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식주의자’ 유해도서로 폐기? 학교 도서관에 다시 비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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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3)의 대표소설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의 '자율지침'에 따라 도내 의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유해 도서로 지정, 폐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면서 향후 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도내 한 고등학교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해 2권을 폐기한데 대해 "그때나 지금이나 개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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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작품, 손 놔서야" 비판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53)의 대표소설 ‘채식주의자’가 경기도교육청의 ‘자율지침’에 따라 도내 의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년 유해 도서로 지정, 폐기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면서 향후 처리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 교육청의 책임 있는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도내 한 고등학교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해 2권을 폐기한데 대해 “그때나 지금이나 개입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해 도교육청은 “학생에게 유해한 도서가 일부 학교 도서관에 있다”는 보수단체 민원에 따라 교육지원청에 청소년 유해매체물 심의 기준이 담긴 공문을 전달하면서 각급 학교가 학부모가 참여하는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유해 도서를 자율로 정하게 했다. 그 결과 2,490개교가 총 2,517권을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판단해 폐기했다. ‘채식주의자’를 폐기한 학교는 단 1곳이었다.
한강의 노벨상 수상 이후 일각에서 도 교육청의 행태가 한강의 작품성을 폄하한 작태였다는 비판이 나오자 교육청은 “특정 도서의 유해도서 지정 폐기를 지시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유해도서 지정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거부의 뜻을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유해도서 지정을 철회하라고 하면, 학교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깨는 것이자 해당 학교의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재검토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회 역시 해당 학교의 자율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도교육청이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자영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도교육청이 유해 도서 기준도 없이 공문을 보내 혼란 속에 여러 우수 도서가 폐기됐다”며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폐기 목록을 재차 점검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폐기처분한 해당 학교 도서관에 다시 비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내 다른 학교의 폐기 도서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독일의 올해 과학도서상 ‘사춘기 내 몸 사용 설명서’ 등도 포함돼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학교 재량이라는 핑계 뒤에서 숨지 말고, 성교육 도서 폐기를 조장한 것에 사과하고 학생의 책 볼 권리를 보장하라”고 재검토를 촉구했다.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유해도서 폐기는 오는 22일 경기도교육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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