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제사상에 김치로 만들어 올린 유서 깊고 귀한 나물
봄에 먹고 여름엔 못 먹어... 가을에 다시 먹을 수 있는 나물

산골짜기 계곡에서 은은한 물소리가 들리는 곳. 그곳에 발을 들이면 촉촉한 흙과 함께 짙은 녹색 잎이 눈에 들어온다. 묏미나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서 깊은 나물이다. 한국의 산과 들에서 조용히 자라며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밥상에 올랐다. 고려 시대에는 ‘근저’라 불리며 미나리 김치를 종묘 제사상에 올릴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는 묏미나리에 대해 알아봤다.
이름의 유래와 다양한 별칭

묏미나리는 ‘멧미나리’로도 불린다. ‘멧’은 산을 뜻하는 옛말이다. 이 나물이 산지나 계곡의 습한 곳에서 주로 자란다는 점을 반영한다. 산형과 미나리속에 속한다. 근저라는 옛 이름은 뿌리가 두껍고 짧은 특징에서 비롯됐다. 지역에 따라 산미나리로도 불린다. 일반 미나리보다 향이 진하고 잎이 넓은 점에서 착안한 이름이다.
묏미나리가 자라는 곳은...
묏미나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높이는 0.5~1m 정도. 줄기는 곧게 서고 속이 비었다. 털이 없으며 세로 주름과 홈이 있다. 뿌리는 굵고 짧은 근경을 이룬다. 잎은 어긋나며 2~3회 갈라진 깃꼴겹잎이다. 작은 잎은 난형. 가장자리에는 거친 톱니가 있다. 끝은 뾰족하다. 뿌리 잎은 긴 잎자루를 가지며 줄기를 감싼다. 위쪽 잎은 작아지고 잎자루는 포 형태로 퇴화한다.
꽃은 7~8월에 핀다. 줄기 끝과 잎겨드랑이에서 겹산형꽃차례를 이룬다. 흰색 꽃잎 5장이 달린다. 열매는 8~10월에 익는다. 타원형 분과로, 양 끝이 오목하다. 가장자리에는 날개 모양 주름이 있다. 이 식물은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 산지 계곡, 수림 밑, 논두렁 같은 곳에서 군락을 이룬다. 한국 전역에 자생한다. 해발 1000m까지 분포한다. 세계적으로는 일본, 중국, 사할린, 인도, 말레이시아, 호주 등 동남아시아에 퍼져 있다.
묏미나리는 물이 질척한 토양을 선호한다. 부식질이 풍부한 식질토나 사질양토가 적합하다. 건조한 곳이나 단단한 토질은 적합하지 않다. 그늘진 환경에서 잘 자란다. 습기가 많은 나무 그늘이 이상적이다. 농약 오염이 없는 깨끗한 개울가나 습지에서 흔히 만난다. 이런 생태적 특성은 묏미나리의 향과 맛을 더욱 독특하게 만든다. 다만 무논이 아닌 밭에서도 자랄 수 있다.
향기로운 밥상의 주인공

묏미나리의 제철은 봄과 가을이다. 특히 어린 순이 나오는 3~5월이 가장 맛있다. 이때 잎과 줄기는 부드럽고 향이 강하다. 숱한 나물 중에서도 특히 향이 좋기로 유명한 나물이다. 텃밭에 심어두면 텃밭까지 향기롭게 만들 정도다. 여름에는 기온이 올라가면 추대해 꽃이 피므로 식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가을에는 다시 부드러운 순이 자라며 수확이 가능하다.
묏미나리는 나물로 주로 먹는다. 어린 순을 데쳐서 무친다.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으로 양념하면 된다. 데친 묏미나리는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향이 특징이다. 김치로 담가 먹기도 한다. 고려 시대부터 미나리 김치는 귀한 음식이었다. 묏미나리를 쌈장에 곁들여 쌈으로 먹으면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묏미나리 잎을 튀김으로 만들어 먹는다. 부드러운 잎에 반죽을 묻혀 기름에 튀기면 바삭한 맛이 일품이다.

맛은 일반 미나리보다 진하다. 쌉쌀한 첫맛 뒤에 은은한 단맛이 돈다. 잎이 두껍고 넓어 씹는 맛이 좋다. 맛과 향의 균형이 뛰어나 누구나 선호할 만한 맛이다.
요리할 때는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군다. 뿌리 근처의 흙을 꼼꼼히 제거한다. 데칠 때는 살짝만 익힌다. 너무 오래 데치면 아삭한 식감이 사라진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뒤 양념한다. 이렇게 하면 묏미나리 특유의 향과 식감이 살아난다.
묏미나리는 식용뿐 아니라 약용으로도 쓰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황달, 부인병에 효능이 있다. 숙취에도 좋다. 음주 후 두통, 구토에 효과가 있다. 현대에는 고혈압 완화로 주목받는다. 혈압을 낮추는 성분이 있어 고혈압 환자들이 즐겨 찾는다. 심장병, 류마티스, 신경통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식욕을 돋우는 효과도 있다. 땀띠가 심할 때는 묏미나리 즙을 바르면 증상이 완화된다.
묏미나리엔 독성이 없다. 약으로나 나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뿌리와 잎 모두 약효가 있다. 뿌리는 말려 차로 우려낸다. 잎은 생으로 즙을 내거나 데쳐 먹는다. 전통적으로 묏미나리는 습지에서 채취해 봄철 건강식으로 먹었다.
재배 시 주의할 점이 있다. 여름철 고온은 추대를 유발한다. 물을 충분히 주고 그늘을 만들어 서늘하게 관리한다. 수확 후 유기질 비료를 주면 다음 수확이 풍성해진다. 씨앗, 포기나누기, 줄기꽂이로 번식한다. 씨앗은 가을에 익으면 바로 뿌린다. 포기나누기는 소규모 재배에 적합하다. 줄기꽂이는 뿌리가 나온 줄기를 50cm로 잘라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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