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어디로] 매출 20% 차지하던 R&D 비용…10%대로 뚝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한미약품 본사 전경.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비용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미사이언스 측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경영보다 포장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다가오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해임을 결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에 1537억원을 사용했다. 전년 동기 1363억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12.77%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대비 12.8%를 사용했는데 올해는 13.4%를 사용했다. 다만 경쟁사와 비교하면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코스피에 상장된 제약바이오 기업 중 연구개발비에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올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에 3128억원을 사용했다. 그 뒤를 △삼성바이오로직스(2601억원) △유한양행(2011억원) △대웅제약(1713억원) 등이 차지했다. 한미약품은 5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3분기 누적 1353억원을 투자한 유한양행이 올해 같은 기간 투자액을 700억원 늘리는 동안 한미약품은 약 15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는 신약 파이프라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매출액 대비 10% 이상 쓰는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이 연구개발비에 사용하는 비용이 적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한미약품이 매출액 대비 사용한 연구개발비 비중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17.6%) △2017년(18.3%) △2018년(18.9%) △2019년(19.0%) △2020년(23.4%) △2021년(13.3%) △2022년(12.5%) △2023년(12.8%) 등으로 2021년부터 급격하게 줄어든 이후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비 투자 위축은 향후 기업 성장 잠재력을 잠식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금액과 매출액 대비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2023년 3월 박 대표 취임 이후 심화된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 박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측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을 결성한 후 박 대표에게 "연구개발에 돈을 더 써야 하나"라고 묻자 박 대표는 "그럴 필요 없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연구개발 중심경영은 임성기 선대회장부터 일궈 온 한미약품그룹의 정체성"이라며 "임직원 모두 ‘신약 명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박 대표는 실제 경영보다 포장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19일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박 대표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하고 회사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성장과 글로벌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