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넘기기가 무섭다” 영세사업장 울리는 ‘뜬금’ 퐁당연휴
쉬자니 매출 차질, 안 쉬자니 인건비 부담 증가…근로자들도 “마땅한 계획 없어”
최근 영세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징검다리 연휴 때문이다. 기존 개천절 휴일에 정부의 국군의날 임시공휴일 지정까지 겹치면서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게 생겼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휴일을 전부 챙기면 매출 피해가 생기고 휴일을 무시하고 직원들을 출근 시키면 추가 수당 부담이 발생하는 등 이래나 저래나 경제적 피해는 피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갑자기 등장한 징검다리 연휴에 엇갈린 국민 반응…영세사업자들 “경제적 피해 불가피”
지난 3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다음달 1일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로 의결했다. 국민의 안보의식 고취, 국군의 사기진작 및 자긍심 제고, 내수경기 부양, 국군의 날 행사 개최 등이 이유다. 이에 따라 다음달 첫째 주엔 화요일 국군의 날, 목요일 개천절 등 격일로 공휴일이 도래하는 이른바 ‘징검다리 연휴’가 만들어졌다.
여론 안팎에선 갑자기 생겨난 ‘징검다리 연휴’를 두고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근로자들은 임시공휴일 역시 유급휴일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어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사업주들은 갑자기 생겨난 임시 공휴일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영세사업자·소상공인들은 경제적 피해까지 우려하고 있다.
10인 미만의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김선혜 씨(43·여·가명)는 “토·일요일을 포함해 5일 간의 추석연휴가 끝난 후 2주도 되지 않은 시기에 찾아오는 연휴가 야속하기만 하다”며 “광고물 제작 업무는 사실상 시간이 돈이라 휴일이 늘어나면 결국 금전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징검다리 연휴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며 “하루건너 하루 휴일인 탓에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크게 떨어져 연이틀 쉬는 것보다 일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휴일이 늘어난 직원들이야 아무 걱정 없겠지만 매출 하락을 감내해야 하는 사업주 입장에선 갑작스런 임시공휴일이 원망스럽다”고 부연했다.
경기도 안산시 소재 한 포장지 제조업체 사장은 “이미 예정돼 있던 연휴 같은 경우는 거래처와 납기일을 상의할 때 다 감안한 부분이지만 불과 한 달여 전에 갑작스럽게 생겨난 휴무일 연휴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사실상 천재지변에 가깝다”며 “공장을 쉬면 하루치 만큼의 매출 피해가 발생하고 공장을 돌리면 인건비가 1.5배 이상 더 들어가니 이래나 저래나 경제적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임시공휴일을 비롯한 법정 유급휴일에 근무를 지시할 경우 추가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추가수당은 통상임금의 50% 수준이다. 예를 들어 시간당 통상임금이 1만원인 직장인에게 임시공휴일 8시간 근무를 지시했다면 기존 임금 8만원에 수당 4만원을 더해 총 12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만약 8시간을 초과해 근무를 지시했다면 초과 시간에 대해선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 8시간 이후부턴 시간 당 2만원을 줘야 한다는 의미다.
주목되는 사실은 영세사업자들의 경제적 피해를 상쇄시킬만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임시공휴일 연휴에 마땅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가 기대한 내수경기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데이터컨설팅 업체 피앰아이가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10월 1일 임시공휴일 계획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가 ‘집에서 쉴 것’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나 지인을 만나는 등 외부활동을 계획 중인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국민 호응 역시 미지근한 편이다.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전체 국민의 40%만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부적절하다’는 응답은 22%에 달했고, 나머지 역시 ‘그저 그렇다’는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임시공휴일 지정이 적합하지 않은 조치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들은 △많은 휴일 △갑작스러운 조치 △의미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함 △계획의 차질 △경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의 안보의식을 고취, 국군의 사기진작 등을 위한다는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결정 과정이 다소 성급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며 “여유 인력이 많고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은 큰 타격이 없겠지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예상치 못한 휴일이 생기면 곧장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한 후 대비책도 함께 마련하는 섬세함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