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2 / 출처 : 연합뉴스
폴란드 기동훈련장에서 K2 전차가 1,500마력 엔진을 앞세워 질주한다. 6.4m 포신은 방향 전환 중에도 흔들림 없이 표적을 명중시킨다.
2022년 1차 계약으로 납품된 13대의 가동률은 95%에 달했으며, 이 수치가 2025년 8월 약 9조 원 규모의 2차 계약(200대 추가)을 이끌어냈다. 단일 방산 수출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런데 왜 폴란드는 한국 전차를 선택했을까? 유럽 방산업체들은 장기간 평화 속에서 생산 기반이 약화된 반면, 한국은 남북 대치라는 구조적 환경 속에서 24시간 가동 가능한 대량생산 체계를 유지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나토 국가들이 긴급 재무장에 나서면서, 검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를 동시에 제공하는 한국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2026년 들어 K-방산의 글로벌 확장은 가속도가 붙었다. 정부와 업계는 올해 수출액 100억 달러(약 130조 원)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폴란드뿐 아니라 중남미와 중동까지 무대를 넓히고 있다.
중남미 첫 진출, 페루가 선택한 이유

K2 / 출처 : 연합뉴스
페루는 K2 전차 105대와 K808 장갑차 도입에 합의했다. 총괄 합의서 작성을 마치고 정부·업체 간 이행 계약과 금융 계약 절차만 남았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1조 원을 훌쩍 넘겨 중남미 방산 수출 최대 금액이 된다. 특히 K2 전차는 폴란드에 이어 페루가 두 번째 도입국이 되면서 중남미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협상 과정에서 한국은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 생산’과 ‘빠른 전력화’를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산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선 협력 구조를 제시했다.
실제로 K2 전차의 부품 1,200여 개 중 국산화율은 90%에 달하며, 협력업체 12곳 중 40% 이상이 경남에 집중돼 있다. 한 경남 협력사는 최근 5년간 발주량이 360% 증가했다.
UAE 천궁-II 계약, 기술 협력 단계로 진화

천궁-II / 출처 : 연합뉴스
2026년 2월, 한국은 UAE와 천궁-II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로 국산 단일 무기 계약 중 사상 최대다.
중동 지역 최대 방산 전시회에서는 K9A1 자주포(사우디 수출 맞춤형), KF21 전투기의 유무인 복합 체계, 장보고-III 잠수함(3,000톤급) 등이 공개됐다.
또한 사우디와도 ‘국방 연구개발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단순 납품이 아닌 기술 협력 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사우디 측은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경험이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통합 방위 무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은 사우디와 이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할 구상을 밝혔다.
2024년 금융 구조 개편이 만든 차이

K808 / 출처 : 연합뉴스
폴란드 2차 계약 성사의 결정적 열쇠는 2024년 수출입은행법 개정이었다. 확보된 25조 원의 자본금 한도가 민관 합동 ‘팀 코리아’ 신디케이트 론 구조를 가능하게 했다. 방산 수출의 새로운 금융 표준이 제시된 셈이다.
시장 지형도 변화했다. 2025년 대비 2026년 대유럽 수출 비중이 15% 상승해, 전체 방산 수출의 60% 이상을 유럽이 차지한다. 과거 동남아·중동 중심에서 유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것이다.
동시에 베네수엘라 인접국, 수단, 콩고 등에서는 K808 장갑차 중심의 현지 생산·기술 이전 방식으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2027년부터 폴란드 3차 계약 협상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AI 기반 표적 탐지와 자율 기동 기술을 탑재한 유무인 복합 전차 개발에도 착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