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민중앙교회와 기독교복음선교회는 범죄단체
2018년 신도 대상 성폭력 사건으로 ‘징역 10년’이 선고된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이 만기출소하자, ‘만민중앙성결교회’ 목사 이재록의 신도 대상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이어졌다. 2023년엔 이재록이 말기암 치료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풀려나오고, 만기출소 뒤 4년가량 자유의 몸이던 정명석이 다시 신도 대상 성폭력으로 구속돼 재판받고 있다. 1945년생인 정명석과 1943년생인 이재록. ‘신’으로 추앙받던 이들의 실체는 비슷한 연배의 늙은 성범죄자다.
주변 신도들이 몰려들던 순간
2018년 1월, 서지현 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 고발을 시작으로 사회 각계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가 이어졌다. 만민중앙성결교회의 신도였던 피해자들의 형사고소와 인터뷰가 이어지면서 종교계 ‘미투’의 일환으로 이재록의 성범죄가 드러났다. 정치 분야에선 안희정, 문화예술 분야에선 이윤택, 종교 분야에선 이재록이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 등으로 재판받으면서 이들 재판을 방청하러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에 자주 들렀다.
법원 앞에서 손팻말을 든 만민중앙성결교회 신도들을 만났다. ‘이재록 목사는 억울하다’는 팻말을 든 신도는 나를 붙잡고 ‘우리 당회장님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러는 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라는 내 말에 주변에 흩어져 있던 신도들이 몰려들던 순간은 여전히 섬뜩하다. 1999년 이재록의 비리(당시 성범죄는 제외)를 파헤친 MBC <pd수첩>(‘이단 파문, 이재록 목사!-목자님, 우리 목자님!’) 방영을 막기 위해 방송사 주조실에 난입한 폭력적인 이들이 아니던가. 잡혀 있던 팔을 뺀 뒤 겨우 빠져나와 법정에 도착했을 때 복도까지 가득 채운 신도들을 목격했다. 공판준비기일과 선고를 제외한 공판 대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신도들은 여전히 법원으로 몰렸고, 많은 수의 탄원서가 쌓였다.
이재록은 상습준강간, 상습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피해자 한 명이 더 늘어난 2심에서는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피고인 쪽은 피해자들의 배후에 돈을 노리는 세력이 있어 피해자들이 허위 진술을 할 동기가 충분하며, 피해자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20살이 넘은 여성이기에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배척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며 피고인의 종교적 권위를 절대적 믿음으로 추종하던 나이 어린 피해자들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 개인정보 유출해 2차 가해
이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과 교회 쪽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2차 가해’에 나섰는데, 그중에는 신도였던 법원 직원이 피해자들의 실명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도 포함됐다. 당시 수원지법 공무원(휴직 중)이던 최아무개 신도가 비신도인 서울고법 공무원에게 부탁해, 피해자들의 실명과 증인신문 일정을 확보한 뒤 이를 ‘공판 예상 거짓고소녀 증인 목록’이라는 제목으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게시했다. 이 때문에 실제 피해자와 가족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피고인에 대한 종교적 믿음이 무너지는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서, 피고인의 행위가 종교적으로 필요한 행위로서 이를 용인해야 하는지에 관해 판단과 결정을 하지 못한 채 곤혹과 당황, 경악 등 정신적 혼란을 겪어 피고인의 행위를 거부하지 못하는 한편, 피고인의 행위를 그대로 용인하는 다른 신도들이 주위에 있는 상태에서 위와 같은 정신적 혼란이 더욱 가중된 나머지, 피고인의 행위가 성적 행위임을 알면서도 이에 대한 반항이 현저하게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할 것.”
이 문구는 1999년 성착취 등 피해를 보았다가 탈퇴한 전 신도를 납치,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외로 도피한 정명석에게 성폭력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심리를 묘사한 판결문의 일부다. 검찰은 ‘(최협의의) 폭행·협박’이 요건인 일반 강간·강제추행으로 이 사건의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적 항거불능’을 내세울 수 있는 준강간·준강제추행 등으로 정명석을 기소했다.
홍콩·말레이시아·중국 등으로 옮겨가며 신도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질렀던 정명석은 2007년 중국 공안에 체포됐고, 준강간·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9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8년 2월 만기출소한 직후부터 또다시 신도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정명석은 2022년 외국 국적의 신도를 대상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다시 기소됐고, 내국인 신도를 포함해 추가 피해자들이 고소를 이어가고 있다.
우두머리 구속에도 조직은 멀쩡
정명석 역시 국외 도피나 법적 대응 과정에서 사법시스템 종사자의 조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반JMS 활동으로 알려진 김도형 단국대 교수의 출입국 내용을 조회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등의 사유로 면직된 이아무개 전 검사(현재 변호사)가 바로 그 조력자다. 이를 검사 개인의 문제로 축소하던 검찰은 대검찰청 정문 앞에 놓인 ‘서 있는 눈’이라는 조형물 제작자가 JMS 신도임이 알려지면서 체면을 구겼다. 해당 작가는 현재 JMS를 탈퇴했다면서도 피해자들에게 ‘돈을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했다’는 등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
이재록이나 정명석의 성폭력 사건 모두 이런 조력자(공범)가 참여한 조직적 범죄로 봐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이재록의 경우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의 피해자들이 일명 ‘3세대’로 알려졌는데, 앞선 1·2세대의 피해자들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명석 역시 장기간 피해자 다수가 나왔으나, 수사기관은 피해자 규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명석 쪽은 2023년 4월27일 구속만기를 앞두고 최대한 재판을 지연하는 전략을 펴며, 내부 권력 다툼에 들어간 JMS의 경우 조직적 성착취·성폭력 범죄에 대해 반성은 고사하고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 2018~2019년 재판 때도 건강 문제를 내세우던 이재록은 추가로 형집행정지 신청을 한 뒤 3개월간 더 자유를 누리고 있다.
우두머리의 구속수감과는 별개로 관련 단체들은 여전히 잘 굴러간다. 그러다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주목받으면서 다시 이들 단체 신도 등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만민중앙성결교회나 기독교복음선교회(JMS)는 이단·사이비 운운할 것도 없이 그 자체로 범죄단체(범죄조직)다. 우두머리의 착취와 폭력은 단체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조력 없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단체들한테 이제 법적·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물어야 한다. 우두머리 개인의 성범죄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이들 자체를 범죄단체로 규정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마녀 반성폭력 활동가·<그림자를 이으면 길이 된다> 저자
*마녀는 성폭력 재판이 열리는 전국 법원을 찾아가 지켜보고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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