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후 공매도]① 한진칼, 유가 급등·경영권 분쟁 조짐에 반복 타깃

서울 중구 한진칼 본사 사옥 /사진=한진그룹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이후 하루 전체 주식 거래량 가운데 40% 이상이 공매도로 이뤄진 사례가 가장 잦았던 종목은 한진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가 급등하고 중동 지역 하늘길이 제한되면서 항공·물류 지주사인 한진칼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호반그룹과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재점화되며 주가 변동성 확대를 노린 공매도 거래까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 마켓데이터의 공매도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들어 현재까지 한진칼 주식에서 일일 거래대금 기준 공매도 비중이 40%를 넘어간 날은 △3월9일 △3월13일 △4월3일 △4월6일 △4월7일 △4월9일 등 총 여섯 차례였다. 같은 기간 이처럼 높은 공매도 비율을 두 번 넘게 기록했던 5개 종목 중에서도 가장 빈번했던 경우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이뤄지는 거래다.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다. 이 때문에 공매도 비중이 높으면 시장은 해당 종목에 대한 단기 주가 하락 전망이 우세하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미지 제작= 윤상은 기자

한진칼 주가는 이란 전쟁 발발 뒤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종가 기준 2월27일 15만6300원이던 주가는 3월31일 10만7800원으로 한 달 만에 31.0% 내렸다. 이달 13일엔 10만100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2월 기록한 52주 신고가인 17만5900원까지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이러한 주가 하락세의 큰 이유는 중동 지정학 불안으로 풀이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은 데다, 이란이 주변국을 공격해 중동 지역 일부 항로가 제한돼 항공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국내 주요 항공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어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올 1분기 영업이익 5000억원을 넘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한진칼 주가는 대내외 변수를 고려해 하락했다는 평가다. 항공유 가격은 국제 유가와 연동돼 비용 부담을 덜어낼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유가는 여전히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란 전쟁 전 배럴 당 60달러 대였던 두바이유는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뒤 130달러를 넘었다. 여전히 100달러 이상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지 제작= 윤상은 기자

여기에 지배구조 변수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 됐다. 한진칼은 최대주주인 조원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지분 20.6%를 보유하며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한진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한 호반건설이 지분을 18.8%까지 끌어올리면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반건설은 주식 매입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혀왔지만, 양측의 지분 격차는 1.8%p에 불과해 언제든지 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진칼 공매도가 빈번했던 3월에는 주주총회를 두고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높아졌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두고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표 대결 가능성이 거론됐기 때문이다. 보통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면 지분 확보 경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데, 이후 상황 변동에 따라 하락할 것을 기대한 공매도 수요가 몰린다. 결과적으로 호반건설이 찬성표를 던지고, 조 회장이 재선임되며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잠재워졌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는 해소되지 않아 공매도 수요를 모으는 주가 변동 요인이 남아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주요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관해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유류 단가 인상 및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손익 충격은 2분기에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측은 대외 변수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유가 영향이 본격화돼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유가 단계적 대응을 통해 전사적으로 비용 효율화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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