후에 연구용역을 수행하는 중에 석유공사가 계약을 변경해줬다"며 "액트지오가 당시 세금이 체납돼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계약이행 보증을 제출하지 못했는데, 석유공사에서 계약서를 변경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거짓말투성이라는 게 양파 껍질처럼 드러나고 있다"며 "'우드사이드'가 합병 때문에 (우리나라 시추에) 철수했다고 산업부나 석유공사가 그동안 설명해 왔는데, 석유공사에서 작성한 법률자문의뢰서와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우드사이드는 사업성이 없어서 철수했다고 분명히 표기하고 있다. 왜 거짓말했나"고 반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 위원들의 의혹제기에 '가짜뉴스'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과학이 아닌 가짜뉴스로 야당이 고질적인 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동해 가스전 개발은 자원안보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기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도 "야당은 의혹 제기만 하고 석유공사 측의 답변을 충분히 듣지 않고 있다"며 "석유공사는 투자 자문사도 선정했고 해외 메이저사들로부터 투자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거짓말투성이,' '조작'이라고 하면 어떤 메이저 회사가 이 사업에 참여하려고 하겠나"라며 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다만 여당에서도 일부 의원은 석유공사의 자료제출 미비와 답변 태도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주호영 의원은 "현재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황에서 첫 해 예산도 (야당) 동의가 필요한데, 자료도 안 내고 감추면 어떻게 설득하겠나"라며 "접근하는 태도를 다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경원 의원도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동섭 석유공사 사장은 "1차 시추공의 탐사까지는 석유공사가 할 수 있지만 개발과 생산까지는 심해 사업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부터 해외 메이저 회사들과 굉장한 협상이 진행될 텐데, 그때 공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어느 정도 자료도 모았고 해외 투자자들도 있어서 기술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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