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는 부모가 만든다고?”…여동생 눈 멀게 한 오빠, 이유는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135] 영화 ‘케빈에 대하여’
우리 시대 육아에 관해 가장 널리 퍼진 믿음은 ‘부모가 사랑으로 훈육하면 아이가 어긋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 믿음, 또는 미신은 ‘버릇없는 아이’의 목격담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육아 전문가가 나오는 각종 TV 프로그램에서는 예의 없는 아이의 수많은 문제 행동을 보여준 후, 그 원인으로 아이를 향한 애정이 부족한 부모를 지목하는 고정된 패턴을 반복한다. 부모가 자기 잘못을 교정한 뒤 아이가 나아지는 모습으로 결론지으며 시청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역시 부모 때문이었어.’
아마 많은 경우 그럴 것이다. 부모 될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사람이 출산 후 자녀를 보살피지 않으면서 아이는 상처 입고, 또 세상에 상처 입히는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 쉬운 일반화가 아닐까. 어떤 경우에도 맞아떨어지는 공식인 것일까. ‘케빈에 대하여’(2012)는 양육과 모성에 관한 이와 같은 신화가 놓치는 부분을 날카롭게 찌르며 지적한다. 문제아의 책임을 오롯이 부모의 사랑과 교육 부족으로 돌리는 태도로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없다고 말이다.
그는 사회 구성원이라면 갖춰야 할 평균 수준의 수치심과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일례로 화장실에서 자위하던 청소년기의 케빈은 실수로 문을 연 엄마와 눈을 마주치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것은 엄마에게서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인상적인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에바의 태도다. 케빈을 낳고 기르게 된 운명을 늘 지겨워하던 에바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돌을 담담하게 받아낸다. 마치 ‘이건 나의 몫’이라는 듯한 결연함이 느껴진다. 에바는 케빈이 수감되고 2년 후에 아들을 찾아가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아들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겠다”는 답을 돌려준다. 에바는 아들을 안아주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간다. 여기엔 희망을 전하는 어떤 감동적인 연출도 없다. 에바 본인도 ‘왜 이런 인생을 살게 됐는지 모르지만’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갈 뿐이다.
아들딸을 키울 때 부성애와 모성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부모가 사랑과 정성을 다해 키웠는데도 아이는 양육자가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비뚤어질 수 있다. 부모가 책임감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은 바로 그때인지도 모른다. 내가 바르게 양육하고 최고의 환경을 제공했음에도 생기고야만 아이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녀와 동행해야 하는 이유는 아이가 예쁘거나 내가 잘 키울 자신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저 내가 낳았기 때문임을 수긍하는 것이다. 결국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는 ‘왜’라는 질문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저 그것이 내 아이임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지점이 생기는 것이다. 양육은 결국 아이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으로 완성됨을 영화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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