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없다는 요즘 놀이터 근황 

쇠고리로 손가락을 물던 육식성 기구 그네, 유격훈련 조기체험 늑목, 방심하면 뼈 나가는 골절머신 구름다리, 인간 원심분리기에 가까웠던 뺑뺑이, 전신 타박상으로 생존능력을 테스트한 정글짐까지...! 강한 자만이 살아남던 옛날 놀이터의 놀이시설들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놀이터지만 항상 뺑뺑이 안에는 자신의 한계를 체험하는 아이들이 잔뜩이었고, 정글짐에는 꼭대기 칸을 향해 경쟁하며 오르는 아이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요즘 놀이터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유튜브 댓글로 “요즘 놀이터에는 왜 놀이기구가 예전에 비해 별로 없는지 취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놀이터에는 안전과 학부모의 입김 때문에 이런 놀이터를 만들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배송수 한국놀이시설안전기술원장
“부모들이 아이를 너무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다 보니까, 완벽한 안전을 바라시더라고요. 안전을 너무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건 맞아요. 너무나 그런 편재되어 있고 사고 나면 검사받았습니까? 안전 기준은 충족했습니까? 법에서 정한 안전관리 의무 다했습니까? 이런 식으로 좀 몰고 가다 보니까...”

지금의 놀이터가 노잼이 된 것은 안전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놀이터의 본질인 재미, 흥미 유발, 도전정신 자극 등의 가치는 뒷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어린이들이 놀다가 부주의로 사고가 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부터 시설 관리자, 관리 감독기관에까지 배상 책임을 묻기에 무조건 책잡힐 일을 피할 수밖에 없다고. 법과 제도도 오로지 안전에 대한 표준과 기준을 강제하기 때문에 재미는 포기하더라도 안전하게 짓는 게 능사가 된 거다. 이런 상황이니 어른 입맛에 맞춘 어린이 시설이라는 모순적 놀이터가 늘어나게 된 것.

배송수 한국놀이시설안전기술원장
“알록달록한 좀 제일 비싸 보이는 종합 놀이들 중심으로 놓고 흔하게 집어넣는 그늘 미끄럼틀 이런 식으로 좀 난이도가 있어서 도전을 유도하게끔 하는 그런 요소들은 사실 많이 없어요. 색깔만 좀 화려해서 어른들 눈높이에 보기에는 좋아요.”

그렇다고 안전사고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아직도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한 해 300~400건에 달한다. 안전관리지원기관의 사고사례를 보면, 그네 안장을 다른 아이에게 던져 입술이 찢어진 사고도, 미끄럼틀에서 술래잡기하다가 자의로 모래바닥으로 뛰어내려 다친 사고도 보험 청구를 하다 보니, 보 험 청구와 배상 책임 때문이라도 관리 주체는 안전만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유럽표준위원회는 “최소한의 손상은 아이가 배우는 과정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해외 놀이시설 안전기준(BSI)에는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안전만큼이나 위험도 중요한 가치로 두고 있다. 배송수 원장은 아이들이 놀이의 장소로 삼는 한 크고 작은 사고는 끊일 수 없고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하나 그것이 놀이터의 본질인 재미까지 해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송수 한국놀이시설안전기술원장
“안전 기준을 100% 준수한 놀이터에서도 사고는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안전 기준을 준수한다고 해서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저는 감히 말씀을 드릴 수가 있어요. 놀이터에서 안전 때문에 경험하지 못하는 위험을 아이들에게 돌려줄 필요가 있어요.”

우리도 모르게 정글짐을 오르며 기른 균형감각, 늑목을 타며 길렀던 높이 감각, 뺑뺑이를 견디며 기른 집중력과 정신력, 그네에서 멀리 뛰기를 하다가 다친 무릎의 상처. 그런 경험들이 모여 성장하며 마주할 위험과 고난을 스스로 피하고,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되고, 설령 넘어져 피가 나더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담대함과 용기가 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